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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벽'을 향한 아우성
미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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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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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10.17. LA중앙일보 <뉴스 속 뉴스> / 김석하 특집부장 ]


"세상의 1% 부자들을 위해 99%로 사는 것 이젠 지겨워" 벽돌들의 탄식.분노 들어야

수백 명의 어린 아이들이 높낮이가 없는 노래를 외친다. "We don't need no education. We don't need no thought control." 아이들 특유의 낭랑한 소리지만 충격적인 가사가 파도처럼 이어지면서 섬뜩한 울림으로 변한다. 노래는 후렴구에서 "All in all it was just a brick in the wall(우리 모두는 벽 속의 벽돌에 불과하다)"를 강조한다.

프로그레시브 록그룹 핑크플로이드가 부른 'Another Brick in the Wall'이다. 노래가 나온 1979년 영국 사회는 지금의 세계 상황과 비슷했다. 경제 위기와 무질서 대량 실업 사태로 인한 혼란기였다.

핑크플로이드는 이념과 인종 계층 정치집단 간의 소통을 가로막는 '벽'(음반 타이틀이기도 하다)이 사회 갈등의 근원이라고 믿었다. 그 믿음은 32년이 지난 지금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고 있다. 그들이 지목한 '벽'은 'Wall' 스트리트로 구체화된 상황이다.

부자를 숭상하는 미국에서 부자를 겨냥한 집단 시위가 일어난 것은 매우 특이한 일이다. '미국 부자'는 재산을 어떻게 쓰든 어떤 호화 행각을 벌이든 비난을 듣지 않았다. 그게 미국의 멋인 것처럼 비치기도 했다.

명문 대학들은 부잣집 도련님을 무조건 환영했고 그들은 그 대학 간판으로 월스트리트로 진출해 연봉 몇백 만 몇천 만 달러의 부자 대열에 다시 합류했다. 미국인들은 그걸 당연시했다. 나하고 무관한 그들만의 리그이고 우리한테 큰 손해를 끼치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인종 폭동은 있었지만 계급 폭동은 없었던 이유다.

그러던 것이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바뀌었다. 월스트리트에 천문학적 구제금융 지원을 놓고 "부자들이 나라를 말아먹고 나를 집에서 쫓아냈는데 왜 국민들의 피눈물로 뒤처리를 해야 하느냐"는 분노가 일었다. 이후 미국의 재정적자는 커졌고 사회복지 예산은 깎였다. 갈수록 '나는 못 사는구나'라는 체념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자들은 점점 더 돈을 벌어 그들만의 높은 '벽' 뒤로 숨어버리는 기이한 현상이 월가 시위의 불을 당긴 것이다.

영향력 있는 다큐영화 감독 마이클 무어는 지난 주 시위에 참가해 "자본주의는 우리 모두의 적이다. 불공평하고 부당하고 민주적이지 않다"라며 미국의 근간을 흔드는 발언까지 하고 있다.

월가 시위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 같다. 명분과 방향성 조직력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시위대는 "1%의 부자를 위해 99%로 사는 게 지겹다 도대체 어떻게 살라는 거냐"며 공분을 끌어냈다. 요구 사항은 '정의'라고 주장하면서 "권력은 요구사항이 없으면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는다"는 말을 통해 조만간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할 작정이다.

또 시위가 한 달을 넘기면서 뉴욕 주코티 공원은 조직화되고 있다. 음식과 의료 지원이 적게나마 지원되고 있고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발전기도 있다. 지도자 역할은 누구도 체포할 수 없는 소셜 네트워크가 맡고 있다.

벽은 사람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수직으로 쌓아 올린 건조물이다. 벽을 지탱하기 위해 '끼여있던 벽돌'(Another Brick in the Wall)이 탄식과 분노를 내뿜고 있는 상황이 월가 점령 시위다. 만일 월가 시위에 맞불을 놓는 보수우파의 시위가 벌어지고 공권력의 무차별 조치가 이어진다면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 벽돌이 깨지면 벽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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