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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 경제학상이 주는 의미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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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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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현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금융시스템 건전성에 사람들이 의구심 가질 때
경제 위기 발생한다고 두 수상자가 증명
세계 경제는 폭풍전야… 시장의 신뢰 잃지 않아야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3명이 공동 수상한다. 벤 버냉키 현 브루킹스 상임연구위원, 더글러스 다이아몬드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 그리고 필립 디빅 워싱턴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주인공이다. 디빅(Dybvig) 교수는 언론에서 흔히 ‘딥비그’로 표기하는데 아마 CNN 기자가 그런 식으로 잘못 발음한 것을 인용한 것 같다. 미 학계에서는 `디빅’으로 부르는 만큼 여기서는 그렇게 표기하겠다.

   
▲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 위원회가 10일(현지시간) 수도 스톡홀름에서 2022 경제학상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화면 왼쪽부터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더글러스 다이아몬드 시카고대학교 교수, 필립 딥비그 워싱턴대학교 세인트루이스 교수. [2022.10.10/ AFP 연합뉴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 위원회가 10일(현지시간) 수도 스톡홀름에서 2022 경제학상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화면 왼쪽부터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더글러스 다이아몬드 시카고대학교 교수, 필립 딥비그 워싱턴대학교 세인트루이스 교수. 2022.10.10/ AFP 연합뉴스

   
▲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 어떻게 저런 조합으로 수상자를 뽑았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사실 버냉키는 화폐 경제 전공으로 거시경제학자로 분류할 수 있고 다이아몬드와 디빅 교수는 필자와 전공이 같은 금융경제학자로, 방법론으로 보면 미시경제학자라고 볼 수 있어 버냉키와는 완전히 결이 다르다 할 수 있다. 아무래도 언론의 관심이 연준 의장을 지낸 버냉키에게 집중되면서 나머지 두 사람은 상대적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한 만큼 여기서는 그 두 사람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다이아몬드와 디빅은 이제 고인이 된 스티븐 로스 MIT 교수가 예일대 재직 시절 길러낸 제자들이다. 모든 상이 그렇듯 노벨 경제학상 역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수상자들이 있는가 하면 반드시 받았어야 하는 사람들이 수상하지 못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로스 교수도 그런 학자 중 하나다. 학문적으로 공헌한 분야가 너무 많아서 그런지 끝내 수상하지 못하고 5년 전 눈을 감았다. 디빅이 수상 소감에서 “이 상은 당연히 로스 교수가 받야야 했는데 자신의 제자가 받은 것만으로도 기뻐하고 계실 것”이라고 스승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표했다. 그의 말처럼 사상 최초로 같은 지도교수 밑에서 동문수학한 제자들이 동시에 노벨상을 받게 되었으니 로스 교수는 저승에서나마 한을 풀었을 것이다.

사실 다이아몬드와 디빅은 논문을 딱 두 편만 공저했다. 서로 관심사가 달라 다이아몬드 교수는 평생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 중개론 연구에 집중했고 디빅은 천재답게 금융 중개론뿐 아니라 포트폴리오 이론, 계약론 등 스승을 따라 분야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다. 이 두 사람이 박사 학위를 받고 얼마 후인 1983년 발표한 ‘뱅크런, 예금보험 그리고 유동성’은 금융 위기를 이해하는 데 한 획을 그은 논문으로, 이후 필자를 포함해 수없이 많은 후학이 이어받아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다. 이 논문을 소개하려면 쉽게 써도 신문 지면 전체가 필요한 바, 여기서는 딱 한 가지만 얘기하도록 하겠다. 뱅크런, 즉 은행 파산은 단기 예금을 장기 대출로 전환하는 ‘유동성 전환(liquidity transformation)’이란 기능을 본업으로 하는 은행업의 속성상 항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때 균형점은 파산이 일어나지 않는 균형과 파산이 일어나는 균형, 이렇게 여러 균형이 존재하며 어떤 균형이 일어나는지는 무작위 결과물임을 증명했다.

은행은 예금자들의 예금을 대출이나 비유동성 투자와 같은 장기성 자산 형식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예금자들이 한꺼번에 예금을 전액 인출하고자 한다면 이에 대응할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예금자들 입장에서는 모두가 한꺼번에 예금을 인출하지 않는 이상 은행은 파산하지 않기 때문에 딱히 미리 서둘러 인출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다른 예금자들이 한꺼번에 인출할지 모른다고 생각되면 남보다 빨리 인출해야 자신의 예금을 회수할 수 있다. 전자일 때 은행은 파산하지 않는 반면 후자일 때는 은행이 파산하게 된다. 어떤 결과가 실현될지는 미리 알 수 없으며 이는 은행의 펀더멘털과는 무관하게 랜덤하게 결정된다. 경제학에서 속칭 ‘태양 흑점 균형(sun spot equilibrium)’이라고 부르는 균형이다. 그만큼 금융 위기란 사소한 이벤트로 촉발될 수 있으며 따라서 예측이 불가능한 만큼 평소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을 모니터링하되 경제 주체들이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이아몬드 교수가 수상 발표 후 “금융 위기는 사람들이 금융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을 가질 때 발생한다”고 얘기하면서 현 미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에 대해 논평을 회피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코로나 사태에 우크라이나 전쟁, 그 와중에 미 연준의 헛발질로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은 그야말로 폭풍 전야다. 이럴 때일수록 시장의 신뢰를 잃지 않는 것, 어떤 경우에도 중앙은행과 금융 당국이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을 방어할 것이라는 확신을 주는 것, 그것이 혹시 모를 금융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는 가장 강력한 대응책이란 점이 바로 다이아몬드와 디빅 교수의 논문이 주는 시사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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