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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 속 어울림'의 한중관계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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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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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열 / 전 외교부 차관·주유엔 대사

수교 30주년 무색하게
바닥 치는 상호 호감도

기대 낮추고 작은 일부터 시작
단 방향은 미래를 정조준해야

   
 

얼어붙은 한중관계로 수교 30주년이 무색하다. 미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대중 비호감도가 올해 80%를 넘어섰다고 한다. 중국민의 우리에 대한 호감도도 바닥을 치고 있다. 얼마 전 모 일간지 주베이징 특파원이 쓴 글을 읽었는데 평소 자주 들르던 편의점에서 한국 과자들이 모두 사라져버려 주인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요즘 한국이 우리를 적대시해 기분이 나빠 다 치웠다"고 하더란다.

양국민의 상호 인식을 이대로 방치해선 한중관계의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더 이상 속도와 규모를 관계 발전의 척도로 삼지 말고 지속가능한 발전 기반을 다지는 데 더 큰 공을 들여야 한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며 함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인문교류를 통한 양국민 간 신뢰 증진이 필요조건이다. 신뢰 없는 관계는 깨지기 쉽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중국도 요즘 한중 인문교류를 확대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한 듯하다. 지난 8월 중국인민외교학회와 21세기한중교류협회 공동 주최로 열린 제22차 한중고위지도자 포럼에서는 중국 측 제의로 인문교류가 의제에 추가됐는데 아마 양국관계 침체기에도 인문교류가 지속적 발전 동력으로 작동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름 속 어울림'의 한중관계가 수교 30주년을 맞아 건실한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양국이 현실을 직시하고 새 마음으로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유념할 사항이 있다.

첫째, 정부 간 이견이 국민 간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현안 관리와 대외 메시지 발신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오늘과 같은 디지털 시대에 정부의 정책 방향과 대내외 환경 요인이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걸 피할 길은 없지만 어떻게 이슈를 관리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다를 수 있다. 모두에 언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한중관계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중국의 내정간섭'을 꼽았다고 한다. 우리의 '대중 적대정책' 때문에 한국 과자를 매대에서 치워버렸다는 중국 편의점 주인의 반응도 같은 맥락에서 들여다봐야 할 문제다. 외교, 안보, 경제 현안을 다루는 정부와 언론의 태도에 문제가 없는지 되돌아볼 시점이다.

둘째, 역사 문제에 대한 관점과 인식의 차이가 상호 불신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동북아역사 문제에 대한 소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상이한 동북아역사 인식으로 인한 갈등은 학계를 넘어 시민사회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최근 한·중·일 고대유물전시회에 설치된 한국고대사 연표에서 중국이 고구려와 발해를 삭제한 일은 해당 연표를 철거하는 것으로 퉁치고 어물쩍 넘길 일이 아니었다. 차제에 동북아역사에 대한 공동연구사업을 중국 측에 제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셋째, 청소년 세대가 인문교류의 중심이 돼 신뢰와 우의의 뿌리를 튼튼히 해야 한다. 추진사업도 청소년들의 창의와 혁신이 한껏 발휘될 수 있도록 미래 지향적 사업으로 기획돼야 한다. 양국의 청년 파워블로거, 유튜버들의 활약을 기대해볼 만하다.

넷째, 민간교류단체의 역할을 강화하고 정부가 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인문교류는 성격상 민간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 민관 파트너십은 한중 인문교류의 지속적인 양적 확대와 질적 향상을 가능케 하는 린치핀 역할을 할 것이다.

다섯째, 한·중·일 인문교류를 함께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폭넓은 역사, 문화적 유대는 동북아 3국의 소중한 자산이다. 서울에 본부를 둔 '한중일협력사무국'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한술 밥에 배부를 리 없고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 매어 쓸 수도 없다. 기대 수준을 낮추고 작은 일부터 시작하되 미래를 정조준해야 한다. 경기할 때 "퍽(puck)이 있는 곳이 아니라 있을 곳을 향해 달려간다"는 캐나다의 전설적 아이스하키 선수 웨인 그레츠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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