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 문화일보 논설위원


정치는 담배 연기로 질식할 것 같은 카지노에서 한판 승부의 인생 역전을 노리는 ‘바카라(Baccarat) 도박사’들만 성공할 수 있다. 지독한 도박중독증처럼 지독한 권력중독증을 가져야. 운이 트여 대박만 터지면 6개월 안에 세상을 호령하는 권력자가 된다. 그래서 정치하려고 얼씬거리는구나. 인석(仁石) 이민우, 60년 전인 1948년 청주 시의회 부의장을 시작으로 제4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낙선과 당선을 반복하며 6선. 그는 1985년 김영삼·김대중의 추대로 민주화 세력의 요람이었던 신민당의 총재에 오른다. 나이 70. 자신도 놀라워할 감투에 대해 그는 말한다, “정치판에서 내일에 대해 말하면 귀신도 웃는다”. 정치판의 풍운아 김상현의 정치관은 더 리얼하다. “어느 구름에서 비가 올 줄 모른다. 중요한 건 권력에 대한 처절한 의지다”. 정신분석학을 정치학에 도입한 해럴드 라스웰은 “정치인의 유일한 가치는 권력”이라고 갈파. 본질을 찌른다.

정동영 손학규 김근태, 그들이 번쩍번쩍한 금배지를 다시 달고 정계에 복귀하기 위해 내년 4월 재·보궐선거에 출마한다는 시나리오가 여의도 주변에서 나돌고 있다. 모두가 ‘고향’과 연관된 선거구들. 정동영은 전북 순창, 손학규는 경기 시흥, 김근태는 서울이 각각 고향이다. 공교롭게 전주 덕진구, 수원 장안구, 서울 은평구 을에서 재·보선 가능성이 점쳐진다. 정동영이 전주에 출마하면? 손학규가 수원에 출마하면? 김근태가 서울에 출마하면? 본인들은 “내 이름은 꺼내지도 말라”며 손사래를 친다고. 그러나 거짓말! 한나라당은 시름시름. 누굴 대항마로? 내년 4월이면 야당이 이명박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라고 치고 나올 시점인데.

‘올드 보이’들은 유리하다. 첫째, 인지도가 높기 때문. 박지원이 목포에서 무소속 당선된 것처럼. 둘째, 공천을 따내기 위해 넘어야 할 문턱, 말하자면 진입장벽(threshold)이 신인보다 훨씬 낮다. 끼리끼리 나눠먹으니까. 셋째, 조직·자금 동원력이 막강하다. 몇번 해봤으니까. 그러나 첫번째 앞에 내놓아야할 사항은 ‘유권자의 망각력(忘却力)’! 유권자는 쉽게 잊는다. 씩씩거리며 미워하다가도 싹 잊어버리고 동정한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회귀(回歸)하려 한다. 회귀. 철학자 니체가 “행복해지려면 과거를 망각하라”며 ‘망각의 힘’을 말했다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