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철 / 재미칼럼니스트, 본지 편집위원 ]


미주한인상공인총연합회(이하 연합회)의 관계자들은 자신들의 모습이 부끄럽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시각은 사안에 따라 모두가 제 각각이다. 필요에 따라서는 정관이 인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정관에 위배되는 사실이 지적되면 “언제는 연합회 정관대로 운영된 적이 있느냐”는 식이다. 중구난방 제멋대로이다. 지난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임시총회에서도 “미주 총연(연합회)이 지난 6년간 정관대로 운영된 사실이 있느냐?”는 말이 사회자로부터 나왔다는 소식도 들린다.

뿐만 아니라 차기 회장 선출에 대한 권한도 전직 총회장들에게 위임하기로 의결했다는 것이다. 연합회 장관에 따르면 회장 선거에 관한 권한은 선거관리위원회의 몫이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임시총회의 결정이 정관을 뛰어 넘을 수가 있다는 식이다.

과연 그럴까?
이날 임시총회에 참석한 회원의 숫자는 30명 정도이다. 미주 한인상공인을 대표한다는 연합회의 위상치고는 성원 여부를 떠나서라도 초라하기 그지없는 모습이다. 더구나 이날 임시총회에는 소집권자인 정주현 회장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불참한 가운데 개최되었으며, 지난해 10월 대구 세계한상대회 기간 대구에서 열린 임시이사회의 참석인원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숫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개최한 임시총회가 정관을 뛰어넘어 모든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엄청난 논리의 비약이 아닐 수 없다. 임시총회에서의 결정이 정관을 뛰어넘어도 좋다는 조항이 연합회에만 있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매사가 이런 식이니 연합회가 허구한 날 삐걱 소리를 내고 있는지 모른다.

여하튼 제 22대 연합회 출범 직후부터 있었던 불협화음을 잠재우기 위해 정주현 회장과 정병식 이사장은 2010년 7월 12일 합의문을 작성한다. 이유인즉 정병식 이사장은 2010년 7월 9일 이사들에게 7월 24일 애틀랜타에서 긴급 이사회를 개최해 정 회장의 자격 심의를 할 예정이라는 공문을 발송했기 때문이다.

당시 정 회장을 22대 연합회 총회장에 추대하는 주요 조건중 하나는 공탁금과 회비 명목의 3만 달러를 회장 취임 전에 납입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 회장은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채 22대 회장에 취임했다.
이후 이사회는 정 회장에게 2009년 5월 22일까지 약속을 이행할 것을 의결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탄핵설이 나돌자 정 회장은 7월 12일 정병식 이사장에게 다음과 같은 조건이 달린 합의서를 제출한다.
「1. 당대에는 정관 개정을 하지 않는다.(정관 위원회 자동 해체)
2. 감사를 회장과 이사장이 각각 1인씩 선정하여 정관에 따라 새로 선출한다.
3. 차기 총회장 선거를 위해 선거관리위원장은 리처드 조/뉴저지상공회의소 회장 외에 한명은 총회장은 추천하여 선출한다.
4. 재외동포재단 운영위원회에 (운영 위원을)현 이사장인 정병식 이사장으로 대치하도 록 이를 서면으로 재외동포재단에 통보한다.
5. 총회장은 앞으로 회원들의 모임이나 행사를 할 때 먼저 이사장과 의논하여 실행한 다.
위 사항을 총회장인 본인은 충실히 이행할 것을 이사들에게 약속한다.」며 정 회장은 자필 서명을 하고 있다.

또 정병식 이사장은 위에 사항이 모두 실행될 경우 E-Mail에 거론되고 있는 문제들을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후 애틀랜타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긴급 이사회를 대구 한상대회 기간에 개최한다.

정주현 회장과 정병식 이사장은 7월 12일 작성된 합의서에 의해 지난해 대구 세계한상대회에서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리처드 조와 김영창 씨를 선거관리위원장으로 선출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웬일인지 이날 이사회 사회를 맡았던 강 사무총장의 주장은 다르다. 이날 임시이사회가 결정한 사안은 선거관리위원장을 2인으로 하기로 한 것일 뿐 위 두 사람을 선거관리위원장으로 선출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정병식 이사장은 대구 세계한상대회기간 열린 이사회에서 정 회장의 추천으로 선출된 김영창 씨는 정회원 자격에 문제가 있다며 리처드 조 씨가 단독 선거관리위원장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얼마 후 정 이사장은 또다시 입장을 바꾼다. 정 회장과 공동 명의로 2010년 12월 18일자로 발송한 공문에서는 자신이 주재한 10월 세계한상대회 기간 열린 임시이사회는 성원미달로 원천무효라는 주장을 펼친다. 이후 2011년 1월 15일 애틀랜타에서 개최된 38차 이사회에서는 이전(4월 30일)에 작성된 6인 합의서와 자신과 정 회장 사이에서 2010년 7월 12일자로 작성된 합의서까지 합법적이 아니기 때문에 무효라고 선언한다. 정관 6조 25항에 의해 선거관리위원장은 현 회장이 1명을 추천하여 이사회에서 인준을 받는 것이 원칙이므로 지난해 10월 임시이사회 결정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정 회장과 정 이사장은 이 같은 정관 조항이 있다는 사실을 몰라서 7월 12일 양인 간에 합의서를 작성한 것인지, 또 사무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대구 세계한상대회 기간 열린 임시이사회는 정 이사장 정 회장 모두가 참석했는데 당시에는 몰랐던 정관 규정을 애틀랜타 이사회를 앞두고 새삼 알게 되었다는 것인지 연합회를 둘러싼 의혹은 계속되고 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