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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조선학교와 교과서 문제에 대한 소고 (2)
진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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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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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희관 /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4. 조선학교의 교과서와 교과개정

조선학교 교과서는 1977년, 1983년, 1993년, 2003년 총 4차례 개정되었다. 총련은 개정 이유에 대해 “새로운 환경에 맞게 각급 학교 교육사업을 보다 높은 수준에서 발전시”키고자 했다고 밝히고 있다.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 홈페이지, 앞과 같음. 다만 2003년 1월 24일자 『조선신보』의 기사에서는 6번째로 기록하고 있다.

1977년도는 모든 조선학교가 법인인가를 취득하면서 정비가 필요한 시점에 교과성에 대한 개정이 전개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1983년은 후계자 김정일비서의 공식 등장 이후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되며, 1993년은 사회주의권 변화와 소련의 해체 이후 시대적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2003년은 남북관계의 변화와 함께 동포 3~4세로의 변화를 반영해야 하는 시대적 필요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2003년 이후 20년이 되어가고 있는 시점에 아직 새로운 교과개정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교과서 개편을 전망하고 있다는 소식은 확인할 수 있으며, 『조선신보』, 2022년 1월 31일. 2021학년도 교육연구모임에서 초급부 국어분과 아마가사키(尼崎)초중급학교 김대성교원이 “앞으로 저학년의 국어교과서 개편을 전망하면서......”라는 언급을 하고 있다.

일부 음악교과서 등의 개편은 2019년에 이루어진 경우도 있다.

4-1. 2003년 교과서 개편의 원인
언급했듯이 시대적 변화가 많았던 시기이다. 특히 2000년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었고 ‘6·15공동선언’이 발표되었다.

재일동포사회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코리아타운의 한국적 조선적 동포들이 거리감 없이 인사를 나누고 대화하는 일들이 가능해진 것이다.

코리아타운 가게마다 ‘한반도기’가 걸리고 민단과 총련이 공동행사와 축제를 하는 사례도 종종 생겨났다.
뿐만 아니라 당시 여러 가지 교과서 개정이 필요한 원인들이 있었을 것이다.

오규상은 그 원인에 대해 “△동포사회가 변화되는 속에서 민족과목교육이 강화하여야 한다는 것, △분단의 장기화 그리고 통일기운의 고조 등을 념두에 조국통일과 관련된 교육을 강화하여야 한다는 것, △고도정보통신사회로의 급속한 이행에 맞게 정보교육과 창조성교육의 개선강화의 요구, △국제화의 진전에 맞게 국제성 교육, △건장한 체력의 향상과 건강증진을 위하여 보건체육과목의 내용개선 등을 꼽고 있다.

4-2. 2003년 교과서 개편의 특징
2003년부터 주 5일제로 전환하면서 교과서의 변화 필요성도 제기되었지만, 무엇보다 민족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세계에 통하는 실력을 갖추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또한 이것은 동포사회의 요구가 강하게 반영된 것이라는 의견도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교과서 개편은 2003~2006년까지 초급부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진행되었고 총 118점이 개편되었다. 당시 편찬위원회에 따르면 12과목별로 자세하게 개편의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국어는 ‘살아있는 우리말’학습으로 방향을 잡고 구어체교육(口語敎育)을 강화하기로 했다. △사회는 ‘재일조선인으로서의 자기자신’을 넓게 볼 수 있는 방향을 강화하기로 했다. 기존 사회과목이 일본에대해 집중했다면 한반도와 남한 그리고 국제사회를 보는 시각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변화한 것이다. △조선력사는 [통일교과서]를 목표로 국내외의 독립운동도 소개하기로 했다. 이밖에 조선지리는 고향(조국)의 지식을 알게하고, 음악은 민족적 정신과 창조적인 표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박삼석은 민족성, 과학성, 현실성 3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 민족성의 원칙이란 재일조선인 아이들에게 민족으로서의 풍부한 민족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민족자주의식을 체득하여 재일동포사회에 대한 정확한 역사인식과 주인공으로서의 자각을 가지고 나가면서 일본사회와 국제사회에서 활약할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을 겸비하는 것이다.

△ 과학성의 원칙이란, 자연과 사회에 있어서 검증된 원칙에 근거해서 가르친다는 것이다. 화목하고 풍족하며, 활력이 있는 동포사회를 구축할 수 있는 인재의 육성을 목로 하고 있는 것이다.

△ 실성의 원칙이란, 일본이라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교육이라는 것을 유의하고, 재일조선인 보호자(학부형)의 교육에 대한 요구를 충분히 고려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세대의 민족성을 기르는 속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조선초급학교를 여러 가지 사상과 신조를 가진 동포들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며, 넓게 열린 민족교육의 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아타가키 류타(板垣竜太)는 교과서 개혁의 요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① 국어, 조선역사, 지리, 사회, 음악, 미술 등 민족성을 함양할 수 있는 과목의 충실화
② 과학 기술의 발전, 정보화 사회로의 이행에 맞춰 이수(理數)와 정보교육의 강화
③ 국제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일본과 세계에 관한 지식을 폭넓게 취급

1993~95년 변화에서도 나타났던 특징들이 2003년~06년 변화에서는 더욱 뚜렷해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즉 북한의 지도는 감소하고 교원들과 조선대학 교수들이 주체가 되었다는 것이다.

5. 교과서 신개편 과제

조선학교 교과서는 약 10년마다 개편되었으며 2003년 이후 20년이 되어가고 있다. 교과서의 대폭적인 개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과목의 개편 외에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즉 지난 시기의 개편 이유의 일부는 여전히 유용할 것이며 또 다른 변화요인들이 있을 것이다. 우선 20년 전과 다른 새로운 시대에 맞는 교과서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주객관적인 요구에 의한 변화 즉 보호자(학부형)의 요구에 부응하는 변화가 필요할 것이며, 또한 일본 당국의 요구에 대한 자체판단에 따른 적절한 대응도 필요할 것이다.

시대 변화에 따른 변화는 이미 실제 교육에서 조선학교가 추진하고 있는 내용을 들 수 있다. 모범학교의 사례 검토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몇 가지 점에서의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5-1. ‘교육의 ICT화’와 세계질서의 변화
대표적으로 ‘교육의 ICT화’(info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에 대한 대응이 요구될 것이다.

이것은 기자재의 개편을 요구하지만 이것만이 아니라 교과서에서도 이에 호응 할 수 있는 내용과 체제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외에도 우리 말과 글을 잘 사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발전적 대안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미중갈등과 인도-태평양전략의 등장 등 국제정세의 급속한 변화에 대한 이해도 요구되고 있다. 환경과 에너지, 탄소중립 문제 등 다양한 가치가 요구되고 있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고, 자라나는 학생들이 이에 대한 이해력과 창의력을 키워갈 수 있는 교과서로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보호자들에 의한 요구는 학교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겠으나, 점차 조선적 이외의 학생들이 증가하는 여건에 처한 학교들에서는 보호자들의 다양한 요구가 제기될 것으로 전망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적과 중국의 조선족 학생들이 증가하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5-2. 교부금 재교부를 위한 협상
이 외에도 고교무상화 또는 보조금 재교부과 관련된 문제도 조선학교가 고려해야 하는 중대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부 지사가 문제가 불거진 2010년 3월 ▲일본 학습지도요령에 따른 교육 활동이나 교과서 사용 ▲재무정보 일반 공개 ▲조총련과 관계 청산 ▲김 위원장 등의 초상화 제거 등을 요구하며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 했다는 점을 어떻게 고려할 것인가의 문제를 의미한다.

일본 문부과학성 방침과 권고에 따른 교과서를 수용한다면 어느 범위까지 수용이 가능할지의 문제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조선학교 교육과 교과서를 구성하는 제1의 원칙이 민족성을 확고히 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총련과의 관계 청산은 제도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의 재일동포에 대한 주요정책 중 하나가 바로 교육사업이며 총련 중앙의 입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러한 일본 당국의 요구를 수용한다면 보조금을 받는 일조교가 아닌 일본 당국의 예선으로 운영하고 있는 일본 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게 될 것이다. 이 외에 재무정보 공개 범위에 대해서 논의가 필요할 것이며, 중급학교까지 내린 초상화를 고급학교까지 할 수 있을 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2003년 이후 초급과 중급학교에서 초상화를 내렸을 때 매우 놀랄만한 일이었으며, 그런 점에서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6. 맺으며

다음 세대에게 우리 말과 글을 가르치고자 하는 재일동포들의 열의는 민족성을 갖도록 하는 의미와 함께 가족의 공통된 문화를 유지하려는 중대하고 절박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세대가 흘러갈수록 가족간에 같은 문화를 유지하는 것은 점차 어려워 질 것이다. 더욱이 다른 언어와 문자를 사용할 경우 정체성은 변화해가기 마련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 말과 글을 배울 수 있는 공간과 체제를 유지 발전시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물론 재일동포사회가 5세 6세로 변화해가면서 민족성을 유지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며, 우리 말과 글을 하지 못하더라도 마음과 정신이 같은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면 공감할 수 있다는 의견도 타당할 것이다.

김치를 먹는 것과 같이 음식을 통해서도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처럼 다양한 양태들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말과 글을 배우고자 하고 조선학교와 민족학교의 유지 발전을 희망하는 동포들이 계시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조선학교의 교과서 개편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점차 조선학교의 학생들의 국적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한다. 한국국적 학생이 조선적보다 많은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조선학교의 처우, 그리고 유지발전에 대한 문제는 총련과 북한 당국만의 문제로 봐서는 안될 것이다. 이미 2007년 10월 남북정상은 공동선언 8항에서 “남과 북은 국제무대에서 민족의 이익과 해외 동포들의 권리와 이익을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약속한 바 있다.

조선학교 문제는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더구나 한국 국적의 학생이 다수를 이루고 있고 교사마저 한국 국적인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재외국민이 다니고 있는 조선학교를 한국 정부가 우리의 문제로 적극적으로 판단할 때가 많이 지나지 않았나 생각된다.

조선학교든 민족학교든 우리 민족 모두에게 소중하고 중요한 자산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여전히 유지 계승 그리고 발전하기를 희망하는 동포들이 계신다.

지난 5월 김정은 총비서의 서한에는 총련이 민단과도 민족단합사업을 강화하여 통일애국역량을 증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과 북, 그리고 민단과 총련, 한국적과 조선적 그리고 귀화한 재일동포 모두 민족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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