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철 / 재미언론인, 본지 편집위원 ]


회장 선거를 둘러싼 LA한인회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후보자 자격을 박탈당한 박요한 씨는 법정 소송을 제기했다. 한인회 정상화 추진 위원회는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을 경우 새로운 한인회를 결성하겠다고 한다. 여기에 미주한인회총연합회까지도 사건의 당사자인 스칼렛 엄 회장을 제명하겠다며 가세하는 판국이다.

그런데 나서는 해결사는 많지만 어디에서도 바람직한 해법은 발견되고 있지를 않으니 안타깝다고나 할까? 물론 이번 사태는 스칼렛 엄 씨의 노욕 때문이다. 때문에 그녀가 한인 회장 감투를 내려놓고 한인 사회를 떠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해법이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전무 하고보면...
때문일까?
박요한 씨는 자신의 억울함을 법정에서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원은 그가 요청한 T.R.O.를 기각시켰다. 스칼렛 엄 씨의 회장의 임기는 6월 말까지이고 신임 회장으로 직무를 시작하려면 아직도 1개월 이상의 시간적 여유가 남아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그렇다고 법원이 선관위가 주장하듯 그들의 손을 들어준 것은 아니다. 박요한 씨가 제기한 사항에 대한 설명서를 제출하라는 것이 법원의 명령이니 말이다. T.R.O가 아닌 정식 재판으로 시시비비를 가리라는 것이 법원의 결정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도 선관위는 재판부가 자신들의 손을 들어주었다는 식의 아전인수식 주장을 펼치고 있으니 한심스럽다는 생각이다. 법정에서 재판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문제 역시 간단치 않음에는 틀림없다.

우선 2년으로 되어있는 회장 임기 내에 재판이 끝나리라는 보장이 없다. 특히 비영리 단체를 둘러싼 주도권 민사 소송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또 다른 문제점은 법정이 비영리 단체를 둘러싼 소송을 두고 어느 한 편의 손을 명쾌하게 들어주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사실이다. 변호사조차 헷갈릴 정도로 애매한 양비론적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죽하면 민사 소송에서는 원고도 피고도 모두가 패자일 뿐 유일한 승자는 변호사뿐이라는 말이 법조계에서 나돌까 싶다.

한인회 정상화를 외치며 새로운 한인회 결성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의 모습 역시 그렇다는 생각이다. 가뜩이나 한인회 관계자들의 자질 때문에 한인들이 한인회를 외면하는 판국이 아닌가?
또 다른 한인회를 태동시켜 한 지역에 두 개의 한인회를 만드는 것이 과연 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한 바람직한 해법인지를 고민해보라는 말이다.

미주 한인회 총연합회의 모습은 또 어떤가?
우선 미주총연은 지난 22일 LA에서 긴급 상임이사회라는 명칭의 회의를 개최하였다. 이 자리에서는 미주총연의 전직 이사장이자 현 세계유권자총연합회 회장인 배희철 씨 때문에 회의장은 난장판이 되었다.

이날 회의장에서 배희철 씨는 책상을 두드리며 목청을 높여 스칼렛 엄 씨에 대한 옹호에 나섰다. 미주총연은 LA 한인회 사태에 대해 개입할 명분이 없다는 주장이다. 또 상임이사회의 경우 회칙에 의거해 소집 공고를 2주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같은 절차가 무시되었기 때문에 상임이사회도 성립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펼친 주장을 살펴보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주장이다. 분명 미주총연 회칙에는 상임이사회 개최는 2주전 공고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지만 지역 한인회 분규에도 개입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미주총연의 이사장까지 역임한 인물이 이 같은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또 상임이사회는 분명 2주전 회의 사실을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규정을 무시한 채 회의를 개최한 잘못이 있다.

물론 스칼렛 엄 씨를 옹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억지를 부리며 회의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전직 이사장의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하지만 더욱 한심스러운 모습은 미주총연의 회장단이 아닐까 싶다.
스스로가 만든 회칙조차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지역 한인회 분규를 탓할 자격이 있을까 싶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눈에 들어있는 들보는 못 본채 상대의 눈에 들어있는 티끌만 탓하고 있는 꼴이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생각이다.

정작 우려할만한 문제는 LA한인회 사태를 두고 스칼렛 엄 씨의 배후로 김재수 총영사와 이상득 의원의 이름이 LA한인 사회에서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재외국민참정권 때문이라는 이유와 함께 스칼렛 엄 씨의 남편이 이상득 의원과 친구사이라는 구체적인 사실까지 적시하면서 말이다.

물론 소문은 소문일 뿐 일수도 있다. 하지만 아니 땐 굴뚝에서는 연기가 나지 않는 법이라고 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