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중앙일보 / 김병일 사회팀 차장 ]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활용해야 모든 일이 순리대로 굴러간다는 뜻이다.

의욕적으로 출범한 제31대 LA한인회가 사람 쓰는 일로 구설에 오르고 있다. 열심히 하려고 뛰는 것 같은데 구성원 사이에 손발이 잘 맞지 않는 모습이다.

한인회 출범 초기부터 인사문제는 배무한 회장의 가장 큰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였다. 배 회장 옆에서 실제로 일할 사람이 마땅치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배 회장은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이런한 주변의 우려를 잠재우며 '발로 뛰는 한인회' '믿어볼만한 한인회'라는 인식을 심어나갔다.

하지만 내부에서 갈등이 생기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더니 결국 한달 만에 사무총장이 개인사정을 이유로 전격 사퇴하는 사태로까지 확산됐다. 외부적으로는 개인사정이라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내부 실무진 사이의 갈등이 결정적이라는 것이 주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31대 한인회 사무국은 우여곡절 끝에 사무총장과 사무국장 사무원 자원봉사자 체제로 닻을 올렸다. 그러나 여기에 사실상 상근인 부회장이 매일 출근하면서 전체 업무를 파악 및 조율하고 거기에 별도의 프로젝트를 기획.실행하는 기획실장이라는 자리까지 더해지게 됐다. 배 회장 입장에서는 다양한 인재들을 모두 활용하겠다는 생각에서 자리를 마련해 줬겠지만 이는 결국 조직내 업무혼선의 원인을 제공하는 빌미가 됐다. 사무총장과 상근 부회장의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 사무총장과 기획실장과의 언쟁 사무총장과 사무국장과의 미묘한 관계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누군가는 허수아비로 남든지 빠져야 하는 상황에까지 다다른 것이다.

마음 맞는 사람들이 함께 한 목표를 가지고 나가면 그 조직은 신바람나게 일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루트를 통해 각종 이해 관계로 얽힌 사람들이 한 지도자를 위해 함께 일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지도자가 조정 역할을 해야 한다. 이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될 사항은 기준을 지키면서 조직을 구성하고 이 조직이 안정됐을때 그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다. 정관에도 없는 직책을 만들어 옥상옥 역할을 부여해서는 사무국 안정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사무국은 사무국대로 회장단은 회장단대로 이사회는 이사회대로 제 역할을 다할 때 그 조직은 건강하고 가치있는 일을 할 수 있다.

고사성어에 지상담병(紙上談兵)이라는 말이 있다. 종이 위에서만 병법을 논한다는 뜻으로 실제의 일에는 밝지 못하면서 쓸데없는 탁상공론만 일삼는 것은 아무 쓸모없다는 뜻이다. 즉 인사가 만사라는 말과 통한다. 말만 앞서고 겉만 번지르하게 포장하는 사람을 중용하다가는 이로 인해 가장 큰 피해는 그를 발탁한 사람이 입게 된다.

어떤 조직전문가는 "무엇을 할 것인지를 먼저 결정하기보다 누구에게 맡길 것인지 정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까지 주장하며 사람 가려쓰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배무한 한인회장은 지금이라도 한인회 조직을 재정비해야 한다. 종국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뒤에서 챙기려고 한인회에 들어온 사람들이 아니라 함께 한인사회를 위해 진정으로 헌신할 사람들만 옆에 둬야 한다. 미꾸라지 한마리가 흙탕물을 만들고 작은 구멍이 댐을 무너뜨린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