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코리아 <데스크 칼럼> / 최윤주 뉴스코리아 편집국장 ]

▲ 최윤주 뉴스코리아 편집국장

달라스 한인사회가 노인회 때문에 어수선하다. 지난 한 주동안 노인회 사태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했던 수습위원회는 지난 18일(금) 열린 단체장회의에서 ‘양측 노인회 모임에 대한 한인사회의 지원을 중단한다’는 결의만 내어놓은 채 더 이상의 진전을 보지 못했다.
수습위원회의 활동에 제동을 건 가장 큰 요인은 조순덕 회장과 신평일 수석부회장이 이끄는 달라스 노인회의 비협조.

달라스 노인회가 수습위원회의 권면과 설득을 모두 묵살한 건 처음부터 예정된 수순이었다. 반대파 회원 102명을 모두 회원제명시키는 과감한 숙청만 보더라도 달라스 노인회 회장단이 이번 분열사태에 대한 책임은 커녕, 무엇이 잘못됐는지에 대한 인식조차 없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사태가 점차 심각해지자 지난 18일(금) 수습위원회 제2차 회의에 참석한 한인단체장들은 두동강 난 노인회에 대한 우려에 입을 모았다. 그러나 그 뿐,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한인사회의 어른되신 분들을 존중하고 존경해야 하니 ‘그분들에게’ 간섭이나 조언을 해서는 안된다는 논리가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일부 단체장들은 분열사태의 해결을 권고하는 ‘성명서’가 아니라 화해를 권하는 ‘호소문’으로 바꿀 것을 제의했다. 싸움은 양 쪽 모두의 잘못이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적극적인 개입보다는 사태를 관망하는 편이 적절한 대처법이라는 의미였다.

다만 화해가 성사될 때까지 양측 노인회에 제공하는 모든 후원을 중단하자는 의견에는 모든 단체장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언뜻 들으면 백번 지당한 말이다. 허나 수습위원회는 가장 중요한 핵심을 놓치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존중받아야 하는 대상이 누구인지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바로 그 핵심이다.

사건의 팩트는 간단하다. 120여명의 회원들이 노인회를 버렸다. 그리고 신평일 씨를 중심으로 한 회장단은 노인회원들을 버렸다.
“싸움이 양측 모두의 잘못”이라는 건, 저울추가 양쪽 모두 엇비슷할 때 해당하는 말이다. 그러나 노인회 사태는 그렇지 않다. 문제를 일으킨 것도 회장단, 수습을 회피한 것도 회장단, 분열을 조장하고 있는 것도 회장단이다.

회원들은, 걸핏하면 경찰을 불러 위화감을 조성한 회장단의 억압에 눌려 그동안 말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한 회원들은, “무식하면 밥이나 처먹고 가”라는 폭언을 들어야만 했던 회원들은, 30여년을 지켜왔던 노인회를 버려서라도 ‘그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었을 뿐이다.

수습위가 한인사회의 어른을 존중한다면 노인회가 아니라, 노인회의 실질적인 주인인 다수 노인들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그런데 수습위는 협박과 폭언을 참아왔던 회원들에게 ‘양쪽 모두의 잘못’이라는 굴레를 씌움으로써 피해자 조차 가해자로 만들어버리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어른들에 대한 존중’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방관자 역할을 자처함으로써 분열의 주범인 회장단에게 운신의 폭만 넓혀준 꼴이다.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할 대상은 노인회가 아니라 노인회원이다. 수십년동안 내 집같이 아껴왔던 노인회관을 ‘굴러온 돌’에게 빼앗긴 후 동네 식당으로 내쫓긴 회원들에게 노인회 분열의 책임을 묻는 것은 안될 말이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 것도 모자라 남의 집을 차지하고 앉아 주인행세를 하고 있는 형국인데도 달라스 한인사회는 사태의 본질 조차 파악 못하고 있으니, 거짓과 모략과 부정과 부패가 판을 치는 노인회 사태가 앞으로 한인사회에 어떤 화를 불러올 지 벌써부터 간담이 서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