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한테는 정(情)이 안간다. 대통령 이명박과 172석 공룡 한나라당이 집권 7개월 내내 죽쑤고 있는데도. 무능력한 정권에 만정이 떨어지고 있는데도. 왜 제1야당 민주당이 지지도 10%대의 군소정당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정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왜 정이 안갈까? ‘잃어버린 10년’에 대해 맹성하는 노력이 털끝만큼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 대다수는 김대중·노무현 10년을 잃어버렸다고 판단했기에 정권 교체를 했고, 총선에서도 패배를 안겨준 것 아닌가? 그런데도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이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고 우기는 논리를 맹종하고 있다. 그래서 민주당을 용서하고 싶다가도 그런 모습을 보면 정이 뚝뚝 떨어지고 분노가 다시 들끓어 오르는 것이다. 민주당은 민주당 골수들만이 좋아하는 정당으로 고착화되고.

민주당이 살 수 있는 길은 김대중·노무현 10년이 민주당에도 잃어버린 세월이었다고 인식해야만 찾아질 수 있다. 잃어버린 10년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역발상을 해야 하는 것이다. 민주당, 김대중·노무현이 권력의 단물을 빼먹을 대로 빼먹고 떠나면서 ‘부채’만 유산으로 남겨준 정당 아닌가? 두 사람이 버린 정당이다. 민주당이 떠안은 건 대선·총선 패배와 기약할 수 없는 미래 아닌가? 왜 민주당이 잃어버린 10년의 유산을 물려받아야 하는가? 민주당이 부채 탕감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려면 두 사람의 노선을 포기하고 새 길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그러지 못하고 있다. 왜? 그래야 금배지 달고 떵떵거리며 살 수 있는 기득권이 보장되기 때문에. 김대중·노무현을 살아있는 신으로 섬기는, 이런 시대착오적 수구세력을 민주당에서 도태·퇴출시켜야만 민주당이 지지세력의 외연을 확대해 살아갈 수 있다. 당대표 정세균이 대통령 이명박과 초당적 협력에 합의한 걸 놓고 이런 수구세력들이 ‘한나라당 2중대론’으로 공격하고 있다.

이런 수구세력들이 종부세 개정 문제에 대해 ‘1% 강남 부자 특권층을 위한 정책’이라며 또 국민을 갈라세우는 야비한 편가르기를 주도하고 있다. 왜 이 문제를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대결구도로 몰고 가는가? 한나라당 안에서 덜 떨어진 소영웅주의자들이 이런 소릴 하더라도 민주당 안에서는 그런 소리가 나와서는 유리할 게 없다. 역시 민주당은 좌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원칙, 그리고 조세 정의 차원에서 재검토하고, 문제가 있으면 고치자는 소릴 왜 못하는가? 민주당이 시대착오적인 수구세력에 밀려 국민을 두부처럼 자르는 ‘김대중·노무현식 재미’를 버리지 못하는 한 민주당에 정 붙이고 싶은 세력, 더 정확히 말하면 이명박 정권의 ‘잃어버린 7개월’에 정을 뗀 세력을 결코 주워담을 수 없다. 그렇게 국민을 나누면 민주당 지지도가 오를 것이다? 민주당이 아니라 민주노동당의 지지도가 더 오를 것이다. 동교동 아방궁에서 살고 있는 전직 대통령, 골프장에서 하늘에 비행선 띄우고 정치자금 펑펑 대준 재벌 아들 딸 주례 서는 전직 대통령을 복당시켜 김일성 김정일 부자처럼 사진 걸어놓고 싶어 안달하는 세력이 있는 정당? 이런 정당을 정신 있는 국민 누가 이명박이 밉다고 지지할 것인가?

당대표 정세균을 비롯한 민주당내 신주류가 가야 할 길은 김대중·노무현 노선과의 결별이고, 구체적으로는 만신창이가 된 이명박 정권의 실용주의를 차용해 ‘실용주의 야당’으로 대변신하는 것! 민주당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이미지-김대중,노무현, 호남, 노사모-를 깨고 국가 위기 앞에서는 한나라당 2중대 소릴 듣더라도 과감하게 ‘국민의 편에 서는’ 대승적 자세를 보일 때, 민주당이 말하는 1% 특권층의 미움도 삭아들고, 외연도 넓혀져 민주당을 다시 보게된다. 정세균이 또 당내 수구 기득권 세력에 밀리면 민주당엔 미래가 없다. 제2의 손학규가 안돼야.

민주당은 이명박과 한나라당을 찍었던 세력들 사이에서도 ‘진짜 민주당이 한나라당 2중대가 아니라 3중대, 4중대가 됐네?’라는 소릴 들을 때까지 실용주의 야당으로 가야한다. 민주당은 무능한 이명박 정권을 맞아 예상보다 빨리 재기할 수 있는 천운을 눈앞에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