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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캠퍼스 이야기...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며
이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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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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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경 / 도쿄가쿠게이대학 교수 ]


   
▲ 이수경 교수

작년 도쿄 대지진 이후로 뒤숭숭한 화제(話題)도 많고 어두워지기 쉬운 환경이 되어 있지만, 지금 일본의 모든 학교는 졸업식 시기이다. 필자의 학교도 며칠 전 학부 대학원 졸업식이 있었다.

아침부터 보고 서류 제출 등으로 필자는 서둘러서 일을 마친 뒤, 우리 과의 졸업식에 조금 늦게 도착했다. 미안해서 뒤쪽 문으로 들어갔더니 제자들 몇 명이 나를 반기며 손을 이끌어 앞에 세우더니 아름다운 꽃다발과 시키시(色紙, 서화판 롤링페이퍼)에 가득 채운 고마운 편지 메모와 브랜드 손수건을 건네준다.
그리고 내게 준 한 가지 더 특별한 것은 졸업 논문을 남아프리카 외교정책이나 일본의 외국인 정책, 영화 속의 젠더 문제 등의 사회문제를 중심으로 썼던 한국말도 전혀 할 줄 모르는 제자들이, 태극기를 그려넣고 ‘감사합니다’라고 써서 정성스럽게 구은 쿠키였다. 감동은 생각지도 못 했을 때 더 큰 법이다. 순수하게 나를 기쁘게 할 마음으로 은혜를 보답하고 싶었던 제자들의 정성은 큰 감동이었고,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도 나는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다.

필자는 내가 맡은 제자(아이)들 논문 제출 시기에는 기본 학교업무 외에는 제자들의 논문 수정 작업에 몰두한다. 모든 정성을 쏟기에 내게는 연말연시에 여행이란 없다. 제자들과 같이 한 그 시간들만큼은 나한테도 승부의 시기이기에 제자들의 졸업을 위해 함께 컴퓨터와 전화기를 붙들고 졸업 논문 지도 작업을 한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그들에 대한 최대의 사랑의 표현이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나를 아끼지 않는 성격이다. 내 제자들은 그런 나를 잘 알기에 날 위해 졸업식 때는 항상 ‘서프라이즈(surprise)’로 나를 감동시켜왔다. 필자의 연구실에는 그들이 남겨놓은 따스한 사랑의 편지 등으로 가득하고, 그건 내가 살아가는 나의 윤활유이자 자부심이다.
그래서 내겐 국적을 떠나 나를 ‘어머니’라고 부르는 내 자식(제자)들이 몇 백 명이 되고, 나를 아껴주는 든든한 내 인생의 소중한 재산이기에 나는 누구보다도 부자다.

   

교단에 선 모든 사람이 이 때 만큼은 뿌듯하게 행복을 느낄 것이다. 각박한 자기중심적 사회건만 내가 쏟은 마음을 헤아려주는 제자들은 밥 굶는 게 허다한 필자에게 도시락을 만들어와 같이 밥 먹자고 투정도 부리고, 힘내라고 약을 가져와 먹이기도 하기에 식욕은 없어도 챙겨주는 성의로 먹으며 감격으로 가슴이 미어졌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 교단의 내 삶 중에서도 올해의 이 쿠키는 더더욱 인상에 남을 것 같다. 삐뚤삐뚤한 한글이 되레 신중히 적으려고 했던 그들의 정성임을 잘 알기에 눈물이 핑 돌았다.
게다가 졸업 논문 제출하는 마감 2시간 전까지 세수도 식사도 안하고, 이틀간의 철야로 컴퓨터 첨부 파일을 주고받으며 전화로 007작전처럼 논문 작성을 하여 무사히 제출한 후 올해 오사카로 떠나는 오키나와 출신의 제자의 편지가 나를 다시금 울렸다.

자신의 졸업 논문 때문에 수면시간까지 빼앗아 죄송했지만 그 덕분에 무사히 졸업할 수 있게 되었고, 내가 지도교수였기에 정말 좋았다는 감사 뒤에 ‘어머니, 감사합니다’라고 적어 놓았던 것이다. 이 ‘어머니’가 ‘오카아상(おかあさん)’이란 표현보다 훨씬 진하게 다가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원래 내성적인 성격의 제자기에 누구보다도 이런 표현이 얼마나 진실한지 필자는 잘 안다. 그렇기에 립 서비스가 아닌 내 아이의 그 고마운 표현이 무겁고 고맙게 느껴졌다.

제자들의 부모님들도 그 먼 곳에서 모두 비행기나 신칸센을 타고 와서 필자의 손을 잡으며 잘 가르쳐줘서 고맙다고, 어느 어머니는 아예 눈이 빨개지도록 눈물까지 흘리신다. 그 분들과 나는 함께 우리 제자들이 사회 초년생으로 출발하는 것을 ‘자식 키운 부모 마음’으로 지켜 본 증인이자 책임자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그 순간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같이 울었다. 얼마나 정성들인 자식들인가. 그 아이들이 이렇게 졸업하는데 기쁘지 않은 부모 스승이 어디 있을까?

어느 어머니는 아이가 집과는 멀리 떨어져서 근무하게 되었다고 섭섭하다고 하기에 이제 웬만하면 엄마가 아이한테서 자립을 좀 하시라고, 그래야 애가 고생하다 어머니 그리워서 돌아오지 않겠냐고 했더니 생긋이 웃으신다. 모두 섭섭하면서도 행복해 보이는 웃음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감동과 눈물의 뿌듯한 졸업식이었다. 그곳엔 어느 나라, 민족, 종교가 있는 게 아니라 오직 소중한 내 제자들의 제법 멋진 사회 초년생으로서의 출발 다짐이 있었고 내 아이들을 교문 밖으로 보내는 책임감이 동반된 이별이 있었다.
나는 믿는다. 그들이 내일의 우리 사회를 보다 더 건실하고 발전적으로 만들 주역임을. 그리고 언젠가 여유가 생기면 필자를 찾아와서는 제법 사회생활에 익숙한 표현으로 인생을 논하리라. 때로는 귀여운 꼬맹이 좀 봐달라고 가정 가진 제자는 아이도 맡길 것이고…그런 즐거움으로 필자의 인생은 보다 풍요로워지고 있다.

학교 캠퍼스엔 계절이 어느새 바뀌었는지 화사한 매화가 피어 있었다. 봄비로 촉촉이 젖어있는 캠퍼스였지만 수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포부를 갖고 새로이 출발하는 의식으로 교내는 뜨거운 열기로 훈훈했다.
모두의 건강과 건투를 빌어마지 않으며, 필자는 이 행복을 교단에 보답하리라 다시금 다짐해 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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