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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서 상생문화의 창조적 공동체 만들고 싶다김진복 베를린 한인회장에게 듣는다
김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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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0.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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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와 타협의 도시 베를린, 훔볼트하인 공원 언덕 위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5만 명의 시민들이 공습을 피해 대피했던 방공호가 자리 잡고 있다. 중세시대의 요새와 같은 위용을 자랑한다.

반면 전쟁으로 폐허가 된 건물들에는 예술가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정부와 예술가의 타협이 이뤄진 모습이다. 철거 위기에 처한 건물들을 예술가들이 문화의 공간으로 살려낸 것이다. 또 동⋅서베를린의 경계선에 자리하고 있는 브란덴부르크 문은 한때는 독일의 분단을 상징했고 이제는 독일통일의 상징이 되었다. 역사적 화해의 현장이기도 하다.

베를린은 1871년 독일제국의 수도가 된 후 제2차 세계대전까지 독일의 수도였으며 1920~30년대 독일경제의 중심지 겸 유럽 문화의 중심지였다. 1936년 베를린에서 개최된 올림픽은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의 선전도구로 사용된 것으로 기억되지만 한국인 최초로 마라톤에서 손기정과 남승용 선수가 각각 금·동메달을 획득한 것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일제의 한국에 대한 식민통치가 극에 달하고 항일 민족투쟁이 정점에 이르던 시기, 나라 잃은 설움을 안고 머나먼 타국 땅에서의 손기정 마라톤 우승은 한국민에게 심리적 보상과 민족의식을 드높인 계기가 되었다. 동아일보의 일장기 말소 사건이 본인의 심경을 묵시적으로 대변한 것이라고 밝힌 것처럼 한국인임을 밝히고자 했던 손기정의 정신을 세계에 알리고 되새기는 일은 매우 뜻 깊은 일이 아닐까.

70년의 세월을 훌쩍 넘겨 타협과 화해의 장소가 된 베를린, 한일강제병합 100년이 되는 올해 치욕의 역사를 교훈삼아 암울했던 역사를 화합의 에너지로 승화시키고 손기정 선수의 정신을 세계인들과 함께해 화해와 타협의 정신을 기르는 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김진복 베를린한인회장이다.

김 회장의 활동은 참으로 다양하다. 1970년 광부의 신분으로 간 소위 파독광부 출신이다.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농사만 짓다 한국 정부의 독일 광부⋅간호사 파견에 참여한 것이다. 1963년부터 1977년까지 7만9000여 명의 광부와 1만여 명의 간호사들이 독일로 파송됐다.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광부들 가운데는 상당수의 대학졸업자들이 포함돼 있었다. 1962년 10월 한국이 서독으로부터 최초로 들여온 1억5000만 마르크의 차관은 바로 이들 광부와 간호사들의 급여를 담보로 들여온 것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독일 정부 차관은 우리나라에 대한 공공차관이 중단된 1982년까지 총 5억9000만 마르크에 이르렀다.

파독 10년 후 김 회장은 광부생활을 그만두고 베를린에서 택시 운전사로 30년을 꼬박 근무했다. 베를린에서만 200만Km를 달렸다고 한다. 덕분에 유럽지역은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은 여행을 할 수 있었단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파리에서 베를린까지 자전거 횡단을 하기도 했다.

   
▲ 한인회 임원진들과 함께(자택에서). ⓒ교포신문
김 회장은 2008년 11월 29일, 제27대 베를린한인회장으로 당선됐다. 3번째 도전 만에 당선된 것이다. 취임 후 한인회 임원들을 집으로 초청해 임원회의를 가졌다. 임원진들과의 따뜻한 교제와 신뢰의 바탕이 한인회에 대한 관심을 더욱 깊어지게 하고 한인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잇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김 회장의 자택은 고국의 정취가 물씬 풍기게 꾸며져 있다. 한국에서 가져온 배나무, 사과나무, 감나무와 크나큰 고목들이 만들어내는 그늘은 대 자연의 정원을 연상케 한다. 정원 이곳저곳에는 푸른 잔디와 화초들로 가득 차 있다. 고국을 생각하며 만들었다는 우리나라 지도를 본 딴 연못도 마련돼 있다. 연못가를 따라 심어져 있는 미나리도 볼 수 있는 재미도 있다고 자랑한다.

70년, 독일에 밟을 디딘 이후 김 회장은 줄곧 ‘더불어 사는 사회’를 그려왔다. 자신이 선 자리가 어디이며, 자신이 누구인지 끊임없이 정체성을 확인하며 타향에서의 삶을 살아왔다. 고향에서 타향으로, 한국에서 독일로, 정과 한으로 맺힌 사회에서 정체성의 재발견을 통해 다른 사회에 이바지 할 수 있는 상생하는 문화적 사고를 추구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오랜 이국 생활에서 하나의 가치를 발견했다. 세계 속에 사는 한국인(Weltbürger), 다른 문화와 상생하는 한국인(Intergration), 다른 생각과 대화 할 수 있는 한국인(Toleranz, Demokratisches Denken)이 그것이다.

김 회장은 미래의 눈으로 현실을 보고 새로운 시대적 요구를 담아내는 교민 사회를 만드는 것, 그리고 보다 맑고 투명한 믿을 수 있는 교민사회를 위해 단합과 화해와 협력의 정신이 깃든 한인사회의 모습을 꿈꾸고 있다.

“열심히 돈 벌어 성공했다는 차원을 넘어서 다른 문화와 어울리며 새로운 상생문화의 대안을 제시하는 창조적 공동체를 베를린 한인회가 창조해 냈다는 것을 교민사회에 남기고 싶다”고 강조한다.

   
사진 ⓒ평택신문
전 세계 곳곳의 한인회가 불신되고 비난을 받고 있는 시점에서 김진복 베를린한인회장의 작은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김 회장은 문화를 통한 유럽사회와의 소통에 힘쓰고 있다. 런던의 노팅힐 카니발, 네덜란드 로테르담 카니발과 함께 유럽 최대의 문화 축제로 평가되고 있는 독일 ‘카느발 데아 쿨투언(Karneval der Kulturen)’ 다문화축제에 참가해 우리의 전통문화를 알리고 있다. 1995년부터 시작된 베를린 Karneval der Kulturen 다문화축제는 70여 개국 5000여명의 연예인을 포함 150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다.

김 회장의 한국문화 접목 활동은 한국문화예술 단체들과 연계 다양한 방법으로 전개되고 있다. 올해 9월에 개최할 ‘베를린 손기정 마라톤 대회’ 에도 다양한 문화행사를 손 보일 계획이다. 마라톤 대회를 계기로 문화교류를 통해 한인간의 친목과 화합, 유럽사회와의 소통을 증진시킬 꿈을 키워가고 있다.

이 마라톤 대회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을 듣기 위해 세계한인회장대회에 참석한 김 회장을 워커힐 호텔에서 만났다.

지난 6월 16일, 세계한인회장대회가 열리고 있던 서울 광장동 쉐라톤 워커힐 호텔, 한국의 주요 정당 초청 재외동포정책 포럼 장에는 각국의 한인회장들의 참여로 열기가 뜨거웠다. 주요 정당의 재외동포정책 발표가 있고나서 한인회장들의 질의가 쏟아졌다. 주요 정당의 정책들이 현실적으로 느끼는 한인사회의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거나 동떨어진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질의자로 나선 김진복 베를린한인회장은 이 날 “외국에 살면서 외국인이 되지 않는 한국인이 되지 말자! 한국문화를 외국에 접목시키는 선진 국민이 되자는 것이 나의 모토이다”라고 서두를 꺼낸 그는, “지난 1년 넘게 준비한 ‘손기정 베를린 마라톤 대회’를 위해 재외동포재단에 예산 지원을 요청했지만 공관 직원을 통해 돌아온 답변은 ‘지원불가’란 단 한마디 이었다”고 섭섭함을 드러냈다.

김 회장의 돌발적인 질문에 발표자로 나온 의원들은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힘써보겠다는 것으로 얼버무렸다. 재력 있고 힘 있는 다른 대륙의 단체들에 예산이 지원되는 부분과 비교하면 김 회장의 섭섭함에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의원들의 답변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고 책임 있는 답변인지, 립 서비스 차원에서 한 이야기는 아닌지 시간을 두고 지켜 볼 일이다.

‘손기정 베를린 마라톤 대회’ 의 준비사항을 물어봤다. 대회는 9월 25일, 독일 베를린 템펠호프(Tempelhof) 비행장으로 정했다고 한다. 템펠공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비행장으로 알려져 있다. 2008년 10월 30일에 문을 닫은 이 공항은 세계대전 전후로 유럽의 관문이자 히틀러의 상징이었다. 템펠호프 건물은 아직도 세계에서 가장 큰 건물 20위 안에 든다. 또한 이 공항은 독일통일의 원천이기도 하다. 2차 대전 후 1948년 소련에 의한 베를린 봉쇄 때 미국, 영국, 프랑스에 의한 베를린 공수작전의 거점으로써 ‘생명줄’ 역할을 해 향후 독일통일의 역사적인 상징으로 남아있는 곳이다.

   
▲ 꽃다발로 일장기를 가리고 있는 손기정 선수. 
김 회장은 이곳에서 1936년 독일 베를린올림픽대회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선수를 기념하는 역사적인 매치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역사적인 장소에서 암울했던 한민족의 역사를 화합의 에너지로 승화시키며, 전 세계 한인들뿐만 아니라 유럽인들과의 화합과 친목을 도모하는 자리를 만든다는 취지이다.
그동안 김 회장은 이 마라톤 대회를 위해 1년 넘게 홀로 준비해오면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아왔지만 지금은 취지에 동참하는 많은 사람들로 인해 조금씩 자신감을 갖는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 마라톤 대회 규모는 500명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36년간 지속되고 있는 베를린 국제 마라톤 대회에 열리는 시기에 맞춰 ‘베를린 손기정 마라톤 대회’를 개최함으로써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회에 필요한 비용은 5만 유로(한화로 약 7300만원)로 예상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이 대회에 유럽한인연합회와 유럽 민주평통도 뜻을 같이 하겠다는 의향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독일의 자치단체들의 반응도 호의적이라고 귀뜸했다. 독일 베를린시와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김 회장은 “유럽을 가지려면 독일을, 독일을 가지려면 베를린을 가져야 한다는 말처럼 30년 후 유럽의 중심은 베를린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럽의 프로페셔날(Professional)한 문화에 우리 한민족의 문화를 접목시켜 가치를 창출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재원부족으로 대회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김 회장이 이 대회를 어떻게 치러낼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외동포재단을 비롯한 정부와 한인사회, 기업체들의 후원과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입양아 관련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유럽에 한국인 입양아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서상 한국 정부가 입양아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은 좋지만 사실 입양아 문제는 수치스런 부분이다”고 말했다. 입양아 보다 정상적인 한인 청소년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정책적 전략적 접근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 제39회 재독일종합체육대회 - 한인들과 함께.
또 한국에서 독일이나 영국, 프랑스 등에 유학 온 한국 유학생들을 주목하라고 강조했다. 유럽에 유학하는 이들 한국 유학생들은 세계적 수준의 실력을 갖춘 예술가, 음악가 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회장은 “죽기 전에 꼭 예술 문화로 국의선양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머나 먼 타국 땅에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에 온갖 어려움과 설움을 참아가며 서로가 위로 자가 되고, 가정을 꾸렸던 독일 한인사회의 주역들인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 그러나 아직도 유럽사회에서는 한국은 낯선 나라이다. 이들 한인사회 주역들은 한국을 알리고 한인의 위상을 증진하기위해 한인2세들과 다시 비전을 그리고 있다. 화해와 타협의 도시 베를린, 한인사회 수장으로서의 김 회장의 활동과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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