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수근 / 상하이 동화대학 교수 ]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으로 한·중 관계의 부실한 토대가 드러나고 말았다. 다행히 지금은 갈등 국면이 양국의 진화 노력에 의해 수면 밑으로 잦아들었다. 하지만 봉합은 봉합일 뿐이다. 양국의 깊게 파인 갈등의 골은, 지금과 같은 미봉책만으로는 언제든 다시 표면화할 수 있다.

이러한 양국 관계 갈등의 원인은 양측 모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 측에서 기인하는 원인은 중국 측 노력에 맡기도록 하고, 여기서는 우리가 냉철히 인식하고 보완해야 할 우리 쪽 원인에 대해 세 가지로 축약해 고언하고자 한다.

첫째, 우리는 중국을 좀 더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 우리는 남북 관계에서 남북 양측을 좌고우면해야 하는 중국의 쉽지 않은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 중국에서도 국민들의 생계조차 건사하지 못하는 북한 정권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는 않다. 그렇지만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그 원초적 위협만으로도 중국은 예측 불가능한 북한을 함부로 할 수 없다. 더욱이 지속적인 경제발전에 사활을 걸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 볼 때, 가뜩이나 쉽지 않은 국내 환경에 더해 북한에 의한 국외 환경 또한 여의치 않게 된다면…. 우리는 이처럼 싫어도 싫어하기보다는 오히려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줘야 하는” 중국의 대북 입장을 이해하며 대중 외교전략을 전개해 나갈 필요가 있다.

둘째, 우리는 중국을 좀 더 ‘대우’해 줄 필요가 있다. 중화의식이 뿌리 깊은 중국이 우여곡절의 근현대사를 거치며 숨 죽이고 지내다가 다시 대국의식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중국에 우리는, 특히 현 정부 들어서는, 그들과 라이벌 관계인 미국으로 치우치는 모습을 보여왔다. 물론 우리 정부가 미국과 좀 더 가까이 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 중국을 싫어하거나 경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의 이러한 마음이 중국에 제대로 전달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를 고려할 때, 대중 외교전략에는 좀 더 세심한 ‘연출’과 ‘센스’가 필요하다. 우리 국익을 위해서라도 대우해 주는 척이라도 하도록 하자.

셋째, 우리는 중국을 ‘사랑’해 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 사회에 뿌리 깊은 ‘편견투성이 중국관’과 ‘시대착오적 중국관’ 등에서 벗어나는 것이 시급하다. 또 우리 사회는 아직도 미국이나 일본을 바라보던 시각에서, 혹은 이들 서방국가가 그들의 국익을 토대로 만들어낸 그들의 프리즘을 통해서 중국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다보니 중국의 많은 중국적 현상에 대해 이들 국가와 하나가 되어 이상하고 이질적이며 우습기 짝이 없다고 지탄하고 비난하곤 한다. 그런데 사회주의를 지향한다는 중국, 그것도 인구 13억명이 사는 거대한 나라를 이런 식으로 치우쳐서 바라보고 재단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까.

한·중 관계는 우리의 호불호와는 관계없이 점점 더 밀접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고려할 때, 기왕 경험하게 된 한·중 관계의 급랭을 서둘러 봉합하려고만 하지 말자. 비 온 뒤에 땅이 굳는 것처럼, 그 경험을 오히려 중국을 더 이해하고 대우하며 또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가운데 존중할 수 있는, 그래서 양국 관계가 보다 더 탄탄하고 내실있게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 2010.05.12 경향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