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분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이하 민단, 단장 오공태) 산하 재일한국상공회의소(이하 한상련)가 7일 오후 서울 로얄호텔에서 동포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오공태 민단 중앙단장과 홍채식 한상련 회장, 한상련 관계자들이 참석한 기자간담회의 주요이슈는 단연 한상련 사태에 대한 것이었다.
출범하자마자 한상련 사태를 맞이한 오공태 단장으로서는 할 일 많은 민단을 두고 무거운 십자가를 짊어진 셈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오공태 단장의 리더십이 평가될법하다.

홍채식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한상련 사태를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재외동포재단과 대한상공회의소, 매일경제, 신한은행 등을 방문하며 협조를 구했다고 말했다.

오공태 단장은 “민단 산하단체인 한상련은 박충홍 전 회장 등 전 집행부에 대한 제명처분 및 권한정지 등을 단행한 한편, 신임 집행부를 구성해 10월에 열리는 한상대회에 참가하기로 하고 재외동포재단에 문제해결을 위한 시간을 달라는 주문을 했다”고 밝혔다. 오 단장은 이번 한국방문 목적을 '독도문제로 야기된 일본의 상황과 교포들의 어려움을 전하고, 한일관계를 진정시키는 역할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란 말로 서두를 꺼냈다.

홍채식 회장은 '최종태 전 회장 등 전 집행부가 일본법원으로부터 명칭사용금지가처분 판결을 이끌어낸 것과 관련, 명칭을 계속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50년이 넘은 역사를 자랑해온 한상련은 민단 산하단체로 그동안 아무런 문제없이 지속되어 왔는데, 느닷없이 전 집행부(최종태 전 회장 등)가 일반사단법인을 만들어 독립한다고 하면서 제소를 한 것인 만큼, 명칭은 계속 사용할 것이며 (상급심)재판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종태 전 회장 측과 대화노력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화를 위해 여러 번 의사를 타진했지만 찾아오거나 만나자는 의견조차 없었다.”며 전 집행부 측을 성토했다.

‘한상련 직할조치가 중앙위원회가 아닌 상임위원회에서 결정된 것은 민단 규약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오공태 단장은 “상위위원회에서 결정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중앙위원회와 중앙집행위원회가 상임위원회에 위임을 했기 때문에 적법한 절차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 단장은 법인화가 될 경우 세제혜택과 향후 본국의 민단 보조금 중단시 민단재정자립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최종태 전 회장이 만든 것은 공익법인이 아닌 일반사단법인이므로 세제혜택과는 상관없는 것이고, 일반사단법인은 언제든지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문제의 본질은 한 나라에 두 대통령이 있을 수 없듯이, 한상련에 두 회장을 두고서는 활동이 어렵기 때문에 물의를 일으킨 그들을 제명처분 할 수밖에 없었다.”며 한상련 독립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최종태 전 회장을 비롯해 제명당했거나 권한이 정지된 회원들이 어떤 반민단적 행위를 했는지 근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정확한 답변을 내 놓지 않았다.

전 세계 교민단체 산하에 상공회의소를 둔 경우는 민단밖에 없다는 주장에 대해 홍채식 회장은 “그동안 한상련은 민단의 기간조직으로 50년 넘게 문제없이 활동을 해왔는데, 갑자기 전 집행부가 독립을 요구해 왔다. 또 민단의 규약변경을 요구했었고, 이는 재산을 가지고 있는 지방상공회의소들의 경우 재산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법인화를 할 수 없는 문제 등이 있다.”고 강조했다. 갑자기 한상련 독립을 주장한 것 자체가 숨은 의도가 있다는 것이었다. 법인화를 위해서는 민단에 먼저 이해를 구하고 나서 재산문제를 해결하는 절차를 밟은 후 시행해야 함에도 준비 없이 갑자기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 회장은 또 “민단 산하 한상련에는 지방상공회의소가 24개 있으며, 이들은 모두 지방민단 산하로 돼 있다”고 밝히고, “그중 18개 지방상공회의소가 민단과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단 한상련 집행부는 제명처분자의 구명과 전 집행부 측과의 협상여지에 대해 ‘한상련 관련 재판 중지와 민단 중앙을 중심으로 전⋅현직 집행부간의 협의’ 등 두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또 ‘일반사단법인화는 인정하되 지방은 제외 할 것’과 ‘도쿄방식(재산관리를 위해 일반사단법인을 설립했으나 이사장은 지방 단장이 겸임함)’으로 할 것을 제안했다.
현 집행부는 “만약 전 집행부가 법인화를 통해 독립을 강행할 경우, 교포1세들이 투자한 출자금을 돌려달라고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구홍 해외교포문제연구소 이사장은 보충발언을 통해 국민훈장을 받은 홍채식 회장은 마지막 애국하는 각오로 최종태 회장을 만나 결자해지 차원의 해결을 위한 행보를 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 이사장은 “민단 단장 주위 일부 과격파로 인해 일이 꼬이는 면이 있다.”며, “강자인 현 집행부가 먼저 나서서 전 집행부를 만나 호소하고 또 호소하면서 수습하는 것이 민단 단장을 위한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 한상련 집행부는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전 집행부측이 민단과의 협의에도 불구하고 일반사단법인화를 통해 자신들이 주인인 것처럼 한국에서 홍보를 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 측면에서 기자간담회 개최를 강행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독립을 주장하는 전 집행부의 주장대로 내버려 두면 50년이 넘는 한상련 역사가 무너져 내릴 것이라는 주장도 곁들었다.

그동안 변화하지 않는 민단의 행태에 대해 많은 지식인이 민단을 외면한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이번 한상련 사태도 변화하지 못하고, 미래를 위한 청사진을 내놓지 못하는 민단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미래야 어찌됐든 조직에 순응하는 사람만 품고 간다면 민단의 발전은 요원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이번 기자간담회는 많은 재일교포들이 민단에서 멀어져 가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민단은 자신을 한번 쯤 되돌아보아야 할 때임이 아닌가 새삼 절감한 시간이었다.
‘반대자들을 설득하고 때론 그들의 주장을 포용하며 재일교포사회를 진정으로 대변해 달라’는 참석자들의 진언을 민단관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행할 것인지 자못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