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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재외동포청 그리고 ‘연어의 귀환’
미주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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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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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 사회부장

#1. 1902년 12월 22일

   
 

처절하게 가난했던 구한말 시절 121명의 조선인들이 일본 상선에 몸을 싣고 제물포항을 출발, ‘젖과 꿀’이 흐르는 하와이로 향했다. 일본 나가사키항에서 미국 이민당국의 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19명이 하선했다. 미국 상선 갤릭호로 옮겨탄 102명은 이듬해 1월 13일 하와이 호놀룰루에 도착했다.

하지만 샌드 아일랜드 정박 중 실시된 이민국 신체검사에서 16명은 입국이 끝내 거부됐다. 결국 86명만 하와이 땅을 밟을 수 있었다.

1902년 12월 22일이 한국 최초의 공식 이민이 시작된 날이라면, 1903년 1월 13일은 미주 한인 이민사가 시작된 역사적인 첫 날이었다. 이렇게 하와이에 도착한 이민 선조들은 1905년 8월 8일 몽골리아호까지 56회에 걸쳐 7,291명에 달했다.

하와이에 정착한 이민 선조들은 사탕수수 농장과 파인애플 농장으로 흩어졌다. 남자는 월 17달러, 여자와 아이들은 하루 50센트를 받고 하루 16시간 주 6일간의 고된 노동을 참아내며 악착같이 독립운동 자금을 모았다. 일부는 삶의 터전이 된 하와이에 남았고, 일부는 새 삶을 찾아 LA와 샌프란시스코로 재이주했다.

86명으로 시작했던 미주 한인 이민자 수는 미국 연방 센서스국 조사에서 2022년 12월 현재 195여만명에 달한다. 한국 외교부 추산으로는 263만명이다.

미주 한인들에게 이민 선조들의 출발지 인천은 정신적 고향과 다름이 없다. 한국 전쟁 이후 조국을 재건할 인재 양성을 위해 1954년 설립된 인천의 명문 사립 인하대학교는 하와이 한인기독학원 부지를 매각한 자금으로 지어졌다. 이역만리 하와이 한인들이 보내 온 피땀어린 종잣돈을 기념하는 의미로 인천의 ‘인’과 하와이의 ‘하’를 조합해 인하대학교라는 이름이 탄생하게 됐다.

또한 인천은 이민 선조들의 강인한 삶에 대한 의지와 그 발자취를 기억하기 위해 2008년에 세워진 한국이민사박물관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박물관에는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으로 떠난 조선인들 외에도 만주 황무지로, 사할린 군수 공장으로, 사이판 강제징용 현장으로, 독일 탄광과 중동 건설 현장으로 떠난 이민자들의 스토리가 존재하고 있다.

초기 이민은 때론 강제적으로, 때론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이들 이민 선조들의 조국에 대한 헌신과 사랑은 식을 줄 몰랐다.

이렇게 전세계 각국으로 뻗어나간 재외동포는 한국 외교부 집계에서 2022년 현재 180개국, 732만명에 달한다. 중국, 인도 등에 이어 다섯 번째로 큰 이민자 규모다.

2022년 기준 한국 인구(5,174만명) 대비 14.1%에 달하는 재외동포 숫자는 부산과 울산, 경남의 주요 도시를 포함한 ‘부울경’ 인구(774만명)와 맞먹는다.

#2. 2023년 2월 27일

한국 국회가 외교부 산하에 재외동포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이날은 LA를 비롯해 비롯해 전세계 한인사회의 숙원사업이었던 재외동포청 설립을 위한 법적 근거가 30여년만에 완성된 순간이었다. 1990년대 부터 세계 각지의 한인들은 재외동포 정책 및 이민 교류 관련 전담 기관 설립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

김영삼 정부 말기 1997년 10월 재외동포재단이 설립된지 26년만에 윤석열 정부의 결단으로 외교부의 재외동포 정책기능을 이관받고 재외동포재단의 사업기능을 통합한 재외동포 전담기구가 공식 출범하게 됐다. 더욱이 재외동포청 본청이 들어설 곳은 121년 전 121명의 이민자들을 떠나 보낸 인천광역시로 최종 확정돼 그 의미가 크다.

지난 4월엔 미주 한인회총연합회도 재외동포청의 소재지는 인천으로 결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해 6,000여만명이 출입국하는 인천국제공항이라는 거대한 인프라를 갖춘 인천은 이제 300만명의 인천시민과 700만명이 넘는 재외동포를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국제도시로 우뚝 서게 됐다.

#3. 그리고 6월5일 연어의 귀환

미주 한인 이민 120주년을 맞아 이민 선조들의 발자취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기 위해 지난 3월 4일 LA 인근 마리나 델 레이를 출항한 태평양 요트횡단 원정대가 중간 기착지인 하와이와 사이판을 거쳐 최종 목적지인 인천을 향해 순항 중이다.

하와이까지의 1차 항해가 이민 선조들의 첫 정착지를 찾는 탐험이었다면, 사이판까지의 2차 항해는 일제강점기 징용 피해자들의 한이 서린 곳을 찾는 여정이었다. 이제 마지막은 이민사의 출발지이자 재외동포들의 정신적 고향인 인천의 재외동포청 유치를 축하하는 항로다.

원정대의 대장정은 강에서 태어난 새끼 연어가 성어가 되어 바다에서 살다가 알을 낳을 때쯤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되돌아가는 ‘연어의 귀환’과 다름이 없다.

때마침 인천시는 6월 5일 재외동포청 공식 출범 축하행사의 일환으로 원정대 환영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조국의 번영과 한인사회의 눈부신 발전은 별빛조차 없는 막막한 어둠 속에도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뚜벅뚜벅 전진해 이룬 영광스러운 결과다.

부디 4인의 원정대가 재외동포들을 대표한 축하 사절단 자격으로 재외동포들의 숙원이었던 재외동포청 출범을 마음껏 축하해 주고 오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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