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호 / 영산대학교 일어학과 교수 ]

▲ 최영호 교수

차세대 자원의 보고(寶庫) 아프리카에 대해 세계 각국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프리카에 대한 한국의 교역 규모도 매년 증가하면서 2012년에 144억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여전히 전체 무역액에 비추어 1.3%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런데 같은 시기 중국의 아프리카 교역액은 1,799억 달러, 미국 896억 달러, 인도 639억 달러, 일본 307억 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특히 중국의 아프리카 외교는 괄목할 만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3월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지로 탄자니아·남아공·콩고 등 아프리카 3개국을 선택했다. 중국은 지난 10년 동안 전략적으로 아프리카 투자에 집중했으며 2009년 미국을 제치고 아프리카 최대 무역국이 되었다. 한편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3월 시에라리온·세네갈·말라위·케이프베르데 정상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했으며 이달 6월 하순에는 세네갈·남아공·탄자니아를 순방할 예정이다. 최근 중국의 지나친 자원외교는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 6월 8일자 인터넷판은 가봉·잠비아 등이 중국 회사의 석유·석탄 채굴권을 잇달아 회수하고 있고, 가나에서는 불법으로 금을 채굴해 온 중국인들을 무더기로 체포했는데, 이러한 움직임은 자원 약탈에 대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불안과 우려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 아프리카개발회의에 참가한 국가 및 기구 대표들

이처럼 아프리카 자원을 둘러싼 중국과 미국의 외교경쟁에 일본도 국제회의 유치와 원조 공여 약속을 통해 가세하고 있다. 지난 6월 1일부터 3일까지 일본 요코하마(橫浜)에서 제5회 아프리카 개발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는 39명의 국가원수 혹은 정상을 포함하여 아프리카 51개국, 35개국 개발 파트너 국가 관계자, 74개 국제기구 및 지역기구 대표, 그리고 NGO 대표 등, 총 4,500명 이상이 참가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비롯하여 제이콥 즈마(Jacob G. Zuma) 아프리카연합위원장, 김용(Jim Yong Kim) 세계은행총재, 헬렌 클라크(Helen Clark) 유엔개발계획총재 등이 참가하여 일본이 주최하는 국제회의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행사가 되었다.

‘약동하는 아프리카와 손을 잡고(Hand in Hand with a More Dynamic Africa)’를 대회 슬로건으로 하여, ‘강고하고 지속가능한 경제’, ‘포용적이고 강인한 사회’, ‘평화와 안정’ 등을 테마로 하여 3일간 금후의 아프리카 개발 방향을 둘러싸고 활발한 회의가 펼쳐졌다. 특히 민간 주도에 의한 성장의 중요성을 반영하여 아프리카 국가정상들과 일본의 민간기업 대표가 직접 대화하는 세션이 이번에 처음으로 도입되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수상은 6월 1일 개회식 기조연설을 통해 아프리카에 대해 민관 지원 합하여 향후 5년간 총 3.2조엔(약 320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가운데 정부개발원조(ODA)는 1.4조엔을 차지한다. 또한 그는 아프리카의 자조·자립을 강조하고 자원외교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과도하게 자원을 채굴하지 않겠다고 하는 ‘아베 이니시어티브’를 내세웠다. 그리고 자신이 빠른 시기에 아프리카를 방문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원조액 가운데 에티오피아나 세네갈 등 10개 지역에 인재육성을 위한 거점을 마련하고 직업훈련 전문가와 투자 자문가를 파견하겠다고 했으며, 6,500억엔 규모로 송전망 등 다양한 인프라 정비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는 연설 가운데 수차례에 걸쳐 아프리카 국가들을 ‘파트너’로 지칭하고 대등한 입장에서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그리고 향후 5년간에 걸친 일본의 개발지원계획을 구체화 하는 ‘요코하마선언 2013’과 ‘행동계획 2013-2017’ 문서를 채택했다. 6월 3일에는 일본이 유엔 안보리 개혁을 목표로 하는 회의를 개최하여 일본의 안보리 진출 의도를 밝히고 아프리카 국가들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일본이 주도하는 아프리카 개발회의의 영문 표기는 Tokyo International Conference on African Development (TICAD)이다. 1993년 이후 일본정부가 주도하고 유엔, 유엔개발계획(UNDP), 아프리카연합위원회(AUC). 세계은행이 공동으로 개최해 오고 있다. 5년에 한 차례씩 정상급 회담과 각료급 회담이 열린다. 제1회 회의는 1993년 10월에, 제2회 회의는 1998년 10월에, 제3회 회의는 2003년 9월에 각각 도쿄에서 개최되었고, 제4회(2008년 5월)부터 요코하마에서 개최되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정상들이 대거 일시에 일본을 방문하기 때문에 개별 정상회담의 일정이 빠듯해지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제3회 회의 기간 중에 23개국 정상들과 개별적으로 정상회담을 마친 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수상은 “이렇게 피곤한 것은 처음이다. 지긋지긋하다”라고 감상을 표현하기도 했다.

제4회 회의 때부터 일본정부는 세계적인 세균학자로 생전에 아프리카 질병 퇴치에 노력한 노구치 히데요(野口英世, 1876-1928)를 기념하는 상을 제정하고, 아프리카 발전에 공헌한 세계적인 학자 2명씩을 선정하여 수상해 오고 있다. 노구치는 오늘날 일본의 1,000엔짜리 지폐에 초상화로 실려 있으며 세계적인 위인으로 일본에서 교육되고 있다. 영국인 브라이언 그린우드(Brian Greenwood), 그리고 케냐의 미리암 웨레(Miriam Were)가 2008년에 첫 번째로 이 상을 받았다. 올해에는 벨기에 출신 런던대학 위생열대의학 대학원 피터 피오트(Peter Piot, 1949) 원장과 우간다 출신 국제에이즈백신추진구상(IAVI) 알렉스 코티뇨(Alex G. Coutigho, 1959) 위원이 각각 수상했다. 지난 6월 1일 만찬회에서 일왕 부부가 참석한 가운데 이들에 대한 수여식이 열렸다.

▲ 제2회 노구치 히데요상을 수상한 알렉스 코티뇨(Alex G. Coutigho)와  피터 피오트(Peter Piot)

제5회 아프리카 개발회의 기간에 열린 ‘African Fair 2013'에는 80개 정도의 일본 기업과 단체가 식품·의료·전력·정보통신·환경보존·물·교통·옷 등을 테마로 하여 아프리카 시장에 어필할 수 있는 상품들을 전시했다. 아프리카 참가자들에게서 가장 큰 인기를 끈 것은 히타치(日立)가 개발한 유압식 지뢰제거기였다. 또한 아지노모토(味の素)가 아미노산 기술을 이용하여 개발한 이유기 어린이의 영양식 ’KOKO Plus‘도 인기를 모았다. 이외에도 납두균(納豆菌)과 탄산섬유를 활용한 수질 정화제, 초소형 나선형 발전기, 말라리아 예방용 모기장과 모기 박멸제, 연기와 그을음이 나지 않는 곤로, 태양광 발전을 이용한 냉장기, 화장실 악취 제거제 등이 인기를 모았다고 한다.

이러한 일본의 적극적인 아프리카 지원외교에 대해 경쟁국 중국에서 이를 비판하는 보도가 나왔다. China Net 일본어판이 6월 3일에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의 국제문제전문가의 말을 인용하여 일본정부가 아프리카에 대한 막대한 지원책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진정한 동기가 의심스럽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일본의 약속이 효과적으로 실행된다면 분명 아프리카에게 바람직한 일이 되겠지만, 구두약속을 실행하지 않은 과거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그 효과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예를 들어 2005년 일본을 비롯한 G8 국가들이 2010년까지 매년 아프리카 지원 규모를 250억달러에서 500달러로 증가하기로 해놓고 막상 2011년에 지원한 실적은 380억달러에 불과한데다가 그것도 대부분 채무탕감이었고 새로운 원조는 매우 적었다고 했다. 또한 일본의 경우, 경제의 부진과 빈번한 정권교체 상황을 비추어볼 때, 이번에 제시한 대폭적인 지원 약속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또한 일본은 아프리카 원조가 자원외교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고 하고 있으나, 각종 에너지·자원 회의를 열고 있고 관련 일본기업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의구심을 갖게 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