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완익 / 변호사· 본소 이사]

지난 1월 26일 국회에서 ‘한국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을 진단한다’라는 토론회가 있었다. 이 토론회 말미에 청중 중 한 분이 일어나서 ‘대법원에 계류 중인 자신의 사건에 대하여 빨리 판결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필자는 그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변호사였지만 토론회의 발표자나 토론자로 참석한 것은 아니어서 그 자리에서는 따로 말씀드리지 않았다.

그 사건은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되어 강제 노동을 당하여 인권 침해를 입은 13명의 노동자들의 유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었고, 그 분 말씀대로 대법원에 3년 6개월여 계류 중이다. 

이 소송은 2013년 7월 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을 접수하여 시작되었고, 2016년 8월 25일 승소하였다. 이에 대하여 미쓰비시 중공업이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하여 2019년 6월 27일 항소 기각으로 2심에서도 승소하였다. 미쓰비시는 다시 대법원에 상고하였고, 대법원에서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미쓰비시는 2019년 7월 15일 대법원에 상고하였고, 대법원이 사건을 접수한 것은 7월 24일이며 원고 대리인에게 상고기록접수통지서를 보낸 것은 2019년 9월 3일이다.

그런데 미쓰비시에게 보낸 상고기록접수통지서는 일본 정부가 협조하지 않아 송달 자체가 되지 않아서 대법원은 2022년 12월 12일 공시송달명령을 내렸고 2개월이 지난 2023년 2월 14일 0시에 미쓰비시에 도달한 것으로 공시송달의 효력이 발생하게된다.

미쓰비시가 상고하면서 대리인을 선임하였다면 상고기록접수통지서는 한국의 대리인에게 송달하면 되고, 미쓰비시는 통지서를 받은 날로부터 20일 내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여야 해서 2019년이 지나기 전에 대법원에서 심리를 시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대리인을 선임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본으로 서류를 송달하여야만 했었고, 일본 정부가 송달에 협조하지 않는 바람에 미쓰비시는 2023년 2월 말에나 상고이유서를 제출할 것이다.

미쓰비시는 대법원에 상고하고 3년 7개월 만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토론회에서 원고 중의 한 분이 대법원이 재판을 빨리 진행하여 하루 속히 소송을 마무리 지어 달라고 하소연 한 것이다.

2018년 10월과 11월 대법원에서 승소 확정된 3건의 강제동원 소송과 동일하게 1심과 2심에서 승소하여 대법원에 계류 중인 소송들이 위 사건을 포함하여 9건이다. 모두 송달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당사자들은 재판이 지연되어 고통을 겪고 있다.

2018년에 확정된 3건의 소송에 대하여 일본 기업들이 판결금을 지급하지 않아 강제집행 절차를 진행 중인데 역시 송달 문제 때문에 아직 끝나지 않고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정당한 권리를 찾는데 걸리는 시간이 길고도 또 길다.

▲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과 김홍걸 국회의원실이 1월 26일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관련 국회의원회관에서 공동 주관한 토론회가 열렸다.[사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