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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문화가 살아있는 거리 베이징 허우하이(後海)
동북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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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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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식 / 한중도시우호협회장ㆍ베이징대 방문학자

   
▲ 베이하이 호수에서 백탑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은 권기식 회장

 

베이징에 바다가 있다면 내륙 도시에 뜬금없이 무슨 바다냐고 반문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베이징에는 바다가 있다.

중난하이(中南海)와 베이하이(北海), 첸하이(前海), 허우하이(後海), 시하이(西海)가 그것이다. 5곳의 바다는 자금성에서 더셩먼다지에(德勝門大街)까지 이어지는 데, 주변에는 고궁 부터 바이타(白塔), 쑹칭린(宋慶齡) 옛집 등 중국인들이 즐겨찾는 문화유적이 즐비하다.

베이하이와 중난하이는 원래 황실의 정원이었다. 1420년 명나라 영락제가 베이징으로 천도한 이후 베이하이 동쪽에 자금성을 짓고 베이하이 남쪽에 중난하이를 조성해 이 둘을 묶어 서원(西苑)으로 불렀다. 베이징이 삭막하니 강남지역을 본따 인공호수를 만들고 이름을 바다라고 한 것이다. 중국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1925년 중난하이에 총통부가 건설된 이후 이 지역은 지금까지 중국 권력자의 공간이 되었다. 과거 한국의 청와대와 같은 길을 밟은 것이다. 따라서 중난하이는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없는 공간이 되었다. 베이하이는 시민들에게 개방돼 공원으로 조성되었으나 담장으로 둘러쳐져 편히 접근하기 어렵다.

첸하이 부터는 개방된 공간이다. 그러나 첸하이 주변은 음식점과 판매점 등이 늘어서 북적이는 관광지 느낌이다. 대개의 관광객들은 베이하이 공원을 가거나 첸하이 상점가를 거쳐 구러우(鼓樓)를 지나 난뤄구샹 후통(胡同)으로 빠진다. 난뤄구샹은 베이징시가 지난 2008년 옛집들이 모인 후통을 정비해 조성한 상점가인데 베이징의 젊은이들과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곳이다.

필자는 한중 교류 일을 하며 수십번 베이징을 방문했다. 또한 2017년 칭화(淸華)대 방문학자와 올해 베이징대 방문학자를 하면서 베이징에 장기 체류한 경험이 있다. 그러니 베이징 구석구석을 왠만한 베이징 사람 보다 잘 안다고 할 수 있다.

'베이징 살이'를 하면서 필자가 가장 즐겨찾는 곳은 허우하이다. 권력자의 호수가 된 중난하이나 공원의 담장에 갖힌 베이하이, 상점가로 관광객들의 놀이터가 된 첸하이와 달리 이곳은 현지인만이 고즈넉한 일상을 살아가는 생활 공간이기 때문이다.

첸하이를 지나 인딩차오(銀錠橋) 돌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는 옌다이셰지에(烟袋斜街) 상점가가 이어지고 왼쪽으로는 허후하이의 호숫가 길이 이어진다. 버드나무가 늘어선 호숫가를 한참 걷다보면 왕하이루(望海樓)가 나온다. 전형적인 중국풍의 3층 누각이 허후하이를 내려다 본다.

이곳에서 호수를 바라보면 잠시나마 나그네의 상념을 잊을 수 있다. 커피라도 한잔 마실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왕하이루를 지나 조금 걷다보면 청나라 마지막 황제 푸이(溥儀)가 태어난 순친왕부가 나온다. 이곳은 중화인민공화국 명예주석인 쑨원(孫文)의 부인 쑹칭링(宋慶齡) 여사가 1963년 이사해 거주하다 1981년 사망한 곳이다. 쑹씨 집안의 세 자매 중 가장 중국 인민의 사랑을 많이 받은 인물이 쑹칭린이다. 그는 장제츠(蔣介石)의 부인이 된 막내 여동생 쑹메이링(宋美齡)과 달리 항일과 아동보호를 위해 일생을 바쳤다. 저장(浙江) 재벌집 두 자매의 엇갈린 운명은 중국 현대사의 또다른 단면이다. 중국 정부는 한평생 항일애국운동을 하고 신중국 건국에도 큰 기여를 한 쑹 여사를 기리기 위해 1981년 10월 이곳을 '중화인민공화국 명예주석 쑹칭린 고거(故居)'로 이름을 짓고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20위안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쑹 여사 기념관과 옛 청나라 왕부(王府)의 멋들어진 정원을 산책하며 권력의 무상함과 인간의 위대한 삶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작은 호수가 있는 언덕 위에 정자가 하나 있는 데 이름이 팅위루(聽雨樓)다. 이름 그대로 호숫가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상념에 잠길 수 있는 곳이니 참 운치있는 공간이 아닐 수 없다.

이곳까지 걷고 발길을 돌리면 왕하이루 주변에 작은 공원이 나온다. 한국 처럼 간단한 체육시설이 있고 중국 특유의 마작 공간이 있어 주민들로 늘 북적인다. 역사의 공간 옆에 삶의 공간, 서민의 공간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것이다. 시대를 이어가는 사람들의 삶 속에서 살아있는 역사의 공간, 허후하이가 그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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