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석 / (재미)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 ]

한국은 지금 핵 무장론으로 논란을 벌이고 있다.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한국도 핵으로 무장해야한다는 주장도 있고,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그 주장들의 허와 실을 생각해본다.

① “한국은 핵무장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

북한은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올해 2월 3차 핵실험을 성공했다. 이제 ‘핵보유국 북한’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북한은 핵으로 무장했음을 위협적으로 만천하에 공표하고 있다.

“누르면 발사되고, 퍼부으면 불바다 된다.”든가, “적진을 아예 벌초 해버려라”고 외치고 있다. 이런 협박성과 조폭성의 발언은 마치 맨 몸으로 홀로 서 있는 사람에게 난폭한 조폭이 손에 수류탄을 쥐고 협박하며 다가오는 공포감을 조성한다.

북핵 위협이 과거와는 질적으로 달라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대한민국이 생존을 원한다면 현 상황 하에서는 그에 상응하는, 혹은 그 보다 더 무서운 보호 장비를 보유하는 길밖에 없다. 자동적으로 일어난 논란은 ‘한국의 핵 무장론’이다.
북한의 3차례 핵실험은 한국도 핵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주장에 명분과 힘을 실었다. 어떠한 대화나 협상이 그리고 아무리 강력한 제재수단이라도 북핵 폐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지난 20여년 이상 북핵 폐기를 위한 대화, 협상, 회담 그리고 제재들이 있었다. 그러나 북한은 핵을 갖게 되었다.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었는데 한국이 지금과 같은 비핵국가로 머물러 있으면 한국은 북한에게 생존 자체가 인질로 잡히는 운명이 된다. 인구 50배나 되는 아랍 국가들이 결정적 순간에 이스라엘에 굴종하게 되는 원인은 바로 여차하면 이스라엘이 핵을 도구로 인질정책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경제력, 과학기술능력, 원자력발전소 건설능력 등 핵무기 생산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북한이 잔혹한 흉기를 들고 생명을 위협하는데 그 흉기를 제압 할 수 있는 무기를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데, 그것을 하지 않는 것은 적에게 그냥 내어 주겠다는 것, 적을 이롭게 하는 것 아니고는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만일에 한국이 핵무장을 하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노력에 박차를 가하도록 할 수도 있다. 한국의 핵무장은 곧 일본의 핵무장을 불러온다. 일본과 한국이 핵을 만들면 자동으로 대만이 핵을 가지려고 한다. 중국에겐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래서 한국의 핵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비핵화 의지를 현실화 시킬 수 있다.

② “핵무장은 공포와 위험만 가증시킬 뿐이다”는 주장

북한의 핵위협은 마침내 한국의 독자적인 핵 무장론을 불러 일으켰다. 과거에도 이런 일은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 강도가 다르다.
‘서울 불바다’ 니 ‘워싱턴 불바다’니 하는 발언이 눈에는 눈, 핵에는 핵이라는 인식론적 토대가 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대한민국 정부는 2014년 시한이 만료되는 미국과의 원자력협정을 개정해서 핵무기 개발의 토대가 되는 재처리 능력을 확보하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뿐만이 아니고 전임 이명박 정부도 그랬다. 한국이 핵무기를 만들려면 우라늄 농축이나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재처리 시설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NPT(핵확산금지조약기구)와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회원국인 대한민국이 거기를 탈퇴할 수는 없다.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하는 일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핵무기를 개발하려면 우선 미국과의 충돌을 감안해야 한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미국(오바마 정부)의 국제정책 최우선의 슬로건이 핵 없는 세상과 핵확산 금지다.

핵무기 개발은 미국과의 충돌을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이 미국에게 핵무장을 주장한다는 일은 미국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이것은 한국에겐 미국이냐 핵무기냐를 택하는 문제다.

한반도의 안보가 엄중한 상황에서 한미동맹의 파기를 감수하면서까지 핵개발 추진 가치가 있겠는가?
한미관계의 균열과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무기를 개발한다고 해도 그 목적에 부합되는 실효성에 있어서는 의문이다. 핵 무장론 자들은 공포의 균형을 통해서 북핵을 포기 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1만개 이상의 핵을 갖고 있는 미국도 북한의 핵을 포기시키는 데에 실패했다. 오히려 북한은 미국의 핵을 핵무장의 빌미로 활용했다. 한국은 자해적인 수단인 핵무장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
북핵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한반도 냉전체제의 종식이 우선이다.

③ 평화를 위해서 핵무기 보유능력을 갖추는 길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다.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의제가 ‘한미원자력협정개정’이었는데 양국가간 그 만료시한을 2년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한미관계에 긴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의제가 일단은 연기가 되었으니 임시적이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2년은 멈추어 선 시간이 아니다. 한미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재협상을 할 수 있는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2년은 결코 충분한 시간이 아니다. 전략적으로 궁리하지 않고 만료되는 시한만을 갖고서 원자력재협상에 맞닥뜨리니 흑과 백을 선택하는 논리에 빠지고 말았다.

일본은 NPT와 IAEA회원국이면서 더구나 미국을 공격했던 적이 있음에도 핵연료 농축과 재처리를 할 수 있다. 일본은 전후로부터 지금까지 미국과의 원자력 협력에서 쉼 없는 외교적인 노력을 해 왔다. 국제사회에서 그리고 미국으로부터 일본은 원자력발전의 투명성을 완벽하게 확보해 왔다. 그들은 미국 이상으로 핵확산 방지를 부르짖으면서 재처리시설을 가동시켜왔다.

한국과 다르지 않게 통제를 받아왔던 일본이 어떻게 이러한 성과를 이루어 냈는지에 대해서 빨리 배워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