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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어버이날의 반성문"
동북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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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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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수 / 시인

   
 

어린이의 마음같이 깨끗한 오월은 계절의 여왕답다. 비록 손에 쥔 것이 없다 할지라도 녹음을 스쳐 오는 향기로운 바람을 맞이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5월을 들여다보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어버이들의 간절한 소망이 보이고 옛 스승님이 생각난다. 하늘을 나는 새들과 흐르는 물소리는 덤이다. 풀잎마다 맺힌 이슬방울들은 아침햇살에 영롱하다. 가정의 달이자 신록의 계절인 오월이 되면 어린이날에 미안하고, 어버이날에 죄송스럽고, 스승의 날에 후회뿐이다. 어린이들을 사랑한 일도 별로 없고, 어버이에게 효도한 일도 내놓을 게 없고, 아이들을 잘 가르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어버이날에 미안하다. 효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잘해드리지 못한 것을 크게 반성한다. 어버이날을 이하면 챙겨드리고 감사함을 표해야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지만, 평소에 어버이에게 어떻게 대했는지 돌아보면 자식이 아니라는 생각마저 든다

어버이를 위시해서 형제자매를 묶어 가족이라고 한다. “Family”는 ‘Father And Mother I Love You’의 첫 글자들을 따 합성한 것으로 아버지와 어머니가 존재해야 가족이 있다는 것이다. '가족'이라는 말은 생각만 해도 눈물이 핑 돌고, 듣기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진다.

어버이날은 부모님께 감사하거나 아니면 자식들에게 감사를 받는 흐뭇한 날이다. 안타까운 것은 용돈 몇 푼이나 고기 몇 근으로 효도를 다 한 것처럼 생각한다는 것이다. 진심으로 어버이를 섬기고 효가 무엇인가를 잊은 채 지나가는 날이 된다. 어른이어서 미안한 요즘은 더 그렇다. 혹자는 ‘가족이란 보는 사람만 없으면 내다 버리고 싶은 존재’라고 했다. 그것은 가족 뒤에 숨은 이기주의와 순혈주의와 가부장제의 그늘 때문이다.

어버이라고 불리는 내가 자식들에게 해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밥상 차려주기 귀찮으면 음식 배달을 시켜줬다. 공부는 학교와 학원에 맡겼다. 감성적이고 정서적인 도움도 주지 않았다. 한집에 살아도 각자 자기 방에서 생활해 대화나, 함께 하는 활동은 오래전에 사라졌다. 심각한 것은 영적인 도움이나 패기 찬 도전을 주지 않았다. 자식들의 영혼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의해 형성되어 가고 있어도 모르고 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버이날이 되면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주면서 낳아주시고 길러주셔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더니 그마저도 하지 않는다. 나 또한 자식들에게 베풀고 주어야 할 것들을 소홀히 하고 귀찮아하면서 잊어 가고 있었다. 자식들이 뭘 원하는지, 뭘 하면서 살아가는지 점검도 관심도 가지지 않는 생물학적 부모였다. 영적으로 인격적으로 자식들에게 아무런 것도 줄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어느 때는 해롭고 비참한 것을 주어 자식들이 싫어한다는 것조차 눈치를 채지 못하는 한심한 아버지다.

자식들에게 주기보다는 오히려 빼앗고 있었다. 어버이로서 자식들을 받아 줄 준비도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식들에게 무관심하고, 자식들의 인생에 대하여 무지한 수준을 넘어서 자식들의 인생에 온갖 낙서질만 하고 있었다. 어느 때는 찢어버리고 파괴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마땅히 주어야 할 건강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방치하면서 자식들에게 왜곡된 사랑과 변질한 삶의 방식을 주입하고 있었다.

스스로 질문한다. 나는 훌륭한 아버지인가? 좋은 아버지인가? 돌아오는 대답은 이것도 저것도 아니었다. 생각해 보면 나는 아버지가 아니다. 아버지가 되려고 애쓰지도 않았고, 자식들을 위한 기도조차 잊은 무심한 아버지였다.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자식들에게 지금까지 주지 못했던 것들을 주면서 잘못 준 모든 것에 대해 이해와 용서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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