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8ㆍ15광복절 기념으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재일동포 100년의 삶과 꿈을 담은 특별전시회에 즈음하여, 동북아역사재단이 주최한 '역사 영상 심포지엄'에 발표된 글임을 밝혀둡니다. 


                     < 재일코리안 역사 특별전에 즈음하여 >
                                         -우리 역사의 재조명-

[ 도노무라 마사루 / 도쿄대학교 교수 ]


１. 이야기되지 않았던 역사

재일코리안 역사의 기원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으나, 일반적으로 20세기 이후 오늘날로 이어지는 사회집단으로서 재일코리안이 형성된 시기는 1920년대로 보는 것이 표준적인 견해일 것이다. 또한 사회집단으로서 재일코리안의 규모는 그렇게 작지 않아 일본 내 소수민족(Ethnic Minority) 중에서나 재외동포 중에서나 상당히 많은 인구를 보유한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오늘날 재일코리안에 대한 역사 연구를 비롯해 사회학·문화인류학 등의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연구가 활성화된 것이 최근 몇 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도 사실이다. 물론 1950년대 후반부터 몇몇 선구적인 재일코리안 역사연구자가 뛰어난 연구 결과를 발표해왔지만, 광범위하고 다양한 분야, 입장에 있는 연구자가 재일코리안의 역사에 대해 연구하게 된 것은 최근 10 년 정도 의 일이다.

또한 재일한인역사자료관이 2006년 설립되어 이번 서울시역사박물관에서 특별전이 열리게 된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고, 시민들의 관심도가 일정 부분 높아졌음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지만, 일반 일본인이나 한국인들에게는 재일코리안 역사의 구체상이 그다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본의 중학교에서 사용되는 역사 교과서만 해도 재일코리안 관련 기술은 관동대지진 당시 학살사건과 전시 동원체제에 대한 몇 줄 정도가 보통이다. 한국의 역사 교과서에 대해서는 자세히 검토한 적은 없지만, 식민지 치하의 민중들이 궁핍한 생활 속에서 일본으로 건너가 노동자가 된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점이나 도쿄 유학생의 2.8 독립선언, 관동대지진 당시 학살 등에 대한 기술은 있지만, 역시 기술이 충분하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재일코리안에게‘역사가 없어서’가 아니다. 20세기형‘국사(國史)’를 전제로 역사를 생각하는 경우조차 일본인과 한국인이 기억해야 할 사실과 현상들은 다양하다.
예를 들어 현재 일본은 헌법에서 과거의 전쟁을 반성하고 평화와 민주주의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고 천명하고 있는데(유감스럽게도 이에 대해 가치를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 있고, 그 발언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도 사실이지만), 그렇다면 1930년대에 침략전쟁과 파시즘에 반대했던 사람들의 활동을 일본인들은 기억해야 하고 널리 알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당시 일본에 있던 조선인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음은 고사하고 오히려 더 강조해야 한다. 왜냐하면당시 일본(내지)에서 전쟁반대와 반파시즘을 내걸었던 단체(치안유지법체제 하에서 그것은 대부분 공산당 계의 조직이었다) 구성원의 상당수가 조선인이었기 때문이다. 또 전후 일본의‘민주화’를 생각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사의 한 페이지인 1945년 10월 10일(한국과 달리 일본의 패전 직후는 아니었다) 비전향 정치범의 출소도 도쿄 후추(府中)에 있던 예방구금소(豫防拘禁所)에 출소자를 마중 나온 사람들의 대부분이 조선인이었고, 출소자 중에 조선인 김천해(공산당원), 이강훈이 있었다.‘본국’의 역사를 생각하는 데 있어서도 재일코리안의 존재는 응당 중요하다. 해방 전‘본국’의 역사에서는 민족해방운동이 중시되는데, 일본지역에 있던 조선인들도, 조선에 있는 사람들과 서로 연계하여 다양한 운동을 전개했다.

1920년대 후반에는 재일본 조선노동총동맹 등이 조선총독부의 폭압정치를 비판하는 연설회를 열었고, 민족해방운동을 지향하는 단체의 전단지와 기관지가 도쿄와 오사카에서 인쇄되어(이미 이들 도시에도 한글 활판인쇄소가 있었다), 본국에 배포되기도 했다. 조선공산당의 경우 짧은 기간이었지만(원래 조선공산당은 장기간 지속적으로 조직적인 활동을 하지 못했으며, 당이 존속했던 시기 중 한 때), 기관지 간행장소를 도쿄에 두었을 정도이다.

해방 후‘본국’의 역사를 생각할 때도 이데올로기 대립과 독재체제가 계속되는 가운데 정치적 망명지로서 일본이 존재했다는 사정이 있어 반독재와 통일이라는 국가 차원의 과제에 기여하고자 한 재일코리안의 활동이 있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 외에도 재일코리안의 활동은 경제적인 활약(일본 국내에서 유력 기업을 이끄는 재일코리안 사업가가 있다는 점‘, 본국’을 포함해 활동하는 재일코리안 사업가가 적지 않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일 것이다. 물론 작은 공장(町工場)의 경영자처럼 소규모로 성공한 사람이나 토목 건축과 항만 하역, 탄광 노동 등에 종사함으로써 일본의 경제활동을 밑바닥에서 지탱했다는 역할도 무시할 수는 없다), 문화적 공헌(예를 들면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문학상인 아쿠다가와상(茶川賞) 수상작가 중에는 재일코리안이 여럿 포함되어 있으며, 대중문화 차원에서도 많은 기여를 했다) 등을 포함하면 응당 재일코리안의 역사는 일반 일본인·한국인들 사이에서 더 많은 것들이 알려져야 하고 의식이 되어야 할 것이다.

２. 식민지지배와 냉전, 경직된 이데올로기의 영향

그렇다면 왜 재일코리안의 역사가 별반 의식되지 않았던 것일까? 무수히 많은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에 대해 그 의의를 발굴하고 사회에 알리는 것이 역사연구자가 해야 할 일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문제시해야 하는 것은 우선 역사연구자의 의식과 자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보다 이전 세대의 역사연구자의 의식과 자세에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일찍부터 재일코리안의 역사 발굴에 힘쓴 박경식, 강재언, 금병동, 강덕상 같은 사람들의 존재는 칭송해야 마땅할 것이다. 시기는 다소 뒤지지만, 한국에서 저서를 출판한 현규환, 김상현, 고승제 등의 업적도 존경하고 기억될 만한 가치가 있다. 왜냐하면 이 사람들은 어려운 조건 속에서 재일코리안의 역사 연구를 위한 기초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어려운 조건이라는 것은 한국이든 일본이든 재일코리안의 역사 연구가 아카데미즘의 세계에서 그다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있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본 국내에는 일본인에 의한 가해의 역사를 상기시키는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는 일본인이 있었다(지금도 무시할 수 없지만). 또한 한국의 경우는 과도한 반공주의의 문제가 있었다. 해방 전 재일조선인의 활동에서 공산주의계 단체의 영향력이 강했던 것은 확실하지만, 실제로 그 활동은 막스 레닌주의에 대한 공명(共鳴)이라기보다 민족 해방을 지향점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데올로기 대립 속에서 이러한 활동을 한국 내에서 평가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었다.
또한 북한의 경직된 이데올로기 통제가 조총련에 소속된 재일코리안 연구자의 연구 발전을 저해했다는 사정도 있다. 1950년대 후반 스탈린 비판을 의식하면서, 민족주의 자와 사회주의자 공동전선 평가를 포함한 민족운동사상(民族運動史像)을 확립하고자 했던 박경식은 김일성 중심의 항일사관을 재일 조직에도 침투시키려 했던 본국에서 비판을 받는다. 그 결과 당시 그가 진행하고 있던 사료에 입각한 해방 전 재일 조선인 운동사의 연구는 중단되고 말았다. 박경식이 그것을 정리하는 것은 조총련을 떠난 1970년대 말이다.

３. 간과되어 온 민족의 독자적인 요소

위와 같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재일코리안 역사의 발굴을 추진해 온 소수의 사람들이 있었다는 점은 틀림없지만, 역시 재일코리안의 역사,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인식되지 않는 경향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일본인 일본사 연구자들은 재일코리안이 관련된 역사적인 사건에 대해 그 속에 있는 재일코리안으로서의 요소를 무시하거나 내지는 경시해 왔다.

예를 들어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1920~1930년대 일본의 노동 운동, 반파시즘 운동을 주도했던 사람들 중에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조선인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역사연구자들은 그것을‘일본의 노동운동사’나 파시즘세력 대 반파시즘세력으로 규정한다. 이 때문에 당시의 운동 속에서 재일코리안으로서의 독자적인 특징파악이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민족 별 단체로 조직되는 것이 국제 공산주의 운동 속에서‘과오’로 여겨졌던 1930년대 이후는 특히 그러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1930년대를 포함하여 재일코리안 노동자의 활동은 민족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조직되어 전개되었고, 그 요구도 민족 별 차별적인 임금 철폐 및 문화적인 권리 승인 등을 포함하는 것이었다. 계급이나 파시즘 대 반파시즘 같은 구분으로 범주화하면 그러한 요소는 보이지 않게 된다.

이러한 역사 인식을 낳은 원인에는 언어적인 제약과 사료(史料)의 문제도 있다. 당시 재일조선인의 활동을 전했던 것은 주로 한국어로 쓰여진 사료였는데, 많은 일본인 연구자의 경우 그에 대한 접근, 해독이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일본사를 구성하는 것은 일본인이라는 의식이 있었던 것도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

４. 멀어진 본국과의 거리

그렇다면 본국의 역사 속에서 재일코리안의 등장이 부족한(적어도 필자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은 이데올로기 대립, 이데올로기 통제 속에서 연구가 늦어졌다는 점도 있었지만, 그 시간의 경과 속에서 일찍이‘본국’과 재일조선인이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했었다는 사실이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잊혀졌기 때문이 아닐까?

한반도에 있는 사람들과 일본열도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전화 통화를 하거나 인터넷 등을 통해 동일한 정보를 볼 수도 있는 오늘날 생각해 보면, 조선과 일본의 거리가 상당히 멀었던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물론 분명히 해방 전과 오늘날의 상황은 다르다. 그러나 실제로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의 상상과 달리 해방 전‘본국’에 사는 사람들과 재일 조선인과의 관계는 밀접했다.

해방 전 재일조선인의 동향을 전하는 가장 중요한 사료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의 민족지였다. 오사카나 도쿄처럼 재일조선인 사회가 형성된 일본의 주요 도시에 민족지의 통신원을 두고 지국이 설치되었기 때문이다. 민족지의 구독자도 1930년대 중반에는 오히려 인구 비율적으로 따지면 한반도보다 재일조선인이 더 높았을 정도였다. 또한 조선인이 많은 도시에서는 조선어극단이나 가수의 공연도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었고, 조선불교 포교소가 생겨 승려가 일본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물론 민족적인 수요에 부응하여 식품이나 의류 등 다양한 물품도 본국에서 일본(내지)의 도시에 형성된 조선인시장에 유입되었다. 부언하면 오사카의 조선인시장의 경우는 조선 국내 도시의 시장에 맞먹을 만큼 활기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５. 우리의 역사로서

위와 같은 점을 감안하면, 재일코리안의 역사는 일본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유해야 할 역사이며, 동시에 본국에 사는 사람들을 포함한 한국인의 역사라는 사실을 새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원래는 현재‘본국’에 사는 한국인 중 상당수가 예전에 일본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거나 그런 사람들의 후손이다. 조선총독부가 1940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일본 내지 거주 경험 또는 시찰 경험이 있는 그 시점에서 조선에 거주하는 조선인은 조선 전체적으로 1.72 %, 경상남도 5.43 %, 전라남도 5.01 % 등으로 되어 있다. 당연한 일이지만 단기시찰 경험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제한되어 있으며, 그 대부분은 거의 취업 상태에서 일본 내지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이다.

또한 1945년 시점에서 일본 내지에 거주하던 조선 국적자의 수는 약 200 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것은 당시 조선민족 인구의 7~8% 정도에 해당한다. 이것은 한반도 남부에서 비율이 훨씬 높다. 그리고 해방 전에 이미 일본에서 일하다가 귀향한 사람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해방 전에 일본에서 거주하던 사람과 그 자손은 한반도 거주자 중에 그리 드물지 않을 만큼의 숫자가 될 것이다. 부언하면, 실제로는 식민지시기에 고향마을을 떠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일본에서 일하는 것을 한 번쯤은 생각했을 것이라는 의미에서 재일코리안이 될 가능성을 갖고 있던 사람들은 그 몇 배나 될 것이다.
왜냐하면 도일(渡日)을 희망해도 경찰에서 허가증을 얻지 못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매년 신규 도일자수의 몇 배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론‘본국의 ’한국인과 재일코리안은 공통되는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 여러 가지 차이는 있다 해도 본국의 한국인과 재일코리안이 식민지지배와 해방 후 분단체제, 이데올로기 대립의 영향으로 고난의 길을 걸어온 것은 마찬가지다.

한편, 일본인에게 있어서 재일코리안은 현재 학교나 직장, 같은 지역 주민으로서 접하는 존재이다. 뿐만 아니라 재일코리안끼리의 혼인 비율이 줄어들고 있고, 그 상대의 대부분이 일본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지금도 재일코리안을 친족으로 둔 일본인이 늘어나고 있으며 세대를 거치면서 그 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또 일본인 중에는 재일코리안과 마찬가지로 힘든 노동에 종사해 온 사람들과 사회적인 차별을 받아온 사람들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본국’에 사는 한국인에게나 일본 사회에 사는 일본인에게나 재일코리안의 역사는‘우리의 역사’이다. 하지만 재일코리안의 역사는 한국인과 일본인만 아는 역사가 아니다. 재일코리안의 경험은 일본과 조선이라는 테두리를 초월한 보편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 지연과 혈연을 기반으로 한 상호부조 속에서 생활의 정착을 위한 고전(苦戰), 고향에서 들여온 문화를 유지하려는 노력, 2세 세대의 정체성을 둘러싼 고민, 사회적 상승을 막는 주류사회의 차별 등은 다른 다양한 민족의 이민자집단이 경험한 것이다. 또한 국가에 대한 충성을 지나치게 강요 당하거나 관련 국가의 대립 속에서 부당하게 인권을 억압 당하는 일 또한 과거뿐 아니라 지금도 유감스럽지만 재일코리안 이외의 소수민족에게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물론 재일코리안의 역사는 다른 이민집단이나 소수민족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자성이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단순한 국제 노동력의 이동이 아니라 식민지지배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점, 이데올로기 대립 속에서 당연히 처리되었어야 마땅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 등은 일반적인 이민문제로 환원되지 않는 재일코리안 역사의 중요한 요소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독자성을 토대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은 보편성에 착안함으로써 더욱 광범위한 사람들에게 재일코리안의 역사적 경험의 의미를 이해시키고,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닐까?

６. ‘니안짱(にあんちゃん: 구름은 흘러도)’속의 역사

이번에 감상하는‘니안짱’에 대해서 언급하자면, 이 또한 부주의한 일본인은 민족적 요소를 간과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가난하지만 씩씩하게 살아가는 소녀가 쓴 생활의 기록’으로서만 단순하게 바라보는 일본인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영화의 원작이 된 책이 당시 일본에서 연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관련하여 재일코리안의 생활문제를 결부시켜 논의가 벌어진 적은 없다.

그러나 영화와 원작을 읽어 보면 강조되지는 않았다 해도 재일코리안이기 때문에 직면한 어려움과 차별, 독자적인 생활상이 그려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원작 야스모토 스에코(安本末子)의 일기에서는 가장 역할을 하는 오빠가“특별임시직이라서 임금이 적다”는 이유로 정식직원으로 해달라고 부탁했지만,“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 안 되는 이유는“조선인이기 때문이라고 한다”라는 기술이 있다. 또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정규직노동자가 가입한 노조가 파업을 하면 임시직이라 조합에 가입하지 못하는 오빠의 수입이 줄어서 걱정이라는 점도 쓰여 있다. 또는 가출한 오빠에게 경찰이 외국인등록증을 제시하라고 했다거나, 무당 같은 사람이 찾아와 굿을 하고, 한국전쟁을 무대로 하는 영화를 보는 내용도 적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스모토 스에코의 글에서는 그것을 자신의 민족적 뿌리로 이어지는 것으로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는 점도 알 수 있다.

다양한 시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영화이고, 생활의 기록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또한 폐광이 되는 탄광 문제와 부족한 사회보장제도 속에서 당연히 노동자의 생활문제, 그 안에서의 상호부조와 아이의 성장 같은 것도 생각해야 하겠지만, 이 영화와 원작을 통해 재일코리안 문제를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도 확인되어야 한다.

또한 ‘니안짱’은 재일코리안과 ‘본국’의 한국인, 일본인과의 관계, 그 교류의 역사를 상기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야스모토 스에코의 수기는 이후 한국에서도 번역되어, 1959년에 ‘구름은 흘러도’라는 제목으로 김지헌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일설에 따르면 이 작품이‘윤복이의 일기’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데, ‘윤복이의 일기’는 1965년 일본어로 번역되어 일본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니안짱’이 한일 문화교류의 계기가 된 것이다.

동시에 이 영화를 볼 때, 이보다 이전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 재일코리안의 역사와 한일 문화 교류의 역사를 상기할 수도 있다. 이 영화에서 재일코리안 노파 역을 맡은 기타바야시 타니에는 이 영화 외에도 재일코리안 노파 역을 연기한 적이 있어 남북한 모두 인연이 깊은 여배우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 필자가 깊이 조사한 적은 없지만, 주목할 만한 것은 그녀가 이미 2차 대전 이전에 프롤레타리아 연극운동의 흐름을 이어받는 신쿄극단(新協劇.)에 참여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신쿄극단은 1938년‘춘향전’을 일본어 대사, 일본인 배우를 쓰면서도 민족 의상을 입고‘조선색’을 드러내며 상연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신쿄극단의 지도자였던 무라야마 토모요시가 프롤레타리아 연극운동 속에서 재일조선인 연극인과 조선의 예술을 그 이전에 접했었다는 사실이 관련되어 있다. 물론 무라야마가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노동자로서 일본(내지)에 건너온 조선인에게 위안과 오락을 제공하고자 했던 조선의 극단과 예인, 프롤레타리아 예술운동 관계자의 활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러한 한일 양국의 역사와 관련되는 사안의 성격상 재일코리안의 존재가 중요한 역할을 한 사례는 다양하다고 생각된다. 그런 사실 중에는 오히려 역사 연구를 전공으로 하지 않는 관계자들 사이에서만 알려져 있고, 일반인들은 모르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실을 발굴하여 우리 역사의 귀중한 일부로서 재일코리안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공유해 나가는 것은 한국인들에게나 일본인들에게나 유익하며, 또한 두 민족의 우호적인 관계 유지에 기여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특별전이 그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