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3.6.5 월 18:28
재외선거, 의료보험
> 오피니언 > 본국지논단
블랙이글스가 호주로 날아간 진짜 이유
국민일보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3.03.15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한승주 / 논설위원

적도 통과해 1만㎞ 고된 여정
군사외교와 방산 세일즈 활동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인
호주, 한국 ‘인태 전략’ 환영
중국의 경제 보복 당한 공통점
방산·핵심광물 협력 여지 많아

   
 

적도를 지나는 순간 바람은 멈췄고 바다는 고요했다. 이들이 호주까지 날아오는 데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국산 초음속 항공기 T-50B를 몰고 강원도 원주 기지에서 호주 멜버른 인근 아발론 공항으로 오는 길. 공중 급유가 안 돼 제주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를 경유해야 하는 1만㎞의 고된 여정이었다. 대한민국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 얘기다. 지난 5일 인도·태평양 안보전략 취재차 찾은 ‘2023 호주 아발론 국제에어쇼’ 현장. 무시무시한 굉음과 함께 비행기 8대가 날개를 스치듯 아찔한 곡예비행을 하자 탄성이 터져 나왔다. 코로나19로 4년 만에 열린 에어쇼의 주인공은 블랙이글스였다. 하늘을 캔버스 삼아 빨강 파랑 하양으로 태극 문양을 수놓은 이들은 종합 최우수상을 받았다. 땡볕에도 이들의 사인을 받으려는 줄이 1시간 넘게 이어졌다.

블랙이글스가 호주에 온 건 처음이다. 이들이 멀리 호주까지 온 건 단순히 에어쇼를 선보이기 위한 게 아니다. 방위산업 협력 초기 단계에 있는 호주에 한국군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군사 외교와 방산 세일즈 활동인 것이다. 에어쇼와 함께 개최된 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에서 한화디펜스의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이 위용을 드러냈다. 레드백은 호주가 추진 중인 약 23조원 규모의 장갑차 사업을 놓고 독일 장갑차와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화는 호주 질롱에 첫 해외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우리에게는 코알라와 관광으로 알려진 나라이지만, 호주는 한국과 2021년 12월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전략과 안보, 경제 혁신과 기술, 인적 교류 등 세 축에서 협력하고 있다. 지난해 말 우리 정부가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은 호주의 큰 지지를 받고 있다. 인태 전략은 한국 외교의 지평을 한반도를 넘어 인도양 태평양 지역으로까지 확대한 것인데 여기에 호주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만난 호주 국방부·외교부 부장관 등 정부 관계자와 대학교수, 싱크탱크 연구원의 목소리는 한결같았다. “최근 역내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중국이 투명하지 않은 방식으로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고 북한의 위협은 상수가 됐다. 한국이 한반도를 벗어나 역내 군사적 안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을 환영한다. 호주는 국방력을 강화할 것이고 한국과 특히 방위산업 측면에서 파트너십을 원한다”는 것이다. 호주가 13일(현지시간) 미국·영국·호주 안보협의체인 ‘오커스’ 3개국 정상회담에서 핵 추진 잠수함 취득을 공식화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코로나 사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졌다. 우리로선 중국 의존도를 줄여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에 필수인 핵심 광물(리튬 코발트 니켈 등)의 확보가 시급하다. 그런 면에서 호주는 눈여겨볼 만하다. 축복받은 땅인 호주는 삽질만 해도 천연 광물이 쏟아지는 나라다. 하지만 제조업이 발달하지 않았다. 우리는 기술과 자본이 있다. 핵심 광물을 호주에서 수입해 전기차 등을 만들고 이를 다시 호주에 역수출하는 게 가능하다. 상호 호혜적인 관계다. 이미 포스코와 고려아연이 관련 투자를 진행 중이다.

한국과 호주는 공통점이 많다.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지만 통상은 중국 의존도가 높다. 중국의 경제 보복을 경험했다. 사드 배치 이후 중국에서 우리 기업이 줄줄이 쫓겨났다. 호주도 코로나 이후 중국과 관계가 틀어지면서 철광석 등을 수출할 수 없게 됐다. 그때 알았다고 한다. 단일 국가·단일 품목에 의존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우리와 달리 호주는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중국이 호주 철광석을 대체할 나라를 찾지 못해 두 손을 들었기 때문이다. 양국 모두 중국과의 통상 마찰에 혼자 대응하기는 벅차다. 하지만 역내 국가들이 법치주의를 기반으로 협력하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인태 지역 파트너 국가의 협력이 중요한 이유다. 경제 안보 시대를 맞아 경제적 번영은 전략적 안정이 바탕이 돼야 가능하다.

블랙이글스의 호주로의 여정은 중간에 손 내밀어준 우방국이 있기에 가능했다. 혼자가 아니라 친구가 있어야 지치지 않고 갈 수 있다. 인태 전략이 성공하려면 기존 미·일 외에 시야를 넓혀 다른 파트너국과 손잡아야 한다. 호주가 중요한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회사소개광고문의기사제보구독신청찾아오시는길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종로19(르메이에르 종로타운) B동 1118호 | Tel 02)2075-7141~3 | Fax 02)2075-7144
등록번호 : 아01003 | 등록일자 : 2009. 10. 24 | 발행인 : 이구홍 | 편집인 : 이구홍
개인정보취급담당자 : 최유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강혜민
Copyright 2008 세계한인신문. All Rights Reserved.mail to oktim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