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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속의 섬’ 벗어나야
미주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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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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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1.15 미주 한국일보 / 정찬열 시인 ]


이곳 한인사회가 섬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민을 왔으면서도 한국인끼리만 어울려 사는 미국 속의 섬. 그 작은 섬에 갇혀 아옹다옹 도토리 키 재기를 하며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무슨 얘기인가. 지난 11월 2일에 실시된 중간 선거에 전국적으로 25명의 한인 후보자가 출마하여 이중 3분의 2에 달하는 16명이 당선되었다지 않는가. 역대 선거사상 최다 기록을 갱신했다는 뉴스를 들어보지도 못했는가.

그래서 하는 말이다. 미국 선거판에서는 그렇게 당당하고 깨끗하게 선거를 치러 내는 사람들이, 그렇게 해서 일취월장 열매를 맺어가는 한국인이, 우리끼리 하는 선거에서는 왜 그렇게 못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하는 말이다.

지난 어바인 시장 선거 때, 하루를 틈내어 몇 사람과 함께 강석희 후보를 따라 운동화를 졸라매고 가가호호 유권자 방문을 했다. 미국 선거의 참 모습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방문이 끝나고 차 한 잔 들면서, 우리는 선거 때면 통반장들이 여당후보를 위해 돈 봉투를 돌리던 부끄러운 한국선거의 추억들을 화제에 올렸다.

이번에도 여러 경로를 통해 한인 후보들의 선거운동을 지켜보면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또 배웠다. 그러면서 두 사람이 한인회장으로 버티고 앉아있는 엘에이 한인사회의 모습이 생각나고, 2년 전 내가 사는 오렌지카운티 한인회장 선거 때 있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OC 한인회장 선거에 몇 사람이 출마를 선언했다. 필자도 그 중 한사람이었다. 후보 등록도 하기 전부터 예비후보들은 연말행사와 겹친 단체행사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여러 단체에서 이런저런 명목으로 돈을 요구해왔고, 후보 측에서 자발적으로 기부하기도 했다. 후보들이 마련한 술자리가 타운 곳곳에서 열렸고, 어떤 사람은 몇 표를 가져 올 테니 얼마를 달라며 노골적으로 흥정을 해왔다. 지금은 한국에서도 그렇지 않다는데, 6,70년대 한국의 막걸리 선거나 고무신 선거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보의 능력이나 공약 같은 건 관심 밖이었다. 누가 돈을 더 많이 쓰는가 경쟁하는 것 같았다. 정상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어, 한 후보를 지지하면서 회장후보를 사퇴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이 담긴 괴문서가 한인 타운에 살포되었다. 후안무치한 일이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있었지만 그런 일을 해결할 능력도 의지도 없어보였다.

후보가 등록을 마치고 선거가 끝날 때 까지, 상대후보에 대한 근거 없는 인신공격과 불법 탈법이 난무했다. 이게 과연 민주주의가 만발한 미국에서 시행된 선거인지 묻고 싶었다. 선거에 관한 한, 한인사회는 미국 속의 섬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치러진 선거에서 2,340표를 얻은 사람이 당선되었다. 20만 한인을 대표하기에는 턱 없이 초라한 숫자였다. 한인사회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한 선거였다.

오는 2012년부터 재외국민 참정권 시대가 열린다. 며칠 전 미주 한국일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인 65%가 적극적으로 선거에 참여하겠다고 응답했다 한다. 걱정이다. 미주 한인들의 표가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니 더욱 그렇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했다. 선거참여는 바람직하지만 선거를 치루는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민주주의 선진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답게, 우리 동포들이 깨끗하고 당당하게 선거권을 행사해 주기 바란다. 미국 속의 작은 섬, 거기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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