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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부터 중국은 하나” 소수민족 우대책 없앨 듯중국이 새로 내건 ‘중화민족공동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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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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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희 /동북아역사재단 한중관계사연구소 소장

1990년대 러시아 해체에 위기감
미·중 경쟁에도 대비하는 노림수
구석기시대 ‘중화DNA’ 형성 주장
“근대 이후 중화민족 형성” 뒤집어

겉으론 공동체 일체성 강조하나
실제론 한족 동화정책 밀어붙여

   
 

지난 2월 초 중국 베이징에서 날아온 한 장의 사진이 한국을 흥분시켰다.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막식에 한복을 입은 조선족 여성이 등장한 것이다. 한국 언론에선 “중국이 우리 한복을 빼앗아간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당시 중국 언론이 주목한 건 국기인 오성홍기(五星紅旗)를 운반하는 중국 공민 100명 전체였다. 조선족 여성은 그저 중국 공민의 한 사람으로 등장시켰을 뿐이다. 중국의 목적은 개막식 행사를 통해 새로운 민족정책인 중화민족공동체를 전 세계에 선포하려는 데 있었다.

2022 올림픽 오성홍기 기수단 100명

   
▲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막식 때 한국이 한복을 입은 조선족 여성에 주목했다면 중국 언론은 중화 민족공동체 선포를 위해 오성홍기를 운반하는 중국 공민 100명에 초점을 맞췄다. [연합뉴스]

중국의 민족정책은 그동안 1988년 페이샤오퉁(費孝通)이 제안한 ‘중화민족다원일체론’에 근거했다. “다양한 기원을 가진 각 민족이 근대 이후 자각해 중화민족을 형성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반해 중화민족공동체론은 중화민족이 근대 이전 이미 자연스럽게 존재했다며 근대 이후 급조된 민족이 아님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중국 정부가 갑자기 공동체를 강조하는 민족정책으로 전환한 이유는 무언가.

가장 큰 원인은 중국도 구(舊)소련처럼 분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구소련은 1991년 해체돼 15개 주권국가로 쪼개졌다. 중국에서도 2000년대 후반 소수민족 시위가 빈번하게 일어나자 중국 정부는 위기감을 느꼈다.

특히 2009년 7월 5일 신장 우루무치에서 발생한 한족과 위구르족 간 대립은 중국 정부를 더욱 긴장시켰다. 당시 한 중국 학자는 필자에게 “이번 사건은 매우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귀띔했다. 왜? “이전엔 정부가 자제를 요청하면 한족들이 말을 들었는데 이젠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향후 한족과 소수민족 간 대립이 더욱 격화될 것이란 분석이었다.

국제질서 변화와 미·중 패권경쟁 격화도 중국 정부가 민족정책을 바꾸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국은 서방 국가들이 티베트족이나 위구르족을 분열시키기 위해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1949년 신중국 성립 이후 중국의 민족정책은 스탈린의 민족이론을 따랐다.

한데 이젠 민족자결을 강조하는 스탈린의 민족이론 영향으로 공동체 의식이 약화해 민족이 와해할 위기에 처했다고 중국은 판단한다. 마룽(馬戎) 베이징대 교수는 “21세기 중국에 닥친 가장 큰 위험은 국가분열이다. 민족자결권 이론에 따르면 어떤 민족도 독립할 권리가 있다. 소련은 이미 해체됐다. 민족자결은 해체를 부르는 이론”이라고 말한다.

“진한(秦漢) 시기에 완성” 억지 논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의 광활한 영토, 유구한 역사, 찬란한 문화, 위대한 정신은 각 민족이 공동으로 창조한 것”이라는 ‘4개 공동(四个共同)’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현대 중국의 민족정책과 역사 및 문화연구는 각 민족의 일체성을 강조해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유기적 운명공동체라는 걸 증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겉으론 중화민족공동체의 일체성을 강조하지만, 속으론 한족으로 동화시키는 정책이다.

이에 따라 소수민족을 동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제시됐다. 우선, 소수민족 신분을 폐지하고 한족과 동등하게 중국 공민으로서의 법률적 대우를 받게 하겠다고 한다. 따라서 중화민족만을 민족(nation)으로 표기하고, 다른 소수민족은 종족(ethnic group)으로 표기하자고 한다.

그리고 소수민족의 자치권, 소수민족 학생에 대한 학력고사 점수 가중치 부여 등 소수민족 우대정책을 폐지할 것이라고 한다. 동화정책의 일환으로는 현재 소수민족 학생들에게 한어(漢語)와 한족사를 교육하고 이들 민족의 종교를 탄압하고 있다.

중화민족의 일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근대 이전 중화민족이 역사적·문화적으로 이미 공동체를 이뤘음을 증명하는 연구 또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구석기 시대 말기 이미 ‘중화문명 유전자’가 형성됐으며 이후 한족을 중심으로 주변 민족을 통합해 진한(秦漢) 시기 완벽한 형태를 갖췄다고 한다.

모든 연구는 고대에서 현재까지 교왕(交往)·교류(交流)·교융(交融)을 통해 고대 족군(族群)이 중화민족공동체로 융합되는 과정과 방식을 설명하도록 요구받고 있다. 중화민족공동체론에 따르면 중국 변강에 거주한 종족들도 중화민족공동체의 유기적인 구성 부분이 된다.

중화질서를 형성하는 중요한 이념적 근거였던 ‘화이지변(華夷之辨)’도 폐기될 운명에 처했다. ‘화하(華夏)와 이적(夷狄)은 다르다’가 아니라 ‘화하와 이적은 일체다(華夷一體)’를 강조한다. 비록 역사상 분열이 있었으나 이는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이뤄진 것으로 중화민족공동체는 파괴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청나라가 한족을 동화하기 위해 실시한 ‘만한 통혼제(滿漢通婚制)’도 화이일체의 근거로 제시한다.

한국 등 주변국과 충돌 불가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전날의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한 국가이며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독립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푸틴의 이 같은 발언은 유라시아주의를 주장하는 대표적인 학자 알렉산드르 두긴 모스크바국립대 교수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유라시아주의는 러시아가 낙후한 건 근대 이후 유럽과 미국 문명(대서양주의)이 러시아 등 대륙의 문명을 침탈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근대문명의 핵심가치뿐 아니라 서구에서 들어온 사회주의도 배척하며 러시아의 전통 종교·문화·관습을 회복해 러시아가 유라시아의 지배권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러시아는 구소련연맹의 국가들을 회복하는 게 목적이고, 중국은 현재 중국 내 민족의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러시아가 현상 변경국가에 해당한다면 중국은 현상 유지국가에 해당하는 셈이다.

시진핑 주석은 인류운명공동체(2012년), 아시아운명공동체(2015년) 등 모두 17개의 운명공동체를 제안했다. 연구에 따르면 인류운명공동체는 중국 전통의 천하주의와 마르크스의 ‘진정한 공동체’ 이론을 통합한 것으로, 대국인 중국이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중화민족공동체론이 인류운명공동체론과 결합한다면 유라시아주의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중국은 ‘화하’와 ‘이적’은 고대부터 모두 중화민족이었으며 변방에 거주한 민족의 역사와 문화도 모두 중화민족의 역사와 문화라고 주장한다. 앞으로 한국과 역사, 문화 방면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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