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철 / 재미언론인, 본지 편집위원 ]


미국이 겪은 9.11 사태는 현재 한국에서 발생한 천안함 사건과는 비교도 안 되는 참화였다. 그런데 두 사건을 통해 표출된 양국 국민들의 모습은 상당히 대조적이다. 미국인들은 이성적으로 그리고 한국인들은 감성적으로 독특한 국민성을 그대로 표출시키고 있다는 생각이다.

9.11 당시 미국인들의 모습은 상당히 차분했다. 피해 가족들부터 인명구조에 나선 소방대원,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에 이르기까지 차분함을 유지했다.

언론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고의 원인을 문명 충돌에 의한 알카에다의 소행이라는 보도 내용을 두고 누구하나 의혹을 제기하거나 또 특종 의식에 사로 잡혀 조급증을 보이는 보도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온갖 인종이 섞여 사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9.11 사태를 맞은 국민들은 성조기 아래 하나로 뭉치는 미국의 모습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줬던 것이다. 미국 사람들은 엄청 강화된 보안 검색으로 인한 고충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조치를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이 다소 부정적이라는 관점에서 미국의 국민들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정부와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낮다는 것이 여론 조사의 결과이다.

반면 천안함 사건을 대하는 한국인들의 모습은 어떤가? 우선 정치인, 언론은 온갖 가설을 내놓으며 정부의 발표에 의혹부터 제기하는 모습이다. 한마디로 모두가 자칭 군사 전문가들이라는 식이다. 사고 원인을 두고 온갖 가설을 앞세우고 있지만 모두가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는 식이다보니 온갖 의혹만 무성하다.

함정의 구조조차 파악하지 못한 사람들이 군사 전문가라도 되는 양 기사를 쓰다 보니 왜 희생자 중에는 장교가 없느냐는 식의 웃지 못 할 기사까지 눈에 뜨인다.

사고 발생 시점도 시빗거리다. 구조 작업 중 순직한 UDT대원의 모습을 두고도 의혹을 제기한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군 당국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모종의 음모를 진행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문제는 원인 규명보다도 더 심각한 것은 국론 분열이 아닌가 싶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라는 것이 국방부의 발표이자 정부 측의 입장이다. 또 선체를 인양하기 전에는 모두가 추측에 근거한 주장일 뿐이다. 그런데도 왜 갑론을박으로 안타깝게 국력을 낭비하고 있는 것인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현재까지 밝혀진 진실은 천안함이 원인 모를 사고로 선체는 두 동강이 났고 46명의 승무원이 실종되었다는 것이 전부이다. 또 실종된 46명의 해군 병사들도 살아 돌아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사건의 현장이 바다 속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시신이라도 제대로 인양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국민들도 9.11 당시 미국인들처럼 차분한 모습으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볼 수는 없는 것일까? 물론 천안함 사건은 안타까움 그 자체이다. 유족들의 심정도 이해하지 못하는 바도 아니다.

그러나 사건 발생 시점 등의 문제로 시비를 펼치는 현재의 모습이 과연 사태 수습과 분열된 국론을 수습하는 일에 얼마나 도움이 될는지 다시 생각해 볼 문제이다.

물론 일각의 주장처럼 북한의 개입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또 북한의 소행이 분명해 진다면 강력한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차분함을 강조해야할 언론과 정치인들이 더 호들갑들을 떠는 모습이니 안타깝다는 말이다.

분명 국방부 장관은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국회에서 밝혔다. 사태의 추이를 조용히 지켜보아도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다. 문제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총성 없는 이념전쟁이 아닐까 싶다. 때문에 천안함 사태를 둘러싼 진실은 실종되고 있는 모습이다.

자신이 믿고 싶은 부분만을 진실이라고 우겨대는 것이 한국 정치인들과 언론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