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저널 <칼럼>/ 김대원 재미칼럼니스트 ]


요즈음 KBS에서 훈민정은 해례본 실종 미스터리라는 제목으로 특집을 만들어 해례본의 실제 소유권자라고 주장하는 두 사람이 나타나 법정분쟁이 일어나는 가운데 최근 해례본이 아예 실종되었다는 이야기를 흥미 있게 시청했다.
훈민정음은 해례본(解例本)과 예의본(例義本)이 있는데 전자는 글자를 지은 뜻과 사용법을 설명 한 부분이고 후자는 "나라 말씀이 중국과 달라 서로 사맛지 아니할 제" 와 같이 한글창제의 목적을 표현한 부분이다.

전 세계에는 무려 8천 여 종류의 말이 있다고 하는데 그 중에서 3500여개의 말은 아예 글이 없어서 이러한 소수민족의 언어는 매일 매일 한 두 가지씩 없어져 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훈민정음이 세종대왕에 의해 반포되기 전 1천년 동안 우리말은 있었으나 문자가 없었기 때문에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한자의 음(音)과 훈(訓)을 빌어 표현했던 것을 향찰(鄕札)이라고 하며 이두(吏讀)는 좀 더 복잡한 내용을 표기할 때에 추상적인 우리말이 절대적으로 모자랐기 때문에 한문을 우리말식으로 적으면서 중간 중간 한자의 음을 빌어 우리말 소리를 보조적으로 삽입한 것이다.

또 그보다 더 까다로운 내용의 문장은 아예 한문을 그대로 나열 한 뒤 토씨만을 우리말 소리에 해당하는 한자로 적었다.
이른바 구결(口訣)이었다. 향찰과 이두 그리고 구결을 모두 포함해서 넒은 의미로 이두로 총칭한다.

이두는 중국문명을 받아들이면서 생긴 표기법으로 신라 문무왕 때 대학자 설총이 제자들로 하여금 한문경서를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집대성했다고 전해진다. 설총 이후 1천년이 흐른 뒤 세종대왕께서 정음청(正音廳)을 두어 집현전 학자들로 하여금 훈민정음을 창제했다.

사실 우리 민족은 전 세계에서 자체 언어를 가진 몇 안 되는 민족의 하나이며 알파벳 보다 훨씬 우수한 언어임이 입증도 된 것은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글의 우수성은 컴퓨터가 일반화되어 지능기능(전산기)덕분에 한자와 일본어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기능인 한글의 생성 틀이 발견됨으로서 우리는 실제로 일상생활에 엄청난 문명의 이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며 이러한 한글의 우수성으로 인해 1997년 10월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으로 등록되었다.

그 것은 곧 한글 자모만을 입력시켜도 마디글자를 자동적으로 발견해내는 기능 인 것이다.
한글은 노암 촘스키가 말하는 생성 틀이나 튜링의 지능 생성틀 구조와 정확하게 일치 하는 것이다.

세종대왕께서 이미 500년 전에 이 이론을 한글 창제에 적용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천(하늘)과 지(땅), 인(사람)이라는 3재(三才)를 기초로 하여 만든 훈민정음 28자는 획 하나하나에 정확한 과학적인 근거와 동양철학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한자(漢字는 과거에 있었던 사실의 기록이나 어떤 사물의 특징을 표현하는 데는 뛰어난 언어이나 미래를 창조하는 언어는 아니며 라틴어는 말과 글이 일치하지 않는다.
거기에 비해서 한글은 보편성과 개방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으며 세계인 누구라도 컴퓨터와 인터넷에 손쉽게 접촉해서 자유롭게 표현 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진용옥(陳庸玉) 국어정보학회 회장은 21세기에는 더 많은 소수민족들이 우리 한글을 자신들의 언어로 채택하는 시대가 우리 앞에 다가왔다고 확신한다.

한글은 유니코드를 사용 할 경우 50만자 정도의 마디 글자가 생성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 민족의 젊은이들이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면서 동남아와 유럽까지 엄청난 한류의 선풍을 일으키는 저력은 바로 자유롭고 풍부한 어휘력을 가진 뛰어난 한글의 우수성에 기인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럼 유대인에 버금가는 고난과 역경의 길을 걸어온 우리 한민족의 앞날은 과연 어떻게 전개 될 것인가?
불경 중 가장 난해하기로 이름 난 화엄경 47권을 번역 해 놓고 1983년 열반하신 탄허 스님이 주역으로 풀어보는 한민족의 미래를 한 번 엿보기로 하자. 일본과 우리나라의 관계를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그들은 지난 5백년간 무려 49차례나 한반도를 침략했으나 우리 민족은 꿋꿋하게 버티면서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임진왜란 때만 하더라도 천운(天運)이 우리를 도왔으며 우리 조상들은 두들겨 맞으면서도 남의 나라를 해칠 줄을 모르는 참으로 선한 민족이었고 전통적인 아름다운 홍익인간의 가치관을 지키면서 인류에게 평화로운 모습을 보여 주었다는 것이다.

주역의 원리로 풀어보면 한반도는 8괘 중에 간괘(艮卦)에 해당되며 간(艮)이란 사람에 비하면 소남(小男) 즉 가장 어린 소년이며 또한 나무에 비하면 열매로서 모든 인류문명의 시종(始終)을 모두 함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간방은 간도수(艮度數)가 와 있기 때문에 모든 인류의 문제가 한국을 초점으로 맞추어져서 시작하고 종결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젊은 대학생들이 이승만의 자유당 정권을 타도하기 위한 4.19 혁명이 시발점이 되어 그 불길이 미국의 대학가로 번지면서 미전역에서 월남전 반대 데모가 확산되었으며 또 작금의 북한 공산집단과 남-북으로 분단 상태는 지구의 남극이나 북극의 상대적인 형상을 표상적으로 나타내어 준다는 것이다.
이제 남-북 문제의 해결은 곧 세계문제의 해결을 의미하며 남-북 문제를 유연하게 풀어 나감으로써 세계문제를 풀어가는 해법과 직결된다는 논리이다.

2006년 봄에 골드먼 삭스(Goldman Sach)회사의 미래 분석가는 2030년이 되면 한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이 된다는 대단히 고무적인 발표를 했다.
과연 탄허 스님과 골드만 삭스의 분석이 적중 할 것인지 우리 모두 가슴 벅찬 마음으로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