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3월 21일 예정, 한국산업기술대학 강연 요지

[ 조재길 박사 / 미 세리토스시의원 ]

▲ 조재길 세리토스시의원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에 모국에 돌아와 여러분을 만나 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저는 일제 말기 1943년 일본 구주에서 조선인 노무자의 장남으로 태어나 한국에서 자라 대학을 졸업한 후 군복무를 마치고 1974년 미국으로 이주해 로스앤젤레스에서 39년을 산 한국계 미국인입니다. 70년대 남보다 빨리 미국에 정착해 6년 만에 KBS가 선정한 ‘세계 속의 한국인’ 1호로 선정되기도 했으나 1980년 광주민주화항쟁을 계기로 80년대 반독재 민주화 투쟁, 90년대 민족화해와 통일운동에 젊음을 바쳤습니다. 그러나 20여 년간 민주화와 통일운동에 매진하는 동안 경제적으로 거의 파산지경에 이르러 1998년 “내가 일어서야 할 그날이 오면 결코 주저하지 않겠다.”고 스스로를 달래며 홀연히 한인 타운을 떠났습니다.

그 후 냉전체제가 무너지고 독일이 통일이 되는 급격한 시대상황의 변화에 따른 가치관과 세계관의 혼란을 극복하기위해 60이 넘어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00년대 미 주류사회에서 정치활동을 시작해 2번 낙방의 시련을 딛고, 3번째 도전 만에 세리토스 시의원에 당선돼 2010년 시장을 역임하고 현재 세리토스 시의원으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80년대 한국 민주화운동의 대변지라 할 수 있는 ‘코리안스트릿저널’을 10년간 발행했고, 지난 20년 동안 4년 주기로 한반도정세에 관해 5권의 책을 썼습니다. 30년 동안 한반도문제에 매달리면서 다시는 핵문제에 관한 글을 쓰지 않게 해달라고 간절히 소망했습니다. 그런데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 한반도정세를 가지고 여러분 앞에 서니 마음이 착잡하기 그지없습니다.

저는 지난해 1월 말 그동안 준비해온 캘리포니아 주 하원의원 출마를 접고 정치활동 안식년을 갖는다는 생각으로 2월부터 12월 보스턴마라톤 출전자격을 얻기까지 9번 마라톤대회에 출전하면서 줄곧 달리기에 전념하면서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80년대 민주화운동, 90년대 민족화해와 통일운동, 2000년대 미 주류사회에서 정치활동 등 10년 단위로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제가 원했던 삶이 아니라 시대의 요구에 따라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이제 70대에 접어드는 제게 2010년대에 주어진 시대적 소명이 과연 무엇인가 지난 1년간 치열하게 고민했습니다.

한반도는 정전상태인가 전쟁상태인가?여러분은 오늘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마 북한의 미사일발사와 3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안 결의, 그리고 이에 반발한 북한의 휴전협정무효화선언으로 고조된 군사적 긴장상황이라는데 이의가 없으실 것입니다.

▲ 지난해 12월 발사된 북한의 로켓 은하3호 발사장면. ⓒ연합뉴스

그럼 비군사적 강제조치를 규정한 유엔헌장 41조를 원용한 강도 높은 대북제재안 2094호가 얼마나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역임한 천영우 씨는 2월 28일자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정권이 망할 수준의 제재를 가해야 한다. 김정은이 핵과 정권 중에서 양자택일을 하도록 하는 것이 북핵을 대화로 푸는 유일한 방법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을 압박할 수단의 80%를 갖고 있는 중국이 비핵화보다는 북한의 생존을 우선시 했다. 미국도 이란에 대해서는 강하게 제재를 하면서도 정작 북한에 대해서는 외교적으로 야단만 친다.”고 했습니다.

이번 제재가 60년간 계속돼온 온갖 규제와 봉쇄를 견뎌온 북한에게 과연 북한 정권이 망할 정도의 수준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북한의 생존을 더 생각하는 중국과 외교적으로 야단만치는 미국이 합의한 안보리 제제방안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한마디로 별 대책이 없다는 말입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한제재결의에 반발한 북한이 핵선제타격권 행사, 남북한 불가침선언 폐기, 판문점 직통전화 단절을 선언하고 이에 맞서 한국 군 당국도 강도 높은 응징을 다짐하는 등 남북한 군당국자들이 금방이라도 전쟁을 일으킬 것처럼 공방전을 벌리고 있고, 북한은 “한미합동군사훈련 키 리졸브가 실시되는 3월 11일부터 정전협정을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정전협정 백지화’란 바로 한반도가 정전상태가 아니라 전면적인 전쟁상태에 돌입한다는 의미 아닙니까? 그런데 여러분은 오늘 한반도가 과연 정전상태라고 생각하십니까?

1953년 발효한 정전협정의 주요 골자는 ‘전투행위의 종료’ ‘비무장지대의 설치’ ‘3개월 내 외국군대의 철수와 평화협정을 위한 정치회담 개최’ ‘외부로부터의 병력과 무기의 반입 금지’ ‘중립국 감시위원단 설치’ 등 입니다. 그런데 연평도 포격, 천안함 사태를 비롯해 지난 60년간 한반도에서는 수없이 크고 작은 전투행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비무장지대 설치는 양측의 NLL에 대한 이견 충돌이 계속됐고, 정치회담은 3년도 안 돼 중단됐습니다. 핵무기 1천여 기를 비롯해 각종 최신무기를 한반도에 들여와 한국전 당시의 수백 배로 군사력은 강화됐습니다.

이런 정전협정위반을 감시해야할 중립국감시위원단도 감시활동을 중단하고 판문점을 떠난 지 오래 됐습니다. 체코슬로바키아는 나라 자체가 없어지고 스웨덴과 스위스 대표단은 용산에 있는 유엔군사령부 안에 있는 사무실만 지키고 있으며 폴란드는 아예 사무실을 자기나라로 옮겼습니다. 중립국감시위원단을 대신해 유엔군과 북한이 판문점대표부를 설치했으나 이나마 활동이 중단된 지 오래 됐습니다. 이처럼 정전협정은 사문화된 지 오래입니다. 단지 양측이 전면적인 전투행위로 인해 초래될 감당할 수 없는 파멸이 두려워 전투행위를 자제하고 있을 뿐입니다.

한반도는 지금 정전상태가 아니라 전쟁상태가 계속되고 있으며 단지 전투행위가 중단된 상태일 뿐입니다. 남북한 군부가 언제 전투행위를 다시 시작할지 모르는 이 긴박한 순간에 여러분은 과연 어떻게 대처하고 계십니까?

한반도에서 60년 동안 전쟁상태가 계속되고 언제 다시 대규모 전투를 시작할지 모르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한반도를 폐허로 만들 수 있는 1천여 기의 전술핵무기를 배치했어도 지난 반세기 동안 한반도는 반전 반핵의 무풍지대였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과 동일한 성능의 인공위성을 발사해도 아무도 생필품 사재기를 하지 않으며 증권시세도 떨어지지 않는 등 외국에서 보기에는 참으로 불가사이한 일이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흔히들 한국전쟁을 ‘잊혀 진 전쟁’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한반도의 전쟁 상황은 매일 매일 한국인들의 일상생활과 함께 하는 ‘잊을 수 없는,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는 전쟁’인데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아 마치 ‘잊혀 진 전쟁’처럼 보일뿐입니다. 우리의 조국, 남과 북, 한반도의 모든 문제는 바로 한반도가 아직도 전쟁상태라는 데서 비롯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한반도는 전쟁불감증, 핵 불감증이라는 치명적인 중병에 걸려있습니다. 저는 이 치명적인 전쟁불감증, 핵 불감증에서 깨어나 "끝나지 않은 한국전쟁"을 끝내는 것이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 지난 2월 12일 북한 3차핵실험 성공 후 환희에 차 있는 북한 노동자들, ⓒ연합뉴스

여러분, 제가 60이 넘어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했는데 무슨 박사인지 아십니까? 저는 2006년 ‘조선반도핵문제연구’로 중국 연변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핵 박사’입니다. 제 학위논문을 쉽게 풀어 쓴 ‘북핵 위기와 한반도 평화의 길’(한국, 도서출판 한울)라는 책이 한반도 핵문제에 관해 한국에서 발행된 유일한 종합연구서라는 사실을 아십니까? 한반도핵문제는 우리 민족의 운명을 좌우할 중차대한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있는 수많은 학자들 중에서 어느 누구도 종합연구서를 내지 않았다는 사실, 그래서 학자가 아닌 한 재미한인 언론인이 쓴 이 책이 유일한 종합연구서라는 것이 바로 반세기이상 계속된 냉전체제로 인해 편향된 한국인의 사고와 전쟁불감증의 심각성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의 문제점 중의 하나로 “지식인이 비겁하다”는 점을 꼽습니다.

저는 1983년 한반도 핵문제 전문가인 호주출신 피터 헤이스 교수의 저서를 통해 1천여 기의 전술핵무기가 한반도에 배치돼 전면전이 발생하면 필연적으로 핵전쟁으로 비화되고 전쟁의 승패를 떠나 남과 북 모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재앙이 된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지난 30년 동안 한반도 핵문제에 매달렸습니다. 제1차 핵 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담아 ‘한반도 핵문제와 통일’(한국, 삼민사)이라는 연구서를 1994년 출판했으며, 창작과 비평 94년 겨울 호에 이 책의 서평이 게재되었습니다.

2013년 올해는 한국전쟁 휴전협정 6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한반도에 전쟁상태가 더 이상 지속되는 것을 방관할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금년 1월1일 오바마 대통령에게 재선을 축하하며, 2기 임기 중에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해 줄 것을 간곡히 청원하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1월 17일부터 22일까지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과 전미주시장회의 참석차 워싱턴을 방문하는 기회를 이용해 미연방 상하원 의원과 보좌관들을 만나 한반도 평화를 위해 협력해 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지난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에 맞춰 남북한 지도자에게 한국전쟁을 끝내고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한 대화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습니다. 남북한 지도자에게 보낸 편지를 미연방 상하원 의원들에게 보내고 지난 3월 2일 ‘한반도 평화를 여는 미주동포들의 모임’ 주최로 로스앤젤레스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미주한인이 나서자”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가졌습니다.

여러분은 핵무기 개발 초기인 1940년대 미국과 거의 같은 시기에 한반도에서 이미 핵무기를 제조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미국과 핵개발 경쟁을 하던 일본은 1945년 초 모든 핵연구시설을 천연우라늄이 풍부한 함경남도 흥남으로 이전했습니다. 일본의 핵개발이 어느 수준까지 도달했는지 정확하지 않지만 대부분의 학자들은 미수에 그쳤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1985년 애틀랜타 컨스티튜션지의 윌콕스 기자가 쓴 ‘일본의 비밀전쟁’에 의하면 “일본은 흥남에서 핵폭탄을 제조해 히로시마 원폭 투하 4일 후인 8월 10일 동해상에서 핵실험에 성공했으나 실전에 사용하기에는 이미 시간이 늦었으며, 소련군이 진주하면서 핵물리학자들과 모든 자료들이 소련군의 수중으로 넘어 갔다”고 합니다.

이처럼 핵개발 단계에서부터 핵과 인연을 맺은 한반도는 한국전쟁 휴전 이후 미국이 1천여 기의 전술핵무기를 반입, 배치함으로서 핵무기를 실전배치한 지구상에서 유일한 전투현장이란 악연으로 이어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설마 다시 전쟁이 발생 하겠는가?”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하겠는가?”라는 말을 합니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전쟁 중 중국과의 국경지대에 우라늄탄 살포 고려, 프에블로호 납치나 판문점 도끼 사건 당시 핵무기를 탑재한 전폭기의 출격대기(괌 공군기지), 그리고 제1차 핵 위기 당시 영변핵시설에 대한 제한폭격 계획 등 한반도에서 핵무기사용을 진지하게 고려하거나 구체적인 작전계획을 여러 차례 수립했었습니다. 사실 1991년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해외미군기지 전술핵무기 철수선언 이전에 한반도에서 실시한 한미합동군사훈련도 미국의 핵전쟁연습이었습니다.

핵무기 사용을 전제로 한 작전계획들이 3차례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던 것은 우리 민족에게 행운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음에 있을지 모를 4차, 5차 작전계획도 실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그 누가 보장할 수 있습니까?

한반도에서 다시 전면전쟁으로 확대되면 미국은 필연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비록 핵무기가 아니더라도 가공할 최신무기들로 인해 현대전은 엄청난 인명의 살상과 피해를 가져오기 때문에 미국은 전쟁을 시작하면 속전속결로 전투행위를 마무리해야 합니다. 전투행위가 3개월에서 6개월을 넘기게 되면 미국은 전 세계의 반전여론으로 역풍을 맞게 됩니다. 세계5대 군사강국에 속하고 산악지형을 이용해 모든 군사시설을 지하요새화한 북한과 다시 전쟁을 한다면 미국으로서는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이 핵보유국이 됨으로서 이제 한반도에서 핵전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점입니다. 핵보유국에 대한 핵무기사용은 국제법상 정당화됩니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은 전면전에 앞서 핵 선제타격을 비롯해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에서 조그마한 지역분쟁이 자칫 전면전으로 확대되면 남과 북, 어느 쪽이 승리하느냐를 떠나서 우리 민족 모두 핵전쟁으로 파멸을 맞게 될 것입니다.

저는 오늘 여러분에게 “오늘 우리가 ‘끝나지 않은 한국전쟁’을 끝내지 않으면 한반도에서 핵전쟁을 피할 수 없으며 승패를 떠나서 우리 민족은 파멸한다.”는 점을 분명히 기억해 주실 것을 요구합니다.

한국전쟁을 끝내기위해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하는데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아 전쟁상태가 계속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북한의 핵개발을 반대합니다. 핵이 밥 먹여주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핵개발보다는 북한 주민들의 생활향상에 힘쓰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중에 북한의 핵개발을 막는 묘책을 가지신 분 계십니까? 이미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를 비핵화 할 어떤 방안이 있습니까?

앞에서 청와대 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씨의 인터뷰를 소개했습니다만 한마디로 말해 별 대책이 없다는 말입니다. 아무런 대책이 없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제가 핵 박사라고 해서 핵에 관해 특별한 정보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북한 핵문제에 대해 남보다 오래 고민한 끝에 다른 시각에서 봐야한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미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수백, 수천, 수만 개의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갖고 있는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은 물론 핵확산금지체제(NPT) 밖에서 국제사회가 인정하지 않는 핵무기와 미사일을 보유한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 핵보유국과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들과 북한은 다르다고 할 것입니다. 물론 다릅니다. 과연 무엇이 다른가? 바로 이들 국가는 미국과 전쟁상태에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미국은 러시아를 제외한 거의 모든 핵보유국의 핵개발에 직, 간접적으로 연계됐습니다. 즉 미국은 적대국의 핵개발은 반대하지만 우호국에는 핵기술 확산을 오히려 도왔습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문제는 바로 한국전쟁이 끝나지 않고 북한과 미국 간 60년간 계속된 적대적 대결상태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인정해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냉전의 해체로 공산주의 동맹체제가 무너지고 러시아와 중국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90년대 국제정세의 변화가 바로 세계 유일의 패권국인 미국과 군사적 대결을 계속해야하는 북한으로 하여금 핵과 미사일 개발에 집착하게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북한 핵문제는 전쟁상태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북한 핵문제가 해결돼야 한반도에 평화가 오는 것이 아니라 먼저 전쟁상태를 해소해야 핵문제가 해결됩니다.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가 아니라 ‘평화가 먼저다’라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간절히 기원하면서도 선 제재, 후 지원을 강조한 북핵 해결원칙에 대해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3월 11일부터 시작된 키 리졸브 훈련에 참가한 한국군과 주한미군, ⓒhttp://www.flickr.com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과연 미국에게 어느 정도 위협이 되는가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이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핵실험과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해 미국이 벌벌 떨며 북한과 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분도 있습니다. 1993년 일차 핵 위기 당시 북한은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중수로를 보유한 것만으로도 ‘적극적인 강제효과’를 발휘해 미국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제네바핵합의를 도출했습니다. 불과 몇 십 그램의 플루토늄을 추출한 것으로 의심받던 당시와 비교해 20년이 지난 지금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에 엄청난 기술적인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핵실험과 인공위성발사에 성공한 지금 오히려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서두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것은 1차 핵 위기 당시에는 북한 핵문제가 미국에게 심각한 이해관계(critical interest)였지만 지금은 단순한 관심사항(concerned interest)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1차 핵 위기 당시 미국은 1995년 NTP조약 갱신을 위해 잠재적 핵보유국들을 압박하기위한 방안으로 북한 핵문제를 들고 나왔습니다. 잠재적 핵보유국들이 가장 대표적인 불평등 조약인 핵확산금지체제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영구적인 핵확산체제에 무조건 따라오게 강제하기위해 북한에게 본대를 보여준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은 어떠한 대가를 지불하고서라도 북한을NTP체제 안에 잡아둘 필요성이 아주 절박했습니다. 그러나 영구적인 NTP체제가 안정된 지금 미국은 공격용으로 별 효용성이 없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해 그리 심각하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북한이 핵을 보유함으로서 미국의 공격을 억지하는 전략적 효과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전략핵무기는 사실상 실전에 사용할 수 없는 방어용에 불과합니다. 이런 방어적인 억지효과는 비단 핵무기가 아니더라도 북한이 현재 실전에 배치한 미사일 사거리 안에 미국의 우방인 한국과 일본 전역이 포함되기 때문에 이미 충분히 발휘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1차 선제공격을 당한 다음에도 인구가 집중된 서울이나 동경, 그리고 오산이나 오끼나와의 미군기지에 미사일공격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엄청난 보복을 할 수 있는 2차 타격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천안함사건이나 연평도포격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미국이 대규모 반격을 자제할 수밖에 없어 전면전쟁으로 확산이 억지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아무리 핵탄두의 소형화에 성공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전에 배치한다고 해도 당장 미국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전술적 강제효과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미국은 구글맵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구 전체를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정보망을 갖고 있으며, 미국 본토와 알라스카에 대한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미사일방어체제를 갖추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마하24(시속18만마일)로 미국 본토에 도달하는 약 26분이란 시간은 미국이 요격미사일로 격추시키기에 충분한 긴 시간입니다.

테러집단과 같은 비 국가집단과 달리 구체적인 국민과 영토를 가진 약소국은 공격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강대국을 상대로 핵공격을 할 수 없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징후가 보이면 미국은 항공모함이나 핵잠수함에 탑재한 핵무기로 북한 전역을 초토화 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함부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없으며, 따라서 북한의 핵공격 가능성이 미국에게 결정적인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이처럼 핵무기의 전술적 가치는 그 위력이 아니라 국제정치 상황에 따라 결정됩니다.

미국은 단지 북한의 핵기술이 중동이나 테러집단으로 넘어가는 것에 더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1992년 중단한 핵실험 재개, 새로운 전술핵무기 개발과 미사일방어체제 구축을 위한 예산 확보 등을 위해 적절히 활용하고 있습니다. 전략핵무기의 부정적인 전술적 효용성은 이미 수천기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도 국가해체의 수모를 겪었던 구소련의 예에서 이미 증명됐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소량의 플루토늄을 추출한 것으로 의심받던 1990년대 북한핵개발을 막지 못해 20년 후 오늘 핵실험 성공을 도운 것처럼 오늘 해결하지 않으면 10-20년 후에 북한의 핵수류탄, 핵지뢰 핵권총 등 전술핵무기 개발로 전 세계가 공포에 떨게 될지도 모릅니다.

미국보다는 북한과 인접한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 동북아시아 주변국들이 북한 핵개발에 더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편입니다. 우선 북한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은 비록 혈맹관계에 있지만 한국과 더불어 가장 직접적인 관련당사국입니다. 북한의 핵보유가 중국의 패권에 대한 도전일 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및 대만의 군사력증강과 핵무장의 구실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로 인해 일본이 미국과 미사일방어체제를 서두르게 했으며 미사일 방어체제가 대만까지 확장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으로서는 역사적으로 깊은 혈맹인 북한의 생존과 확고한 우호관계가 우선인 만큼 유엔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에 찬성을 하면서도 미국과 국제사회가 과도한 압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방패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더불어 북한의 미사일 사정거리 안에 있는 일본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의 확실한 인질 중의 하나로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이야말로 인구, 정치, 산업의 중추가 극히 소수의 대도시에 집중되어 구조적으로 미사일 공격에 취약해 1998년 8월 북한이 발사한 대포동 미사일이 일본열도를 지나간 사건은 미국인들이 소련의 스푸트니크발사에서 받은 충격에 비유됩니다. 일본은 이런 북한의 위협을 패전이후 자신들을 제약했던 평화헌법의 틀에서 벗어나 미일동맹 강화와 자위대의 군사력 강화에 할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이러한 안보상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는 북한과의 비공식관계를 유지하며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이런 유연한 자세는 비록 핵무장을 않고 있지만 미국, 러시아에 버금가는 핵과 미사일 수준을 보유하고 있는 잠재적 핵능력에서 오는 자신감의 발로이기도 합니다.

직접 당사국인 한국의 북한 핵정책은 포괄적 남북관계의 일환으로 미국의 대북정책과 연계돼 참으로 복잡 미묘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냉전해체이후 한국의 대북정책은 기본적으로는 “한반도 평화와 남북 공동번영을 추구함으로서 평화통일의 기반조성과 동북아 경제중심국가로 발전”이라는 목표아래 1)북핵 불용 2)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3)한국의 적극적 역할이란 3원칙아래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바람직한 정책 목표와 방향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북정책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와 상황변화에 따라 각 정권마다 상당한 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최근 북한이 3차례 핵실험에 성공해 핵보유국의 지위를 갖게 되자 일부에서는 한국도 비핵화를 철회하고 핵개발 선언을 하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한 외교적, 경제적 손실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전혀 현실성이 없는 주장입니다. 또한 핵개발 초기에는 핵보유를 마치 강대국의 상징처럼 여겨 경쟁적으로 핵개발에 착수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기술이론). 따라서 핵기술의 세계적인 확산을 막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핵강대국들이 핵확산금지체제를 출범시켰습니다. 그러나 점차 핵기술의 보편화로 한국을 포함해 일본,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세계 20여개 국가가 핵개발 능력을 보유하면서도 핵무기를 개발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안보상의 특별한 동기가 있는 이스라엘(아랍세계와의 대결), 인도(중국과의 국경분쟁), 파키스탄(인도와 국경분쟁)과 북한(미국과 적대관계) 등 일부 국가가 경제적인 불이익을 감수하고 핵개발을 강행하고 있습니다(동기이론). 한국은 북한과 대결로 핵개발 동기가 큰 것으로 의심을 받기 때문에 IAEA가 핵연료재처리시설 마저 허용하지 않고 있는데 핵개발 선언을 하게 되면 국제사회의 제제로 한국경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북한 핵문제는 냉전체제가 해체되면서 아버지 부시 행정부가 소련의 팽창정책 저지라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임무를 대신할 대북적대정책의 새로운 명분으로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1993년 핵문제를 매개로 북한과 대화를 시작한 클린턴 행정부는 새로운 국제정세에 맞게 “미국은 북한에 대해 핵무기를 포함하여 무력을 행사하지 않을 것을 공식적으로 보장하며 무역제재를 해제하고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을 목표로 양국관계를 정상화한다.”는 제네바핵합의를 도출했습니다. 그리고 2000년 10월, 북한 조명록 특사와 미국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워싱턴과 평양을 교환 방문함으로서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평양 방문과 북미 평화협정 체결이란 역사적인 대 사건에 한 발 자욱 앞까지 다가갔습니다. 역사에서 가정법이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만 2000년 선거에서 부시가 아니라 앨 고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면 이미 한국전쟁을 끝내고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됐을 것입니다.

비록 공화당 부시 대통령의 대북ABC(Anything But Clinton)정책으로 빛을 보지 못했지만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화해정책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의 기조를 대폭 수정하게 만든 올바른 정책 방향이었습니다. 냉전체제의 해소와 세계적인 화해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한반도에 군사적 대결이 계속되고 핵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냉전체제하의 북미관계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습니다. 취임 초 북한을 악의 축으로 몰아붙였던 부시행정부 역시 2년 만에 북한 핵문제를 외교적 방법으로 해결할 것을 천명하고 북한과 대화를 재개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도 북한과 대화에 적극 나서지 않아 6자회담이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지만 이는 9.11사태이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 집중하는 관계로 한반도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밀린 결과이지 결코 미국의 대북정책이 강경으로 돌아서거나 핵과 미사일 개발이 북미대화의 결정적인 장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민주당원으로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북한과 대화로 핵문제를 해결하고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노력했던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으로 돌아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미국에게 북한 핵이 평화협정체결을 가로막는 심각한 이해관계가 아니라면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를 기피해온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갖기 이전, 즉 1980년대 이전에 왜 한국전쟁을 끝내지 못했는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1953년 조인된 정전협정 제4조 60항의 "3개월 내에 …한 급 높은 정치회담을 소집…외국 군대철수 및 한국문제의 평화적 해결 등의 문제를 협의한다.”는 조항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지난 60년간 북한의 끈질긴 평화협정 체결요구를 외면한 이유는 바로 주한미군 철수와 연계된 때문입니다.

미국은 주한미군을 철수하지 않고 한반도에 계속 주둔하기위해 평화협정 체결을 계속 외면했습니다. 미군의 한반도 주둔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있을 수 있지만 저는 냉전체제가 지속된 아버지 부시 대통령 때까지는 정당했다고 생각합니다. 미군이 한반도에 계속 주둔함으로서 대한민국을 공산화에서 구해 오늘 세계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식량부족 등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통 받고 있는 북한 동포들에게 송구스럽지만 오늘 제가 미국에서 살고 있는 것도 바로 60년 전 태평양 건너 한반도에서 피 흘린 미국 젊은이들의 희생의 덕분이라 생각해 80고령에 접어든 한국전참전용사들에게 감사의 정을 표합니다.

▲ 6.25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파괴된 임진각 '자유의 다리', 전쟁포로 귀환을 위해 임시로 건설된 다리가 보인다. ⓒ사진으로 보는 6.25 전쟁(60주년) (밀리터리, 군사무기 카페)

그러나 냉전체제가 무너지고, 75년 전쟁이 끝난 베트남과도 이미 외교관계를 정상화한 지금, 그보다 22년이나 먼저 전투행위를 중지한 한반도에서 정전협정 60주년이 넘도록 계속 끌고 있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더욱이 북한이 94년 김일성 주석이 평양을 방문 중이던 카터 전 대통령에게 언급했고,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한 바와 같이 북한이 더 이상 주한미군의 무조건 철수를 요구하지 않고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역할을 인정하는 현 상황에서는 한국전쟁을 지속해야할 명분이 없습니다.

미국의 연방 상하원과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처음으로 7월 27일을 ‘한국전쟁 정전 기념일’로 공식 선포하고 2013년 정전협정 6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1월 1일 로스퍼레이드에 대형 꽃차를 선보이는 등 각종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희 세리토스시에서도 지방정부로서는 처음으로 제가 시장으로 재임하던 2010년부터 7월 27일을 ‘한국전쟁 참전용사의 날’로 선포하고 기념행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소위 ‘잊혀 진 전쟁’이라 불린 한국전쟁을 공개적으로 거론조차 하지 않던 미국정부의 이런 태도 변화에 아직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지만 변화된 국제정세와 결코 무관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부진한 6자회담과 같이 외교적으로는 별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지만 미국은 비무장지대에 인접한 의정부, 동두천의 군사기지와 용산에 있는 사령부를 한강 이남으로 이전하는 등 주한미군 재배치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물론 아시아 태평양지역에 주둔한 미군이 구소련의 팽창정책 저지라는 냉전시대의 전략목표에서 지역분쟁해결이라는 변화된 국제정세에 부응하기위해 해외주둔 미군 기지를 축소, 재편하는 대신 작지만 강한 기동부대를 만들어 분쟁지역으로 신속히 전개하기위한 군사변환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주한미군기지의 축소와 한강 이남으로의 재배치가 결코 평화협정 체결이나 동북아시아 안보상황의 변화와 관련해 대북한 억지력이란 제한적 범위를 넘어 세계 여러 분쟁지역을 대상으로 한 신속기동군의 역할 담당이란 주한미군의 역할 재조정과 무관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또 한국전쟁 중 1950년 7월 17일 이승만 대통령이 맥아더 유엔사령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현재의 적대상태가 지속되는 동안” 유엔군 사령관에게 위임했던 전시작전지휘권을 2015년 12월 한국 측으로 이관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전시작전지휘권의 이관은 단순히 한미 간에 군 지휘체계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한국군 편제전반에 걸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전시작전지휘권 이관 이후 한국군이 독자적인 작전을 수행하기위해서는 육군위주의 기형적인 한국군 편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방공정보망을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해 독자적인 작전수행이 불가능한 공군과 제한적인 연안방어임무를 수행하는 해군을 대양해군으로 개편하는 등 어려운 문제가 제기됩니다.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전시작전권의 이관은 앞으로 미국의 세계전략 속에서 주한미군이 담당할 역할과 이에 따라 한국군의 전면적 개편이란 한반도의 미래를 결정할 중대한 문제입니다. 지금 우리는 북한과의 군사적 대결을 전제로 군비를 계속 강화할 것인가? 앞으로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전제로 남북한의 군축과 비핵화를 지향할 것인가?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와 미사일 방어체제를 확대할 것인가? 평화와 번영을 위한 동북아시아 경제안보협력체제를 지향할 것인가?를 결정해야할 시점에 서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안보질서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전시작전권의 이관과 주한미군의 재배치 완료 예정기한인 2016년(2018년까지 지연예상)이야말로 한국과 미국이 한국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정에 나설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반세기동안 대한민국 국군은 전적으로 주한미군의 지휘통제 하에 남북대결이란 소극적 임무를 수행해왔습니다. 그동안 진행돼 온 주한미군의 지위와 한미동맹의 재조정 논의를 본격적으로 추진해 새로운 국제질서에 맞게 한국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정 체결과 남북한의 군축, 비핵화로 연결된다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국군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이제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대한민국이 국방주권을 회복하고 동북아시아의 경제안보협력체제의 주역이 되는 역사적인 전기를 맞고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대한 결단은 결국 북한을 어떻게 보는가에 달렸습니다. 미국의 전통적인 대북적대정책의 대상인 ‘악의 축’인가? 냉전해체이후 새로운 세계질서 안에서 함께 살아야할 우리의 형제인가?

북한은 1950년 한국을 침공해 한국전쟁을 일으킨 원죄로 인해 그동안 호시탐탐 재침의 기회를 노리는 악마로 묘사돼 왔습니다. 냉전체제하에서 한국은 전쟁재발과 적화통일이라는 두려움에 시달렸으며 미국과 주한미군이 이런 공포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켜주는 유일한 희망이었습니다. 그러나 냉전의 해체와 1990년대 사상 최악의 재난으로 북한은 새로운 국제질서에서 고립되고 외국의 원조를 받아야하는 빈곤국으로 전락했습니다. 이제 세계 일류수준에 도달한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 등 주변국들과 비교해 현격한 국력의 차이로 더 이상 지역 패권을 넘볼 수 있는 위협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냉전해체에 따른 구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의 몰락, 독일의 통일을 지켜보며 한국에서는 북한의 붕괴와 독일식 흡수통일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오히려 핵과 미사일개발로 강성대국이란 자존심을 지탱하기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이런 북한에 대해 핵과 정권 중 택일을 하도록 제재의 강도를 높여야한다는 강경론에서 개방개혁으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야한다는 온건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북한체제 붕괴시나리오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온갖 험난한 정세의 변화 속에서도 60여년을 버텨온 북한의 붕괴에 기대를 건다는 것은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인민들의 고통만 가중시킬 뿐입니다.

2000년대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화해정책을 거치며 금강산관광으로 수백만 명이 북한을 다녀오고 개성공단을 비롯한 다방면의 교류협력으로 북한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개선됐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에서는 북한에 대한 냉전적 사고와 개혁성향의 공존으로 극우 대 극좌, 꼴통보수 대 좌빨이란 극한적 대립과 세대 간 대립양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사회 전반에 걸쳐 북한의 남침위협에 대한 공포가 사라지고 오히려 북한의 핵실험과 인고위성 발사에도 일반국민들이 동요하지 않는 전쟁불감증, 핵 불감증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북한에 대한 인식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대북강경자세를 고수하는 보수 세력이 힘을 받는 것은 북한정권과 인민들에 대한 별개로 보는 차등화현상 때문입니다. 북한 인민들에게는 민족적 동질성을 인정하면서도 북한체제에 대해서는 반감을 갖고 체제변화를 기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북한에 핵과 미사일 외에도 식량문제, 인권문제, 탈북자문제 등 많은 문제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문제들은 북한의 공산주의와 독제체제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역시 북한이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과 전쟁상태에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 국민소득이 10배나 더 많은 한국과 전쟁상태에 있는 북한이 군비를 위해 경제를 희생하고 인민들의 자유와 인권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바로 봐야 합니다. 북한의 경제력이 한국보다 높거나 대등했던 60-70년대 유신정권하의 한국을 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에게 개방 개혁을 요구하지만, 준 전시상태에 있는 북한의 문호개방이 과연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90년대 북한이 나진-선봉 개발을 위해 10여 년간 외국자본과 기술 도입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경제개발특구를 선포하고 법률을 새로 제정하고 미국과 유럽 심지어는 한국까지 와서 투자설명회를 개최했지만 지금 나진-선봉에는 중국관광객을 위한 도박장 하나밖에 없다고 합니다. 북한에게 문호를 개방하라고 요구하지만 북한이 문을 열려고 해도 미국과 전쟁상태가 지속되는 한 투자자를 찾을 수 없어 개방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해야합니다. 따라서 항상 준전시상태에 있는 북한이 총을 내려놓고 주민들의 생활향상에 노력하는 정상적인 국가 활동을 할 수 있어야 북한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바로 ‘끝나지 않은 한국전쟁’을 끝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이 안고 있는 각종 사회, 경제적 문제의 출발점도 바로 ‘끝나지 않은 한국전쟁’입니다.

미국의 경제협력과 주한미군의 보호아래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한국 역시 반세기 이상 계속된 한국전쟁으로 사회전반에 걸쳐 심각한 전쟁후유증으로 진통을 격고 있습니다. 반세기이상 계속된 이념대결로 굳어진 편향된 사고와 광복 후 좌우익논쟁은 극좌-극우, 좌빨-꼴통보수의 극한 대결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21세기 세계로 뻗어가는 한인에게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오늘의 주제인 한반도 평화체제만 해도 가장 핵심인 주한미군철수는 그동안 미국에 대한 비판으로 간주돼 무조건 ‘좌빨’로 매도되는 사회분위기로 인해 언급조차 할 수 없는 성역으로 치부됐습니다.

한국의 현안 중 가장 심각한 것은 비무장지대로 가로막힌 한반도가 한국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삼성, 현대가 더 이상 설탕공장이나 토목회사가 아닌데도 50년 전과 조금도 다름없는 제한된 내수시장이 세계적인 일류 기업들을 뒷받침해 주지 못해 지나친 대외의존과 문어발성장이란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한반도를 옥죄고 있는 철조망을 걷어내고 한국의 자본과 기술이 북한을 거쳐 동북3성, 몽고, 연해주와 시베리아를 거처 유럽대륙으로 뻗어가는 활로를 열어야합니다.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경제권은 유럽공동체, 북미주공동체, 동남아국가연합 등 다른 지역경제단위보다 넓은 면적과 많은 인구를 가진 거대한 경제단위로 세계초일류로 성장한 한국기업들의 든든한 받침대가 될 것입니다.

미국은 한미방위조약 제4조 “미합중국의 군이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는 규정에 따라 한국의 영토 내 필요한 지역들을 무제한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주한미군은 이처럼 아무런 제한 없이 자유롭게 배치, 훈련, 작전수행 및 철수하고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며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파괴무기들을 한국정부의 제재를 받지 않고 대한민국의 영토 내에 반입, 배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미국이 한국정부로 부터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한국의 영토내서 무제한 무상으로 필요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데도 대한민국이 주권국가라고 할 수 있습니까? 미국의 방공정보망에 전적으로 의존해 독자적인 작전수행이 불가능한 한국군이 자주국방을 말할 수 있습니까?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한국이 외국원조로 연명하던 1950년대 유산을 아직도 청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입니다. 전시작전지휘권의 완전한 환수와 한미동맹 재 정의로 영토주권을 회복하는 것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국방주권 회복이란 대한민국이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끝나지 않은 한국전쟁’을 끝내는 것은 한국이 당당한 주권국가로 21세기 세계무대에 우뚝 서는 고속도로입니다.

지금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2차 대전이래 최악의 불경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진통을 격고 있습니다. 학자들에 따라 진단과 처방이 각기 다르기는 하나 세계경제가 산업자본에서 금융자본을 거처 정보통신산업으로, 전 세계를 하나로, 예측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과정, 즉 근본적인 경제패러다임의 변화과정에서 겪는 혼돈으로 당분간 적절한 해법을 찾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과거 역사에서 이런 불확실한 장기침체를 대규모 전쟁으로 극복한 사례도 많습니다. 그러나 가공할 만한 신무기 개발로 전쟁은 더 이상 해법이 될 수 없습니다. 이런 시점에 미국이 한반도 평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면 북한을 비롯한 동북아시아의 개발과 초고속 성장에 적극적인 참여해 장기적인 경기불황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아울러 전 세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마련되는 21세기 골드러쉬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전환, 전시작전지휘권 이관을 비롯해 한미동맹의 재조정 등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할 앞으로 4년은 60년간 계속된 한국전쟁을 끝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우리 민족의 운명을 결정할 아주 중요한 시기입니다. 오바마 대통령 2기와 반기문 사무총장의 2기 임기가 겹치고 남북한에도 새로운 지도자로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취임해 이 분들이 함께 협력한다면 60년간 계속된 한국전쟁을 끝내고 한반도 평화에 큰 진전을 이룰 수 있습니다.

냉전체제 해체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모든 주변국들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를 원하고, 94년 클린턴 행정부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을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는 방향으로 수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지 않은 것은 그동안 한미 양국정부의 엇갈린 대북정책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클린턴 행정부의 북한과의 대화에 제동을 건 김영삼 정부의 발목잡기,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화해정책을 뒤집거나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에 제동을 건 아들 부시 행정부의 대북ABC정책으로 20년을 허송한 것과 같은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 돼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1월 21일 2기 취임사에서 한반도문제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의견이 다른 국가들과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우리가 순진해서가 아니라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용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대화와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이미 죤 케리 상원의원을 국무장관, 척 헤이글 전 연방상원의원을 국방장관에 임명한 것도 한반도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기대합니다.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오바마 대통령이 이라크전쟁을 끝낸데 이어 내년까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철수시키고 한국전쟁을 마무리해 앞으로 4년 임기 중에 한반도와 세계평화에 큰 공헌을 할 것으로 믿습니다.

이제 새로 출범한 한국의 박근혜 정부는 중국을 설득해 강도 높은 대북정책으로 북한을 압박할 것인가? 미국 민주당 오바마 행정부와 함께 ‘끝나지 않은 한국전쟁’을을 끝내고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 것인지 선택해야합니다.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전시작전권 이관에 따른 한국군의 전면개편이 북한과의 전면전을 각오한 군비확장으로 나아갈지? 한반도 평화체제를 전재로 군축과 비핵화를 지향할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우려스러운 점은 박근혜 대통령의 ‘선 제재 후 지원’ 북핵 해결 원칙과 김장수 안보수석, 남재준 국정원장, 김병관 국방장관 내정자에다 장관급으로 격상된 박흥렬 경호실장을 포함해 총4명의 육군참모총장 출신으로 구성된 강성이미지의 새 정부 안보팀입니다. 2012년으로 예정됐던 전시작전권 이관이 2015년으로 연기되고 이후에도 주한 미군이 여전히 한국 공군과 해군에 대한 전시작전권을 행사하는 것은 바로 기형적인 육군중심 한국군 편제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과연 군부기득권을 대표하는 육군참모총장 출신의 박근혜 정부 안보팀이 한국전쟁의 종결과 남북한 군축, 비핵화를 위해 어떤 결단을 할지 주목됩니다.

흔히들 한반도문제를 논할 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통일’을 말합니다. 그러나 통일을 위해서는 정치체제, 통일비용 등 상당히 복합적이며 어려운 문제들이 제기되고 이를 해결하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남북한과 미국은 물론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쉽게 해결할 수 없습니다.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서 이해가 상충하는 6자가 모여 합의를 도출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이지 이미 입증됐습니다. 사실 6자회담은 핵문제를 해결하기위한 회담이라기보다는 북한에 대해 주변국들이 공동으로 압박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저는 통일을 논의하기에 앞서 한반도에서 전쟁상태를 해소하고 평화를 정착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평화공존에 앞서 교류협력으로 신뢰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전쟁상태가 종식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류협력은 언제나 원점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60년간 수없이 경험했습니다. 총부리를 서로 겨냥한 전쟁당사자간의 교류나 신뢰회복은 한낱 허구에 불과합니다. 먼저 총부리를 내려놓고 평화・공존하는 가운데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다시 한 번 "평화가 먼저다"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1)한국전쟁을 끝내고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종전협상, 2)평화를 위한 군축과 비핵화, 다방면의 교류협력, 3)동북아시아 경제안보협력체제 등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종전협정은 남북한과 미국, 중국 등 한국전쟁 교전당사국간에 한반도의 현재 상황(based on ‘as is condition’)을 인정하고 국교정상화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만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형식은 4개국 정상 공동성명, 다각도의 양자대화(multi-two party dialog) 등 여러 방안이 있을 수 있지만 외교관계가 수립되지 않은 북-미와 남-북간의 평화에 대한 합의가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한국전쟁 교전당사국간의 평화공존에 대한 합의를 바탕으로 군축, 비핵화와 교류협력을 위한 다각도의 양자대화 즉 남-북(전쟁 종료, 군축 및 핵과 미사일, 경제 및 각종 교류협력, 통일 등), 북-미(전쟁 종료, 외교관계, 핵과 미사일, 주한미군, 경제협력 등), 북-일(외교관계, 재북 일본인 및 재일 조선인 지위, 경제협력 등), 북-프랑스(외교관계, 경제협력 등) 북-IAEA(평화적 핵 이용을 포함한 핵문제, NPT체제복귀), 북-MTRC (미사일기술통제체제) 등 각기 다른 두 당사자 간에 제기되는 각종 현안에 대한 대화와 합의 가능한 범위 내에서 협정이나 조약을 체결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일 것입니다.

저는 이 모든 과정을 포괄적으로 일컬어 한국전쟁을 끝내기위한 ‘평화협정’(peace agreement)이라 통칭(국제법상 개념이나 협의의 북미평화협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남북한과 미국, 중국 등 4자가 평화조약을 체결해야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평화조약의 핵심 사안이 될 주한미군의 지위와 한반도내 기지문제에 중국이 개입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국제관계에 있어 협상의 내용이 모두 공개적인 협정이나 조약에 포함될 수 없으며 당사국간에 비공개 협약을 맺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비록 북한이 평화협정이후 한국내의 주한미군기지의 존재를 인정하더라고 협정보다는 비공개 협약에서 언급할 사안일 것입니다.

그리고 한반도 평화체제의 정착과 함께 6자회담을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고 등이 참여하는 동북아시아 경제안보협력기구와 같은 다른 차원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입니다.

지금 한반도정세는 동서로 갈려 세계적 패권을 겨루던 두 진영의 한 축이 무너지고 세계 최강자인 미국이란 거인 앞에 무너진 쪽에 속했던 북한이란 소년이 버티고 서 있는 것입니다. 새로운 국제질서의 기강을 세우기 위해 거인이 소년에게 몽둥이를 들고 압박을 계속하자 소년이 자신도 평화로운 세계의 구성원으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며 손에 무엇인가를 꽉 쥐고 버티는 형국이라 비유할 수 있습니다. 평화를 원하는 소년이 두 진영이 대결하던 시기에 선봉에 섰었다는 이유로 시범적 제제를 계속한다는 것은 공정하지 않습니다. 거인이 몽둥이를 들고 손에 쥔 것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거인이 몽둥이를 먼저 내려놓고 소년의 손을 잡아주는 것이 순리입니다. 거인과 한편인 소년의 형제가 거인과 소년이 손을 잡을 수 있도록 나서야 할 때입니다.

한국전쟁이 60년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는데도 북한의 핵개발을 빌미로 미국이 평화협정 체결을 외면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습니다. 한국전쟁을 끝내고 국교를 정상화하고 북한의 비핵화와 협력을 위한 대화를 계속해야 합니다. 일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는 한국인들이 일인당 국민소득 천 달러 수준에 불과한 북한 동포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외면하는 것은 죄악입니다. 북한과의 전면전 불사라는 강경자세를 버리고 미국과 북한의 대화를 위한 교량역할을 맡아야 할 것입니다.

한국전쟁을 끝내고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는 것은 보수와 진보, 세대를 넘어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공통분모입니다. 한국전쟁을 끝내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입니다. 한 두 사람의 개인적인 노력이나 일회성 행사보다 국내외 한민족의 의지를 모아 남북한 정부와 미국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한다면 한반도 평화는 가능하다는 믿음을 갖고 각 지역 실정에 맞게 실천 가능한 사업을 추진하면 반드시 이루어질 것입니다.

▲ 2010년 10월 롱비치 국제마라톤에 참가해 역주하고 있는 조재길 세리토스 시장

저는 이미 앞에서 말씀드린바와 같이 지난 1월 1일 60년간 계속된 한국전쟁의 정전체제가 더 이상 지속돼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오바마 대통령에게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해줄 것을 요청하는 편지를 발송했습니다. 그리고 2월 25일 박근혜 한국대통령의 취임에 맞춰 남북한 지도자에게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 적극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습니다. 아울러 남북한 지도자에게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며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956km를 하루에 20km씩 50일간 달려 한반도 종주를 할 수 있게 판문점 통과를 허락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지난 3월 17일 동아마라톤에 참가하고 가까운 장래에 마라톤에 참가하기위해 북한을 방문하기를 희망합니다. 이번 남북한 방문기간 중 월드와이크시티연맹과 북측 관계자들과 10월 유엔평화음악제를 비롯한 여러 가지 행사에 관해 논의하고 여러분으로부터 많은 의견을 경청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남북한 동포여러분의 적극적인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우리가 오늘 ‘끝나지 않은 한국전쟁’을 끝내지 않으면 한반도에서 핵전쟁을 피할 수 없으며 누가 승리하느냐를 떠나서 우리 민족은 파멸한다.”는 점을 분명히 기억해 주실 것을 다시 한 번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