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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과 후하이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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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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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 / 중국연구소장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동쪽으로 279Km 떨어진 허베이(河北)성 베이다이허(北戴河)는 ‘중국 여름 정치의 수도(夏宮)’로 불린다. 중국의 최고 지도부가 여름만 되면 집결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무더위를 식히며 재충전을 위한 휴식에 들어간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공식적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미묘한 정치적 문제 해결을 위한 조율에 들어가 베이징에 있을 때보다 더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되기도 한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1953년부터 관례화됐는데, 58년엔 ‘대약진 운동’과 ‘인민공사 설립’을 결정하며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 지난 7월 중순 신장 시찰에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오는 가을 당 대회에서 총서기 3연임에 도전한다. [중국 신화망 캡처]

베이다이허에 모이는 건 현역뿐만이 아니다. 정치 원로가 대거 참여한다. 현 지도부 입장에선 원로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고충이 따른다. 후진타오(胡錦濤) 집권 시절 근검절약 차원에서 베이다이허 회의를 취소하겠다는 말이 나온 배경이다. 그러나 이는 곧 유야무야 되고 말았다.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 등 원로들의 반발이 있기도 했지만, 중국 각 정치 세력의 이해관계를 물밑에서 은밀한 협상과 타협을 통해 조정하기에 베이다이허 회의만큼 좋은 게 없었던 것이다.

올해 베이다이허에 다시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오는 가을 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세 번째 당 총서기 취임 등 민감한 정치적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과연 무난히 3연임에 성공할까, 아니면 최근 주목도가 부쩍 높아진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 파벌이 세를 키우게 될까, 아니면 장쩌민-쩡칭훙(曾慶紅) 전 국가부주석의 옛 상하이방(上海幇)이 여전한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을까.

   
▲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은 10년 집권 이후 대권을 시진핑에게 넘겼다. 사진은 지난 2019년 중국 국경절 행사 때 등장한 후진타오 초상화. [AP=연합뉴스]

베이다이허 회의는 대개 7월 말 개최돼 8월 중순 마무리되는데 올해의 경우 지난 7월 초 중국 최고 지도부의 대외적인 행보가 대부분 끊기고 지금은 모두 베이다이허에 집결한 상태라는 이야기가 많다. 회의가 일찍 시작됐다는 것인데 이는 그만큼 사안이 민감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논의의 초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가장 중요한 시진핑 주석의 3연임 문제이고, 두 번째는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 등 중요 자리를 어느 파벌이 얼마나 장악하게 되느냐다. 이 두 가지 사안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앞으로 보름 정도 각 정치 세력 간 밀당이 계속될 예정이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 10년의 반부패 운동을 통해 많은 정적을 제거하며 1인 체제를 굳혔다고는 하지만, 헌법까지 수정해 도전하는 3연임 문제는 결코 쉬운 게 아니다. 이와 관련 최근 눈에 띄는 소식이 있다. 중국 정가 소식에 밝은 홍콩 명보(明報)의 보도인데 후진타오 주석의 아들인 후하이펑(胡海峰, 50)의 승진 전망이 밝다는 것이다. 후하이펑은 현재 저장(浙江)성 리수이(麗水)시 당서기로 국장급 신분이다. 2018년 저장성 자싱(嘉興)시 시장에서 리수이로 왔다. 그런 그가 차관급 자리인 랴오닝성 다롄(大連)시의 시장으로 발탁될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이 돈다.

   
▲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아들 후하이펑 승진설이 시진핑 세력과 후진타오의 공청단 간 연대란 해석을 낳고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이 소식이 전하는 건 시진핑 세력이 후진타오-리커창-후춘화(胡春華) 부총리 등으로 이어지는 공청단과 손을 잡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의 아들 후하이펑은 시진핑 집권 10년간 그렇게 시 주석의 주목을 받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후하이펑이 “녹수청산(綠水靑山)은 곧 금산은산(金山銀山)”이라는 시진핑의 환경보호 구호를 외치며 애를 썼지만, 국장급 자리를 전전했을 뿐이라고 한다. 한데 이제 후하이펑 승진발탁 이야기가 나오는 건 시 주석 측과 후진타오의 공청단 세력 간 연대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해석이다.

현재 시 주석을 견제할 수 있는 가장 힘이 센 원로 집단으로는 여전히 장쩌민-쩡칭훙의 상하이방이 거론된다. 사실 장-쩡의 상하이방은 10년 전 후진타오의 공청단에 맞서 시진핑을 차기 지도자로 밀었던 세력이다. 지명도가 높지 않았던 시진핑을 1인자 자리에 앉히기 위해 당시 약 300명의 당정 고위 관료들을 대상으로 어떤 인물이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적합한가를 묻는 당내 투표 제도를 고안한 게 바로 쩡칭훙으로 알려지고 있다.

   
▲ 후춘화 중국 부총리가 리커창에 이어 차기 총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중국 신화망 캡처]

그러나 시진핑 집권 이후 장-쩡 원로 세력과 마찰이 생겼다. 신정(新政)을 구사하려는 시진핑과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원로 세력 간 갈등은 불을 보듯 뻔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시진핑 집권 초기 나왔던 말 중 유명한 게 ‘인주차량(人走茶凉)’이다. ‘사람이 떠나니 차 또한 식는구나’라는 탄식이 원로들 입에서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장-쩡의 정계 인맥이 워낙 두터워 지금까지도 시진핑 입장에선 가장 힘든 상대가 상하이방으로 꼽힌다. 후진타오 아들 발탁 이야기는 그래서 상하이방을 겨냥한 시진핑-공청단 연대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이 경우 공청단 주자인 후춘화가 리커창에 이어 국무원 총리 자리를 꿰찰 수 있을지 여부도 중요 관전 포인트다. 리커창 또한 총리에서 물러나더라도 전국인민대표대회(全國人大) 상임위원장이 돼 시진핑에 이어 당내 권력 서열 2위 자리를 계속 지킬 수 있을지 역시 주목된다. 그리고 리커창이 완전히 은퇴히지 않는다면 같은 1955년생인 왕양(汪洋) 정협 주석과 왕후닝(王滬寧) 이데올로기 담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유임 가능성도 있다. 여름철 베이다이허에 세계의 시선이 쏠리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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