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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밟힌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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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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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5.16. 뉴스코리아  <데스크칼럼> / 최윤주 편집국장 ]


   
세상은 명분의 힘으로 움직인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명분이 없으면 사람들을 모으기 힘들고, 아무리 이긴 전쟁이라도 명분이 없으면 세인들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때문에 인간사(人間事)는 명분싸움으로 점철된 역사다. 어떠한 환경에서라도 명분은 이길 수 있는 힘을 제공했고, 이긴 싸움이라도 명분이 없는 것은 심판의 잣대를 피할 수 없었다.

명분 만들기는 의외로 간단하다. 과거 군사독재정권은 ‘경제부흥’이라는 명분을 만들어 명분 없는 자신들의 정권을 보안했고,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테러리스트들은 ‘성전’이라는 명분을 붙여 반인륜적인 범죄를 포장한다.

지난 10일(화), 댈러스 한인회와 북텍사스 한인회가 통합을 발표했다. 지난 2009년 불법선거가 자행됐던 제31대 댈러스 한인회장 선거과정의 결과물로 파생된 두 개의 한인회가 ‘화합의 손’을 맞잡은 것.

댈러스 한인회와 북텍사스 한인회의 통합은 댈러스 한인사회에 더 이상의 분열과 반목은 없음을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다. 때문에 ‘한인회 통합’이 주는 의미는 그 무엇보다 크다. 부정선거로 인한 한인사회의 앙금이 깊었던 만큼, 둘 간의 틈새가 컸던 만큼, 한인회 통합이 주는 대의적인 명분은 모자람이 없다.

문제는 원칙이다. 지난 2009년 한인회장 선거가 댈러스 한인사회를 혼란에 빠트렸던 이유는 원칙이 무시됐기 때문이다. 원칙을 무시함으로 인해 무너져버린 신뢰는 원칙을 바로 세워야만 회복될 수 있다.

그러나 통합의 명분 앞에서 원칙은 무참하게 버려졌다. 2년 전 선거 당시에 불거졌던 불법선거, 부정선거 수준이 아니다. 아예 선거과정이 사라졌다. 선관위 구성도 없고, 유권자 등록도 없고, 후보 등록도 없다.

이번 통합은 제32대 댈러스 한인회장에 추대된 안영호 북텍사스 한인회장이 6월 1일 날짜로 직무수행을 시작하고, 그에게는 2년의 임기가 주어진다는 게 주요 골자다. 박순아 회장이 회장직을 내려놓고 통합에 임했다면, 안영호 회장은 제32대 댈러스 한인회장이 되어 잔여임기를 수행하는 게 원칙이고, 상식이며, 댈러스 한인회 40년 역사의 전통이다.

회칙은 분명히 ‘보결자의 임기’를 “전임자의 잔여기간으로 한다(제24조의 2)”고 적고 있다. 또한 댈러스 한인회 회장은 “선거관리규정에 의하여”(제20조) 선출되는 선출직이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2년 임기를 부여하고, 누구 맘대로 선거도 안했는데 다음 회기를 책임질 회장을 세우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댈러스 한인회는 그 역사가 시작된 이래 어떤 형식으로든 민주적인 절차로 회장직을 선출했다. 간혹 뜨거운 선거경선의 열풍으로 한인사회가 시끄러웠던 적은 있었지만 선거절차만은 생략된 적이 없다. 회장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할 경우에는 잔여기간을 채울 다음대의 회장을 추대했고, 잔여임기가 끝난 후에는 반드시 정상적인 절차로 선거를 치러냈다. 임기와 선거만큼은 40년 역사동안 그 원칙이 흐트러진 적이 없다.

회장선출과 관련한 회칙은 또다시 참혹하게 내쳐졌고, 회장선거의 민주적인 절차는 철저하게 유린됐다. 통합이니까, 좋은 일이니까 그깟 원칙쯤은 통합 앞에서 별 일 아니니까, 무시해도 된다는 심산이다.

허나, 좋은 게 좋은 거니까 넘어가자는 말은 고사리 손 아이들의 게임내기에서도 먹히지 않을 말이다. 정당한 방법이어야만 좋은 게 좋은 것이고, 좋은 게 옳은 것이 될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져야 하는 게 ‘원칙’이다. 원칙을 내팽개친 통합은 명분으로서의 가치가 없다. 결국 또 다른 ‘담합’이고 더 큰 ‘분란’만 야기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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