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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공계 인력 3만명 해외로… 위험수위 ‘두뇌 유출’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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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4.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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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 논설위원

   
 

4000명 대 3만 명. 2010년 이후 이공계 인력의 연평균 국내 유입과 국외 유출 규모다. 우수 인재가 외국으로 빠져나가기만 하고 한국으로 들어오지 않는 ‘인재 수지 적자’ 상태다. 기초과학 분야는 물론이고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도 인재 유출이 심상치 않다. 더 우려스러운 건 숫자보다 질이다. 국내의 에이스급 연구자와 학생들이 미국 등 선진국으로 이탈하고, 그 빈자리를 인도 베트남 파키스탄 등에서 온 학생들이 채우는 실정이다. 4대 과학기술원의 박사후연구원 4명 중 1명이 외국인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봐도 한국 이공계 두뇌들의 ‘탈(脫)한국’은 심각한 수준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한국의 두뇌 유출 지수는 2021년 24위에서 2023년 36위로 추락했다. 미국 시카고대 폴슨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 대학원을 마친 AI 인재의 약 40%가 해외로 나갔다. 인도, 이스라엘 다음으로 많다. 미 스탠퍼드대가 조사한 1만 명당 AI 인재의 국제 이동 지표에서 한국은 순유출을 보였다.

‘인재 엑소더스’의 가장 큰 이유는 확연히 차이 나는 처우다. 구글의 신입 직원 평균 연봉은 18만4000달러(약 2억5000만 원)에 이른다. 이에 비해 국내 대기업들의 평균 연봉은 1억 원을 갓 넘고, 정부출연연구소는 9500만 원에 불과하다. 기초과학 분야에선 처우를 떠나 제대로 된 일자리조차 부족하다. 1990년대엔 이공계 박사 인력 대비 박사급 일자리가 2.6배였는데, 지금은 0.5배에 그친다. 이러니 대학 입시에서 최상위 학생은 의대에 뺏기고, 학부와 대학원에서 기껏 키운 인재는 해외에 뺏긴다.

사실 보상에만 초점을 맞추면 애초에 경쟁이 어렵다. 하지만 고급 인재를 붙잡아 두는 데는 보상만큼이나 연구 환경이 중요하다. 해외에서 일하는 한국인 AI 연구자들에게 ‘귀국을 고려할 만한 조건’을 물었더니 우수한 동료 연구진과 연구 인프라,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연구 문화를 우선적으로 꼽았다. 이공계 인재들이 인류와 사회에 기여하는 연구를 한다는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사회적 위상을 제고하는 것도 과제다.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이공계 인재 확보는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다. 우수한 학생들을 이공계 핵심 인재로 키워내고, 양질의 해외 인재를 한국으로 유치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마음껏 연구하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혁신 연구개발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공계 인재는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의 첨병이다. 무역적자보다 더 두려운 인재적자를 해소해야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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