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수립 60주년인 올해에도 일본과의 독도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억지주장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일본문부과학성에서 독도영유권이 제기된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한국은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할 때마다 관용적 입장에서 역사문제에 대해 미래지향적으로 나가자고 제안했지만 일본은 한 술 더 뜨고 있다. 그들의 처사가 요즘 날씨만큼이나 참기 어렵다.
오늘날 한국인들은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위기 속에 살고 있다. 지구상에서 109번째로 작은 땅 위에 세계 인구 25위권인 5천만 명이 살고 있다. 올해 들어 세계가 식량위기에 놀라 소동할 때 우리는 땅 좁은 것만 한탄하고 있었고 날로 치솟는 국제석유류가격에도 자원 없는 가난한 나라의 설움에 원망만 하고 있었다.
땅은 좁고 인구는 많지만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 주변에 세계 4대강국이 대치하고 있다. 세계 유일의 패권국가인 미국과 새로운 초강대국으로 등장한 중국, 유럽에서 아시아로의 세력 확장에 여념이 없는 강대국 러시아와 경제대국 일본이 그들이다. 대륙으로 진출하려면 중국과 러시아가 기다리고 있고 태평양으로 나가려면 미국과 일본이 막고 있다. 세계 초강대국들 사이에서 한국이 자리할 틈이 보이지 않는다. 영원한 적도 없고 영원한 아군도 없다는 국제질서 속에서 우리의 삶은 위기 그 자체이다. 그들은 자국의 이익추구에 여념이 없고 그 가운데 한국이 있다. 우리의 미래가 그들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들 강대국들과 한국의 미래에 근본적인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새 정부는 전통적 우호관계의 회복이라는 구호아래 먼저 미국으로 달려갔지만 미국은 쇠고기 협상에서 자신들의 이익만 챙겼다. 우리 국민들은 분노했다. 추가협상에서 미국으로부터 양보 받은 것은 겨우 우리 정부의 체면이 회복되는 수준이었다.
다음으로 일본으로 달려가 과거사와 영토분쟁에서 벗어나 화합하자고 제의했지만 일본은 역사왜곡과 독도문제에 대해 오히려 더 노골적으로 나온다. 중국은 한국의 미국과 일본 중심 외교에 대해 불만스러워 할 뿐이다. 고구려사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우리가 주변 강대국들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솔로몬의 지혜로도 부족할 것 같다.
우리에게는 `한국식 생존외교’ 즉 21세기 국제사회에서 한국인으로 살아남기 위한 모델이 필요하다. 지난 정부에서 우리의 생존전략으로 `동북아균형자론’이 제기된 바 있다. 이것은 주변 강대국과의 갈등 아래에서 능동적인 생존전략이 절실하다는 위기의식에서 제기된 것이었지만 현실성이 없었다. 오히려 주변 국가들과의 갈등만 부추기게 되었다.
`한국식 생존외교’ 전략은 우리만의 현실에서 찾아야 한다. 위기가 기회라고 했다. 우리가 국내외적인 위기 속에 서 있지만 우리 역사에서 다시 만나기 어려운 좋은 기회가 도래했다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은 세계10위권의 경제대국일 뿐만 아니라 세계 초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밀접하게 관련된 국가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시대 내내 한국은 세계외교의 관심지역이었고 1960년대 이후 한국의 경제성장은 세계 개발도상국가의 성장모델이 되었다. 한국과 같은 작은 나라가 세계 초강대국과의 외교관계 속에서 민감한 세계뉴스의 원천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은 세계역사상 그 유례가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인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특별한 인내심과 지혜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만든 `한국식 경제발전’ 모델의 창조 경험에서 나아가 `한국식 생존외교’ 모델의 창조가 필요하다. 중국과 일본은 우리의 영원한 이웃 국가이다. 그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역사논쟁과 영토분쟁 역시 쉽게 매듭지어질 수 없다. 성급한 결과 위주의 정책과 눈에 보이는 성과에 집착한 어설픈 대책이 남발된다면 끝내 그들에게 휘둘리고 상처받게 될 뿐이다.
땅이 좁고 자원이 부족한 국가가 세계 초강대국과 공존하려면 주변국가의 딴죽걸기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냉정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국내외적 위기에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기회로 바꾸어 나갈 수 있는 지혜가 절실하다. `한국식 생존외교’의 모델 구축이 21세기 한국의 희망이다.
최종편집 : 2024.4.19 금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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