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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빛날 장진호의 별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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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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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관 / 논설위원

   
 

92세의 대표적인 ‘초신 퓨(Chosin Few)’ 한 명이 최근 타계했다. 스티븐 옴스테드 미 해병대 예비역 중장이다. 초신 퓨는 6·25전쟁 당시 장진호 전투에서 살아남은 소수 생존자라는 뜻이다. 선택됐다는 뜻의 ‘chosen’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초신은 장진(長津)의 일본어 발음. 유엔군이 일본어 지도를 이용했기 때문에 미국에선 장진호 전투를 ‘초신호 전투’라고 불렀다.

1929년 뉴욕에서 태어난 옴스테드 장군은 19세에 입대했다. 부친도 1차 세계대전 참전 군인이었다. “학교 다닐 때 일부 수업을 빼먹었는지 한국을 잘 몰랐다”던 그는 1950년 10월 미 해병대 소속으로 일본을 거쳐 원산 상륙작전에 투입됐다. 목표는 함흥이었다. 개마고원의 장진호 방면으로 진격했다.

장진호는 ‘사지(死地)’, 그 자체였다. 영어로 사지를 뜻하는 책 ‘데스퍼레이트 그라운드’의 무대가 바로 장진호다. 불멸의 동투(冬鬪)였다. 중공군 인해전술에 전멸 위기에 처했지만 기적적으로 성공한 후퇴 작전이 전개됐다. 집결지인 하갈우리로 가는 길은 ‘지옥불 계곡(Hellfire Valley)’으로 불렸다. 옴스테드 장군은 “중공군이 계곡 양쪽 언덕에서 총을 쏘아댔다”고 증언했다.

옴스테드 장군은 “(장진호 주변 고토리 일대에서) 사흘 동안 눈보라가 몰아쳐 길을 찾지 못했는데 새벽 1시쯤 눈이 그치고 별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철수 작전의 성공을 알린 ‘고토리의 별(Star of Kotori)’이다. 고토리의 별이 장진호 전투의 상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미 해병대 국립박물관의 기념비 제작을 주도한 이가 옴스테드 장군이다. 기념비엔 영어로 장진(JANGJIN)을 먼저 표기하고 초신을 병기해 놨다.

얼마 전엔 장진호 전투에서 전사한 카투사의 유해가 미국 하와이를 경유해 1만5000여 km를 돌아 72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 7사단 카투사 고 박진호 일병이다. 카투사 병사 유해 확인 후 당시 병사로 참전했던 옴스테드 장군이 별세를 했다는 소식에 뭔가 보이지 않는 생사 인연의 끈, 혈맹의 끈이 작동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마침 중국의 국뽕 영화 ‘장진호’ 관련 뉴스가 눈길을 끈다. 장진호 전투가 항미원조 최종 승리의 토대를 닦았다고 묘사한 이 영화가 중국영화인협회가 발표한 대중영화백화상 5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는 것이다. 중공군은 장진호 전투에서 4만80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6·25전쟁은 ‘잊힌 전쟁’이 아닌 ‘잊힌 승리’다.” 옴스테드 장군의 말이 귓전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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