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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사채 시장을 찾는 한인들
LA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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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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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11.18. LA중앙일보 <기자의 눈> / 장열 기획취재부 기자 ]


현대판 '샤일록'은 LA에도 존재할까. 절박하게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이야기다.

샤일록은 셰익스피어의 걸작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인물로 지독하기로 악명 높은 유대인 고리대금 업자다. 무역상 안토니오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제 때 갚지 못할 경우 '1파운드의 살점'을 가져가겠다고 요구한다. 나중에 "1파운드의 살점을 도려내되 피는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 된다"는 법원의 판결이 없었다면 안토니오는 샤일록으로부터 끔찍한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

최근 급전이 필요한 한 40대 사업가와 함께 지하금융 현장인 사채업을 취재했다. LA한인사회에서 연 60%에 달하는 고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사채업은 활황이다. 은행의 융자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제3의 금융권'이라 불리는 사채시장에 손을 내미는 한인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사채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LA지역에서 활동하는 한인 사채업소는 20~30여 개 정도. 사채업에 종사하는 인력만도 300~400명에 이른다. 당연 수요가 있으니 공급도 따라오게 마련이다.

급전이 필요한 한인들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려면 어쩔 수 없이 사채를 쓸 수밖에 없다. 이자도 '살인 이자율'이다. 일수의 경우 보통 1~2달 기간으로 돈을 빌리는데 매일 빌린 금액의 0.3% 정도를 이자로 내야 한다. 월변의 경우 1만 달러의 급전이 필요하면 보통 월 5%의 이자가 붙는다. 일반적으로 3개월 선이자를 먼저 지급해야 대출이 가능하다.

이쯤 되면 모든 비난의 손가락은 사채업자들에게 향한다. 그렇다고 '현대판 샤일록'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할 수 있을까. 사실 더 큰 문제는 샤일록에게 돈을 빌릴 수밖에 없는 '안토니오'를 만들어 낸 최근의 경제 상황이다.

15세기 베니스의 주민들은 '탐욕은 죄를 낳는다'며 샤일록에게 손가락질을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뉴욕의 월스트리트에선 탐욕이 있어야 새로운 부가 창출된다는 금융논리에 철저하다. 현재 미국 전역에서 일고 있는 '월가점령' 시위도 거대한 금융자본에 분노한 시민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거리로 뛰쳐나온 것 아닌가.

그렇다고 '현대판 샤일록'을 감싸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현재의 경제상황에 비춰 볼 때 제도권 금융에 접근할 수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어떤 이유이든 낙오된 사람들에게는 제도권 금융에 접근할 기회는 아예 없다.

최근 '마이크로 크레딧'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제도권 금융회사의 문턱을 넘을 수 없는 빈민층에게 담보나 연대보증 없이 소액대출을 해주는 금융 서비스다. 절대 빈곤에 허덕이던 방글라데시 빈민에게 이 서비스는 새로운 삶의 희망을 불어넣었다.

방글라데시의 무하마드 유누스 박사는 이 서비스를 도입한 '그라민 은행'을 만들어 지난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LA에도 '마이크로 뱅크'가 들어설 수 있을까.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현대판 샤일록'의 손을 잡는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욱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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