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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만한 이인규 중수부장…자살 택한 노 전 대통령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참여정부 5년의 기록 담은 '운명' 출간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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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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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규 중수부장이 대통령을 맞이하고 차를 한 잔 내놓았다. 그는 대단히 건방졌다. 말투는 공손했지만 태도엔 오만함과 거만함이 가득 묻어 있었다.”

지난 14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발간한 참여정부 5년의 비화를 담은 책 ‘운명’의 한 구절이다.

문 이사장은 책에서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과 30년 동행한 발자취라며 퇴임 직후 검찰 조사를 받던 당시 상황을 상세히 기술했다. 말그대로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전직 대통령의 검찰조사 과정이다 보니 세간의 관심이 집중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 이사장은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변호인으로서 비교적 검찰 조사 과정을 모두 참관할 수 있었다. 그는 책에서 “조사 과정을 지켜보면서 검찰이 아무 증거가 없다는 걸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대통령과 박연차회장의 말이 다른데 박 회장의 말이 진실이라고 뒷받침할 증거를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며 “심지어 (노 전 대통령과 박연차 회장의) 통화기록조차 없었다. 통화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문 이사장은 “검찰을 장악하려하지 않고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보장해 주려 애썼던 노 대통령이 (퇴임 직후 본인에 의해 자유로워진) 바로 그 검찰에 의해 정치적 목적의 수사를 당했으니 세상에 이런 허망한 일이 또 있을까 싶다.”고 회고했다.

문 이사장은 “이제 누군가는 노 대통령을 극복해야 하고 참여정부를 넘어서야 한다”며 “성공은 성공대로 좌절은 좌절대로 뛰어넘어야 한다는 그런 바람으로 펜을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 전대통령은 취임 직후 검찰에 “검찰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문구를 친필로 써서 검찰청에 보낸 바 있다.

문 이사장은 “대통령 서거 후 상속신고를 하면서 보니 부채가 재산보다 4억원 가량 더 많았기 때문에 좀 더 길게 보면 결국 사실은 법적으로 규명될 일이었다”며 “(노 전 대통령이) 견디셨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개인적 입장을 피력해 자살을 감행한 노 전대통령의 선택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최근 발간한 저서‘진보집권 플랜’을 통해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도 “특수수사의 기본원칙은 모든 물증을 다 갖춰두고 맨 마지막에 그 사람을 데려와서 자백을 받는 것인데 전직 대통령을 불러다놓고 아무 물증도 없는 상태에서 자백하라한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이 살아있어서 재판까지 갔다면 분명 무죄가 나올 사건이었지만 노무현 개인에게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고 반대정파를 절멸시키겠다는 정권의 의도를 충실히 집행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문 이사장은 대검 중수부 폐지와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대검 중수부 폐지는 검찰의 탈정치, 정치 중립을 위해 상당히 중요한 과제였지만 역설적으로 정치 중립의 요구 때문에 손을 대지 못했다”며 “중수부 폐지를 본격 논의하기 전에 대선자금 수사가 있었고 그 수사를 중수부가 하면서 검찰이 국민들로부터 대단히 높은 신뢰를 받게 돼 중수부 폐지론이 희석됐다”고 증언했다.


(기사출처 : 2011.06.15 / 헤럴드경제 )


다음은 문 이사장의 이번 저서에서 최대 이슈가 되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 당일인 2009년 4월30일의 하루를 기록한 ‘치욕의 날’ 전문이다.

2009년 4월30일 아침. 대통령이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대검청사로 출석하게 됐다. 치욕스런 날이었다. 대통령이 오지 말라고 말렸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여사님은 아무 말도 없이 눈물을 참고 있었고, 대통령은 담담했다.

대통령을 격려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 위로는커녕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오히려 대통령이 그들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실없는 농담을 건네며 분위기를 바꿔보기 위해 애를 썼다.

대통령이 사저를 나섰다. 오랜 시간 꾹 참고 있던 여사님이 대통령의 뒷모습을 보다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만 울음을 쏟고 말았다. 대통령이 가던 길을 돌아와 여사님을 다독였다.

대통령이 탄 버스 위로 줄곧 취재 헬기가 떠다녔고, 많은 취재차량이 뒤를 따랐다. 버스 안엔 무거운 정적만 흘렀다. 모두 침울한 가운데 대통령은 가는 내내 담담하게 계셨다.

검찰에 도착했다. 이인규 중수부장이 대통령을 맞이하고 차를 한잔 내놓았다. 그는 대단히 건방졌다. 말투는 공손했지만 태도엔 오만함과 거만함이 가득 묻어 있었다. 중수1과장이 조사를 시작했다.

대통령은 차분하게 최선을 다해 꼬박꼬박 답변을 했다. 대통령의 절제력이 놀라웠다. 검찰의 조사를 지켜보면서 검찰이 아무 증거가 없다는 걸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박연차 회장의 진술 말고는 증거가 없었다.

대통령과 박 회장 말이 서로 다른데, 박 회장 말이 진실이라고 뒷받침할 증거를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 심지어 통화기록조차 없었다. 통화기록이 없다는 것은 통화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었다.

대통령의 절제력은 조사가 끝난 후 박 회장을 만났을 때 더욱 놀라웠다. 우선은 박 회장과 대질을 시키겠다는 검찰의 발상 자체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대통령이 아니라고 한 부분이 박 회장 말과 다르면, 다른 객관적 증거로 누구 말이 맞는지를 가리는 게 검찰의 일이다. 대질을 하겠다는 건 대단한 무례였다. 결국 변호인들의 거부로 대질은 하지 않고, 대질을 위해 오랫동안 기다린 그를 만나 인사라도 나누시라고 해서 이뤄진 조우다.

대통령은 따뜻하게 인사를 건넸고, 그 상황에서도 그를 위로했다.

대통령은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박연차 회장에 대해 원망이나 서운한 말씀을 한 번도 안 하셨다. 박 회장도 버티다가 도저히 어쩔 수 없는 궁지에 빠진 것으로 이해를 했다. 박 회장이 언젠가 자유로워지면 모든 진실을 털어놓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대통령이 박 회장의 궁박한 처지를 애써 이해하려 한 이유는 또 있다.

그의 딸들까지 조사를 받았다. 외환관리법위반 혐의였다고 한다. 또 태광실업이 받은 시설자금 융자 관련 조사도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가족과 기업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어르면 버티기 어려운 법이다. 그런 얘기들이 들려왔다.

검찰 조사가 끝나고 돌아오는 버스에서도 정적만 흘렀다. 장시간의 조사에 지치기도 했다. 무엇보다 심경이 참으로 착잡하셨을 것이다. 기분을 풀어드린다고 가벼운 이야기를 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 날까지의 과정이 견디기 힘들어서 그렇지, 막상 검찰이 기소를 하고 나면 법원에서의 승부는 자신을 했다. 검찰과 언론이 아무리 ‘여론재판’이나 ‘정치재판’을 해도, 법은 법이다. ‘사실’이 갖고 있는 힘이 있기 때문에 무리한 수사나 조작은 한계가 있다. 그 사건이 그랬다. 이길 수 있었다. 대통령도 그런 차원에서 ‘진실의 힘’, ‘명백한 사실이 갖고 있는 힘’을 믿었다.

검찰의 대통령 소환 조사는 마지막 수순이었다. 그러면 곧바로 신병처리를 하든가, 불구속 기소라도 하든가, 아니면 무혐의 처리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를 못했다. 검찰 조사가 끝난 이후에도 아무 처리를 못한 채 질질 끌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검찰도 공소유지가 될 지에 대한 판단을 해 봤을 것이다. 그 상태에서 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물론 어렵다. 영장이 기각되면 검찰이 그 동안 해왔던 모든 수사가 무너져버리는 셈이 된다. 불구속기소를 하더라도 공소유지가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언론을 통한 모욕주기와 압박 외엔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대통령을 사저에 모셔드리고 아주 늦은 밤, 집으로 돌아왔다. 착잡했다. 온갖 잡생각이 머리를 짓눌렀다. 끔찍한 하루였고, 내내 긴장한 탓에 피곤이 극에 달했다. 그런데도 잠이 오질 않았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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