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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의 한국어 풍경
뉴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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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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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11.09. 뉴욕 중앙일보 <이 아침에> / 조현용 경희대 교수·한국어교육 ]


지난주에는 러시아 사할린에 다녀왔다. 사할린은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이나 카자흐스탄 등과 마찬가지로 한국인 이주자들이 많은 곳이다. 그런데 이들의 이주 역사에는 아픔이 묻어 있다.

어느 이주의 역사에나 슬픔이 묻어 있겠지만, 영문도 모르고 1930년대에 극동지역에서 중앙아시아로 끌려갔던 고려인들은 우리에게 상처로 남았다. 돌아보면 자꾸 아리다. 사할린도 강제 징용으로 끌려갔던 사람들이 일본의 전쟁 패망으로 버려진 그야말로 얼어붙은 척박한 땅이었다.

일제는 전쟁에 패망한 후 일본 국민만 데리고 사할린 땅을 철수해 버린다. 당연히 우리 백성은 우리가 챙겨야 했겠지만 우리도 소련과의 관계 등을 이유로 손을 놓고 있었다. 국가가 존재하는 것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함인데, 아무 것도 하지 못했던 답답함이 여전히 사할린 속에는 아픔으로 남아 있다.

그래도 1960년대까지만 해도 고국으로 돌아갈 희망에 조선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웠으나 그 이후에는 더 이상 한국어를 배우지 못하게 되고 러시아어만을 배우게 된다. 세대 간에 언어의 단절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래서 2세, 3세로 내려오면서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극도로 줄어들게 된다.

그 이후 한국과 러시아가 수교를 하게 되고, 사할린 1세들의 영주 귀국이 이루어지면서 한국어 교육의 열기는 급속히 높아지게 되었다. 한국어학과가 사할린 국립대학에 설치되고, 초·중·고등학교에서도 한국어 수업이 진행된다.

또한 한국 정부에서 설립한 한국교육원에도 한국어 수업이 활성화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한 때 사할린 인구의 10% 정도에 달하던 한인들의 인구가 5% 정도로 줄면서, 전체적으로는 한국어의 위기가 다시 오고 있어서 걱정이다.

이번 사할린 방문은 한국어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수가 목적이었다. 나는 어휘교육과 한국어교수법 등을 강의하였는데, 참여자들의 열기가 무척이나 뜨거웠다. 가르치는 사람이 가지고 있던 답답함을 일부라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다.

모든 교사가 한국에 와서 연수를 받으면 좋겠지만 여러 사정으로 어렵다면 강사를 파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된다. 이번에도 재외동포 교육진흥재단, 재외동포재단, 사할린 한국교육원의 노력으로 좋은 연수가 이루어진 것인데 한국 정부의 더 적극적인 노력을 기대한다.

그래도 이번 연수에서 희망을 본 것은 러시아 현지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이다. 러시아 정규학교에서 실시한 ‘한식 축제’에 가볼 기회가 있었는데, 대다수의 러시아 현지학생들이 한복을 입고, 우리말로 인사를 하고, 우리 음식을 맛나게 먹고 있었다. 이러한 관심을 한국어로 이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영주 귀국한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러 손자, 손녀들의 한국방문이 잦아졌다는 것도 새로운 희망이 되었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한인 동포들도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 방문과 한국어 교육을 이어 나간다면 고국에 대한 뿌리의 연결이 훨씬 곤고해 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할린 ‘망향의 언덕’에는 배 모양의 탑이 서 있는데, 그 아래 새겨진 글귀가 우리 사할린 이주의 역사를 아프게 증언해 주고 있다.

‘굶주림을 견디며, 고국으로 갈 배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이윽고 혹은 굶어 죽고, 혹은 얼어 죽고, 혹은 미쳐 죽는 이들이 언덕을 메우건만 배는 오지 않아, 하릴없이 빈손 들고 민들레 꽃씨마냥 흩날려 그 후손들은 오늘까지 이 땅에서 삶을 가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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