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코리아 <데스크칼럼> / 최윤주 편집국장 ]

화두를 던진다는 말이 있다. 요즘에는 화제가 되는 이슈나, 이야기를 시작하는 말머리를 지칭하는 용어로 자주 등장하지만, 원래 화두는 불가에서 참선하는 승려들이 깨달음을 얻기 위해 던지는 질문을 뜻한다.

대표적인 화두는 ‘~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삶이란 무엇인가, 죽음이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내가 태어난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등 우리네의 삶 속에는 크고 작은 화두들이 끊임없이 던져지고 끝없는 사고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그러나 수없이 많은 화두들이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 채 사그라지는 게 인간사다. 원인은 ‘갇힌 사고’다. 사고의 프레임 속에 갇히면 화두는 갈 곳을 잃고 만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의 한 실험실. 빛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방에 몇 마리의 고양이들이 있다. 고양이들은 22시간을 이 암실에서 보내고 나머지 2시간은 ‘세로 줄무늬’만 그려진 방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지내기를 5개월, 대학 연구팀은 고양이를 1미터도 채 되지 않는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바닥에는 고양이들이 몇 달 동안 본 적이 없는 ‘가로 줄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그런데 어찌된 게 뛰어내리기의 명수 고양이들이 1미터도 채 되지 않는 높이에서 우물쭈물된다. 오랫동안 세로 줄무늬에만 익숙해져 가로 줄무늬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사고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배웠던 것이 전부이고 자신이 본 것만이 진실이며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여기는 사고의 프레임 속에 갇히면 다양하고 창의적인 생각들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고의 감옥 속에 갇히고 만다.

마치 돌쟁이 어린 아이가 낯가림을 하듯 내 생각 내 편 내 성향이 아니라면 자지러지게 놀라 엄마 품처럼 자신의 사고 틀 안으로 숨어버린다. 몸이 감옥에 갇히는 것은 두려워하면서도 사고가 감옥에 갇히는 것은 굉장히 편안해 하는 게 대다수 사람들의 습성이다.

사고의 낯가림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종교가 달라도, 신념이 달라도, 취미가 달라도, 출신지역이 달라도, 인간관계 자체가 달라진다. 심지어는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싫어서 사람을 밀어내고 선택을 달리하며 이해 못할 왕고집을 부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보수와 진보라는 틀도 그렇다. 보수는 평생 보수고, 진보는 평생 진보다. 보수가 진보로 넘어오기라도 하면, 거꾸로 진보가 보수의 의견에 동조라도 하면, 절대로 넘어선 안 되는 장벽을 넘은 듯 호들갑이다. 생각을 달리 한다고 세상이 뒤집어지는 것도 아닌데.

대통령 선거를 눈앞에 두고 지지성향에 따라 편 가름을 하고 있는 한국과 미국의 이념 낯가림은 병적인 수준일 만큼 심각하다. 파당정치, 지역주의로 획일화된 한국은 더욱 심하다. 국회의원 선거든, 대통령 선거든, 사고의 감옥이 주는 편안함에 몸을 맡긴 채 아무리 훌륭한 인재가 나타나도 지지하는 정당이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똑같은 행동을 되풀이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이상’이다.”
획일화된 사고 속에 갇혀 있으면서도 늘 새로운 결과를 기대하고, 사고의 감옥에 안주한 채 감히 헤어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 현대인들을 향한 아인슈타인의 일침이다.
세로 줄무늬에만 익숙해 있으면 단순한 가로 줄무늬가 막막한 절벽으로 느껴져 1미터도 되지 않는 작은 변화 앞에서조차 옴짝달싹 못할 수도 있다.
스스로 자문해 보자. 나는 가로 줄무늬를 인식하며 살고 있는가. 늘 같은 행동을 되풀이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고 있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