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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별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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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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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철 / 경북대 영남문화연구원 전임연구원

   
 

여러 해 전에 미국의 진보적 경제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인 폴 크루그먼(이 뉴욕타임스에 쓴 칼럼을 우연히 본 적이 있다. 미국에서 가장 좋은 대학과 대학원을 나온 인재들이 온통 월가로 몰리는데, 그것이 미국에 무슨 이익이 되느냐는 한탄 섞인 글이었다. 미국 인재들이 왜 월가에 몰리는지 그가 몰라서 한 말은 당연히 아닐 것이다. 개인에게 최대한의 이익이 되는 일이 국가에 그렇지 않은 경우는 언제 어디에나 있다. ‘인재들’ 다수는 노력 대비 성과가 가장 많은 경제적 선택을 했을 뿐이다.

지난해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는 많은 사람들 마음을 아프게 했다. 군사독재와 5·18민주화운동을 경험하고 기억하는 한국인들은 그것을 남의 일처럼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미얀마 군사정부가 머지않은 장래에 종식될 것 같지는 않다. 미얀마 군부는 나라 안에 또 다른 그들만의 나라를 만들어서 국가를 지배하고, 거기에서 얻는 다양한 이익은 20세 전후 미얀마 젊은 인재들을 끌어모으기에 충분할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나로호 발사를 유튜브로 보면서 오랜만에 뭉클한 느낌을 가졌다. 발사 과정을 보면서 들은 나로호 제작에 참여했던 연구원들 이야기는 여러 생각을 하게 했다. 한국보다 이 일을 먼저 성공시킨 여섯 나라 어느 곳으로부터도 나로호 발사에 필요한 지식을 일부라도 얻을 수 없었다고 한다. 거칠게 말하면 나로호 연구원들이 알고 있던 것은, 자신들의 일이 현실에서 가능한 것이라는 사실뿐이었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지식이 필요하고, 그것을 어떻게 얻어야 하며, 단편 지식들을 어떻게 연결하여 현실에서 구현할 것인가를 모두 스스로 알아내야 했다는 뜻이다.

한국이 빠른 기간 동안 발전한 나라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정상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했던 시간의 부재에 따른 문제점까지 극복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금 50대 이상 한국의 인재는 저개발 상태의 한국에서 성장하여 20세 전후에 미래에 대한 선택을 했던 사람들이다. 과거의 한국과 현재의 미얀마가 보여주듯, 저개발 국가에서 인재들은 가장 강력한 사회조직에 속함으로써 자신에게 돌아올 사회적 몫을 선점한다. 흔히 저개발 국가의 인재들은 사회를 규제하는 일을 하고, 관료제 조직-군대도 관료제 조직이다-에 속한다. 1960년대에서 1980년대 어느 시점까지 한국의 인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육사를 갔거나 문과의 경우 법대를 갔다. 우수한 인재들이 법대를 갔지만 대한민국에서 세계적인 법학 이론이 나왔다는 말을 듣지 못했고, 이들 때문에 사회가 더 정의로워졌다고 생각하기도 어렵다.

장관을 비롯한 새 정부 고위직에 대한 인선이 마무리되는 듯하다. 검찰 출신 인사들이 지나치게 많다는 비판 섞인 목소리가 들린다. 그러자 능력 중심으로 뽑았다는 반론도 나왔다. 둘 다 맞는 말일 것이다. 문제는 그 인재가 어떤 인재인가 하는 점이다. 관료조직 안에서만 유능한 인재나 사회를 규제하는 일을 해왔던 인재를 현재의 한국에서도 가장 뛰어난 인재라 할 수 있을까? 물론 어느 때라도 사회를 관리하는 일은 필요하고 관료조직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미 한국은 그런 일을 잘해온 사람들을 가장 뛰어난 인재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운 나라가 되었다. 현재의 한국사회는 존재하지 않던 지식이나 생각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창의적 인재를 요구한다. 오늘날 한국은 과거 저개발 사회 인재들이 현재와 미래의 선진 사회 인재들을 규제하는 곤경에 처해 있다. 시간을 압축해 성장한 한국이 극복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이다. 나로호 발사 성공 소식에 이어서 18세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수상 소식도 전해졌다. 정작 수상 자체보다 산에 들어가 피아노만 치고 싶다는 수상 소감이 신선하다. 진짜 인재들은 하는 일에 따른 보상보다는 하는 일 자체가 보상인 것처럼 보이는 모습을 흔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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