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중앙일보 <클릭 2013> / 이경민 특집팀 차장 ]

가끔 '과하다' 싶을 때가 있다. TV나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코리안 아메리칸들의 막 나가는 모습을 볼 때면 말이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시즌2까지 방영을 마친 리얼리티 쇼 'K타운'이 대표적인 예다. 'K타운'은 한인 타운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시안 아메리칸 젊은이들의 삶을 그렸다. 출연진 대부분이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개성 넘치는 한인 젊은이들이었다.

그런데 쇼 속에서 그려지는 이들의 일상이라는 게 적잖이 충격적이었다. 각 에피소드의 대부분이 술집 노래방 클럽에서 이뤄진다. 절반 이상이 취하고 즐기고 심지어 싸우는 내용이다. 욕은 기본이고 여자들끼리 머리채를 잡는 일도 꽤 있었다. 그러다 분위기를 타면 눈뜨고 보기 민망한 게임도 서슴없이 했다. 그야말로 막 나가는 리얼리티 쇼다.

때때로 영화에서도 코리안 아메리칸들은 일부러 거칠고 우스꽝스럽게 그려지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해롤드와 쿠마' 시리즈에서 존 조가 그랬고 '행오버' 시리즈에서의 켄 정도 마찬가지였다. 존 조는 시도 때도 없이 맞고 넘어지고 구르며 망가졌고 때론 욕하고 때리고 벗어젖히며 해롤드 역할을 해 왔다. 켄 정은 아예 영화 속에서 벌거벗고 겅중겅중 뛰어다녔다. 기이한 눈빛 괴상한 웃음소리 어디로 튈 줄 모르는 '똘기 충만'한 캐릭터가 그의 전매특허다. NBC의 인기 시트콤 '커뮤티니'에서도 그의 '돌아이' 캐릭터를 똑같이 만나볼 수 있다. 곧 개봉할 영화 '21&오버'에 출연한 저스틴 전도 스물한 살 생일에 술에 만취해 완전히 망가지는 주인공 제프 챙 역을 연기했다.

간혹 TV나 라이브 쇼에서 한인 코미디언 마가렛 조나 바비 리를 봐도 대부분은 '세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과격한 언어나 성적 표현도 거리낌 없이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이 같은 '센 유머'가 그들의 특징이자 장기다.

뿌리 깊은 한국적 정서를 가진 사람들에게 미디어를 통해 보게 되는 이들의 모습은 다소 망측하고 거북하기 쉽다. 이민 1세들에겐 더하다. '아시안을 희화화한다'거나 '코리안 아메리칸 망신을 시킨다'며 분개하는 이들도 많다. 자녀를 의사 변호사로 키우고 싶어 하는 이민 1세들의 욕망은 한인 1.5세 2세들이 어디서나 늘 말끔하고 반듯하고 지적인 이미지로 보이길 원하는 마음으로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그네들에게도 나름의 속내가 있다. 바로 그 반듯한 이미지의 굴레가 지긋지긋했던 것이다. 'K타운'은 기획 의도부터가 그랬다. "아시안 아메리칸은 얌전한 공부벌레라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한 시도"란 게 그들의 진지한 설명이다. '우리도 잘 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단 뜻이다. 배우들의 마음도 비슷하다. 존 조는 "'해롤드와 쿠마'의 유머는 기이하고 독특하긴 하지만 악의적이거나 천박하진 않다. 기존의 할리우드가 갖고 있던 아시안에 대한 많은 편견과 고정관념을 넘어서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한 영화라는 점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켄 정도 그랬다. "많은 사람이 '아시안은 재미없다'고 생각한다. 그게 틀렸다는 사실을 내가 보겠다"라는 게 그가 코미디 연기에 매진하는 이유다.

이들의 시도가 좋은 아이디어였는지 효과적이었는지에 대한 평가는 잠시 미뤄두자. 다만 그들이 왜 '막장 쇼' '막장 캐릭터'를 택한 배경에 귀를 기울이자. 속내도 들어보지 않은 채 조금 튀고 센 척을 한다고 매서운 비난을 하며 억압하는 것이야말로 그들이 '막장'으로 간 까닭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