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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기고 > 이수경 교수의 日 나가노 한국 사적지 탐방
힐링의 땅 나가노에서 한국 사적지 흔적을 만나다-(1)
이수경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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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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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경 / 도쿄가쿠게이대학교 교수 ]


태고의 원시림과 유황 냄새,
온천수가 분출하는 협곡
눈이 녹아 흐르는 에메랄드빛 아즈사 강과 신비의 호수,
백제 불교의 명 사찰 젠코지(善光寺),
그리고 마츠시로(松代)

   
▲ 이수경 교수
한국의 근현대사 전문가인 친구가 10년 만에 도쿄를 방문했기에 그녀에게 좀 더 색다른 일본을 안내하려고 하네다공항에서 약300킬로 정도 떨어진 나가노현(長野縣)의 가미코치(上高地)와 나가노시(長野市)를 다녀왔다.
4월의 신학기 스타트 후, 정신없이 수업과 학교 업무에 쫓기던 터라 친구와 더불어 필자도 망중한의 여유도 찾을 겸 고속도로를 달렸다.

나가노시라면 한국에는 등산이나 스키를 즐기는 사람, 혹은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알려져 있을 것이다. 그곳에는 3000미터를 넘는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어서 일본에서는 ‘북 알프스’지역이라 불리는 중부산악 국립공원지역이 있고, 일본 최초의 ‘특별 명승, 특별천연기념물’이란 이름으로 지정된 천혜의 명승지인 가미코치가 있다. 널리 알려진 후지산이 3776미터지만 필자가 소개하는 가미코치는 3000미터 전후의 높고 멋있는 설산 아래로 눈 녹은 아즈사 강물과 신비스런 풍경의 호수, 계곡마다 뿜어나는 유황 냄새와 분출하는 온천수의 연기, 깊은 숲 속에서 모습을 나타내는 야생 원숭이들 등이 큰 가마솥 같은 형태로 어우러져 4계절마다 색다른 풍경으로 대자연의 절경을 제공하는 매력적인 곳이다.

마츠모토(松本)시에서 험준한 산 속으로 이어지는 몇 개의 터널과 댐을 거쳐서 깊은 협곡을 따라가면 신 가마(新釜) 터널이 마지막 관문처럼 버티고 있다. 그 곳을 벗어나면 마치 별세계에 온 듯 한 대자연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신록의 계절이나 불타는 단풍의 계절엔 더더욱 아름답고 겨울엔 눈이 많이 오는 탓에 4월말부터 10월까지만 입산 해제가 된다. 그 시기에 방문하는 사람만 연간 200만 명이 넘고, 요즘은 해외에서도 산과 자연을 즐기려는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필자는 싱그러운 대자연의 숲과 아름다운 풍경, 맑은 공기, 아즈사 강물이 흐르는 가미코치를 매우 좋아한다. 한여름엔 40도를 오가는 도쿄의 더위에 지쳐서 다섯 시간 정도를 달리면 10~20도의 쿨한 가미코치가 복잡한 머리를 식혀준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학생들을 데리고 가미코치의 묘진이케(明神池)까지 다녀오기도 한다. 최근엔 대학원생들이 세미나 여행차 가자고 졸라댈 정도이다. 그런 가미코치에 우리 조상의 흔적이 깃들여져 있기에 더더욱 애착이 가는 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
   
▲ 눈 내린 기미코치 풍경
가미코치는 근대까지 사람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곳이었으나 1915년 6월 입구의 야케타게산이 분화를 일으키며 분출한 흙덩어리가 아즈사가와를 막자, 강물 이용을 위해 공사 담당업체인 ‘아즈사가와(梓川) 전력’(이후, 모든 공사는 도쿄 전력이 인수)이 건설 공사용 자재를 운반하기 위해 갱구를 파기 시작했고, 그 분화로 생겨난 다이쇼이케(大正池)호수의 수력 활용을 위한 계곡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가미코치가 바깥 세계와 만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마을과 산을 잇는 자재 운반의 터널은 댐 공사의 본격화로 규모가 필요했고, 몇 번의 개수 공사를 거치며 1927년 경 가마(釜) 터널이 만들어지는데, 당시 댐 공사는 물론 계곡의 터널 공사는 위험성이 높았기에 식민지 한국인 노동자를 모집하여 값싼 인력으로 공사를 했다고 한다. 물론 점차 일본의 개발 붐과 전쟁 분위기가 농후해지면서 나가노 뿐 아니라 일본 전역의 수많은 댐, 터널, 탄광, 특공대 기지 등 각종 공사에는 발파 및 굴착 기술이 뛰어났던 한국인 기술자 및 노동자(초기엔 모집), 전시에는 엄청난 징용 노동자들이 동원을 당했다.

우익 보수파로 알려진 이시하라 도쿄도지사의 동생인 고 이시하라 유지로가 주인공으로 유명한 영화 ‘구로베의 태양’(1968년 개봉)의 배경인 구로베(黑部) 댐은 당시 아시아 최대의 방수량을 자랑하는 일본의 자랑이었다. 그러나 그 댐 공사 현장에는 수많은 조선인 노동자들이 동원되었고, 발파 공사 등으로 중상 및 사망자가 생기면 댐 밑으로 던져지는 참혹한 일들도 다반사로 이뤄졌기에 죽은 조선인들은 무덤도 없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강제연행노동자 및 한일근대사 연구자인 고 박경식 씨 연구 논문 참조).

   
▲ 신 가마터널 입구
필자가 인터뷰를 했던 가미코치 터널 공사 관계자 S씨(80세)는 터널을 팔 때 혹독한 노동으로 쓰러져 죽은 사람은 그냥 터널에 묻었다고 했다. 그 뒤 구체적인 필자의 연구 의도를 설명한 장문의 편지와 반신용 봉투 등을 넣어서 보내었으나 아직까지도 답은 없다.
나가노 현청에서 가미코치지역 관리담당 차 나와 있던 공무원과 만났을 때 필자가 이런 저런 것을 묻자 “말씀하시듯이 가미코치에 조선인 노동자가 동원된 것을 명확히 밝힌 사람은 아직 없네요!”라고 속내를 이야기 해 줬다. 가미코치에 들어가기 위해선 환경 규제가 엄한 탓에 사완도(澤도)라는 곳에서 입산허가를 받은 저공해 친환경 버스나 허가받은 택시로 갈아타야만 하는데, 택시 운전기사들 이야기로는 지금도 작은 갱구 쪽과 공포의 터널로 유명한 구 가마터널(일방통행으로 좁고 길며 어두컴컴했던 가마터널 바로 옆에 새로운 가마터널이 2005년 7월에 개통)안에서는 밤이 되면 “어이, 어~이!”하며 사람을 부르는 조선인 목소리가 들리거나 사람 그림자가 보인다는 얘기를 한다. 물론 그 곳은 밤에 사람들이 다닐 수 있는 곳이 못된다. 그곳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이름 없는 유골을 모아서 70년대에 근처의 사찰 승려가 한국으로 전달했다고 한다. 그러한 이야기를 필자가 2006년도 ‘월간 조선’ 1월호에 발표한 적이 있으나, 아쉽게도 그 때까지 가미코치에 대한 한국인 노동자와의 언급이 공개된 적은 없었다.

그런 내용들을 공유하면서 친구와 함께 사완도까지 가서 택시를 갈아타고 가미코치로 들어갔다. 계곡에는 얼마 전의 지진 등으로 산사태가 난 곳이 눈에 띄었다. 유황냄새 퍼지는 계곡 길로 들어서기에 운전기사에게 가미코치 온 이야기를 했더니 친절하게도 우리 취지를 이해하고 구 터널 옆의 공사 중인 갱구 근처로 안내해주며 다양한 숨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우리는 그 곳에 내려서 현장 답사를 한 뒤, 아침에 내리던 비가 가미코치에서는 눈이었다기에 5월의 눈 내린 가마터널 주변을 거닐었다. 그리고 다이쇼이케의 다이내믹한 자연을 만끽하며 호숫가를 따라 갓파바시라는 유명한 다리까지 걸었다. 숲 속 길로 들어서니 먹이를 찾아 내려왔는지 원숭이들이 떼로 몰려 와 있었으나, 원숭이가 흉폭한 것을 필자의 교토 히에이잔 생활에서 익히 체험한 터라 귀엽게 보여도 그들을 무시하며 걸었다. 짙은 갈색 유황물이 그윽한 숲을 지나 아즈사 강변이
   
▲ 명물 신슈소바집
얕아 보이기에 우리는 신발을 벗고 강에 들어갔다. 학생들과는 ‘1분 이상 참을 수 있으면 밥을 산다.’는 내기를 했을 정도였다. 그 정도로 강물이 뼈까지 시려오기에 친구도 강물이 너무 차다며 소녀 같은 미소로 자연과 어우러졌다. 강변을 따라가다 숲으로 가니 북 알프스 및 가미코치를 서양에 알린 영국인 웨스턴 경의 공적현판이 보였다. 왠지 매번 볼 때마다 씁쓰레해지는 그곳을 걷다보니 바람이 세어졌기에 부근의 가미고치 온천 호텔(일본 근대문학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작품 집필을 위해 묵었다는 유명 호텔)이 제공하는 무료 아시유(足湯, 온천수에 발을 담그며 쉬는 곳)에 발을 담갔다. 에메랄드빛의 강물과 설산이 한 폭의 그림이 되는 그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설산 절경이 가장 가깝게 다가오는 갓파바시 앞의 신슈소바(信州そば,이 지역은 메밀국수로 유명)집에서 소바와 토마토소스 카레 등을 먹으니 별미였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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