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글은 승원홍 전 (호주)시드니한인회장이 12월중 발간예정인 신간도서 '긍정의 힘' 30인 공동저자로 참여해 '새로운 기회의 나라 - 호주에서의 꿈과 도전' 라는 제목으로 책에 수록한 내용을 발췌 소개한 것입니다. -편집자 주.

[ 승원홍(承源弘) / 전 시드니한인회장, 재호한인상공인연합회장 ]
                         
              < 새로운 기회의 나라, 호주에서의 꿈과 도전 >

새로운 운명의 시작

▲ 승원홍 회장

나는 평안북도 정주에서 1947년에 태어나 부모님의 등에 업혀 월남한 이산가족이다. 나는 선친의 잦은 사업실패로 어려웠던 가정환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공부밖에 없다는 일념으로 매섭게 공부를 했고, 보성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문리대 중국어중문학과에 입학했다. 재학 중 공군에 자원입대하여 3년여 복역을 마치고, 복학하던 해, 나는 중문과 최고 성적의 우등생으로 선발되어 우등상패와 양영장학금(년100만원)을 2년간 받게 되었다.

헌데 당시 서울대학교에 정영사(正英舍)라는 종합기숙사가 있었고, 학업성적이 우수했던 지방출신 학생들을 우선하여 선발, 운영되고 있었다. 이 종합기숙사엔 특별히 인재양성에 관심이 많았던 육영수 여사가 매년 공식 방문하여 학생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고 있었다.

나는 서울에 집이 있었으나 가정 사정을 이유로 1972년에 정영사에 입사할 수 있었고, 만 2년 동안 대한민국 전국 각 지역 명문 고등학교 출신의 엘리트들과 함께 동고동락, 친분을 쌓으며 대학생활을 만끽할 수 있었다.
나는 장차 대학 졸업 후, 해외진출을 꿈꾸며 1972년도부터 외무고시를 준비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외무고시와 연관된 과목들로 수강신청을 하여 정말 열심히 학업에 매진했다.

그러던 가운데 나는 외무고시보다 현실 정치권 진출의 지름길의 한 방법으로 청와대 육영수 여사 비서관의 가능성을 생각해봤다. 그래서 실질적인 정영사의 후견인이었던 청와대 육영수 여사와 가까운 인연을 만들기 위해, 나는 1972년도 하반기에 정영사 학생회장(자치위원장)에 출마하여 제7대 자치위원장으로 선출됐다.

나는 정영사 학생회장으로서 대학 측에 정영사의 시설개선과 학생 복지를 위해 보다 많은 지원을 요청했고 부족한 경우엔 곧바로 청와대 육영수 여사께 요청하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꽤나 힘(?)있었던 학생회장이었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러나 박정희대통령 통치 당시 발생한 유신은 당시 우리 서울문리대 학생들의 입장으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치였으므로 나도 동료들과 함께 유신반대 홍보토론회에 적극 참여하기도 하였다.

그런 상황 속에서 중문과 학과장 교수님의 권유를 따라 졸업 후에 중국(대만)정치대학 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날 생각을 하였다. 그런데 대만에서 새 학기가 시작하기까지 나에겐 1년 가까운 많은 기간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나는 1년 동안 일을 하기로 결심하고 어문학계열 우수학생 대학추천 특채케이스로, 대한항공에 1973년 입사했다.

첫 직장 대한항공, 시드니주재원

나는 김포국제공항 국제여객과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직장 생활은 재미있었고, 동료들과의 어울림도 흥미로웠다. 결국 대만유학을 포기하고 직장생활을 통해 경험을 쌓은 후에 해외지사로 진출하는 편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본사 영업부 국제여객과로 자리를 옮겨, 해외 총대리점 관리 업무와 한국지역, 중동지역을 맡아 열성껏 일을 했다.

당시 급상승하는 중동 송출인력 운송을 위하여 나는 사우디(다란공항)취항 계획안을 검토하면서 사우디 출장결과보고서 겸 제다공항취항 품의서를 제출하였다. 중동지역의 미래중요성을 역설했던 그 보고서는 ‘전 부서장 필독’이란 지시가 내려질 정도로 대한항공 전 부서에서 널리 읽혔다. 그리고 나는 1977년 사우디 제다 지점 판매관리 담당으로서 중동지역 마케팅을 담당하며 또한 사우디항공사와의 상무협정운용 실무자로서 대한항공의 중동지역 초기 정착기에 많은 기여를 했다. 그리고 1979년 호주시드니 주재원으로 부임하게 되었다.

나는 본사영업부에서 해외지역의 총대리점을 관리했던 경험을 토대로 당시 실적이 부진했던 총대리점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당시 호주의 3대 여행사로 꼽혔던 Tour World사를 총대리점으로 선정하고 시드니중심지에 사무실을 꾸렸다. 그 후 나는 호주에 화물총대리점, 뉴질랜드에 여객총대리점을 추가 임명하였고 호주와 뉴질랜드의 주요 도시를 포함하여 파푸아뉴기니아의 판매망 확장을 위해 출장을 가기도 했다.

대한항공 시드니주재원으로서의 3년여의 활동은 판매영역을 확장하며 장차 호주취항을 준비하는 대한항공의 입지를 호주여행업계에 확고한 뿌리를 내리게 하는 역할이었다. 그 덕분에 나는 대한항공 창사 12주년을 맞이하며 1981년 모범직원 표창을 받기도 했다.

뜻하지 않았던 선물, 호주영주권 취득

시드니주재 근무 환경이 정리되면서 바로 아내와 딸, 그리고 아들까지 시드니로 합류했다. 그때도 지금처럼, 호주가 사람 살기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많은 한국인들이 호주로 몰려오던 때였다. 당시 호주연방정부 이민성은 많은 불법체류 이민 노동자들을 구제할 목적으로 1980년 초에 호주에서 영주할 의사가 있는 사람에게 영주권을 주겠다는 사면령을 발표했다. 나도 4인 가족 모두 영주권을 신청, 취득하였다. 그리고 1980년에 셋째 아이를 낳았다.

새로운 꿈을 향해 도전하다 - 롯데여행사 창립

3년여 대한항공 주재원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임했다가 바로 퇴직을 하고 호주시드니로 이주했다. 그렇게 점차 호주에서의 삶을 정착해가며 나는 또 다른 도전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지난 9년 동안 호주항공 여행업계의 경험을 기반으로 하여 새로운 여행사를 설립하기로 한 것이다. 준비기간을 거쳐 1983년 시드니 중심가에 롯데여행사를 창업했다.

교민사회의 발전에 따라 교민대상의 새로운 여행상품과 함께 호주인 여행객들의 한국방문을 주도하는 여행상품개발 판매로 호주내의 한국여행상품 도매업자로 자리매김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그때엔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한국인 수는 적었고 주재 상사원 일부가 눈에 보이는 수요였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한국무역관 사무실을 드나들며 장차 한국 상품 수입이 가능한 바이어 회사들의 리스트를 받아 한국방문 항공편 정보와 값싼 항공 가격 조건 등을 제공하며 현지고객을 늘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아이 입양부모 단체를 후원하며 입양자 부모들의 여행 편의를 제공하기도 했다.

‘88서울올림픽 때부터는 호주인관광객들을 위한 한국관광 패키지 상품을 만들기도 하였다. 호주에서 만들어진 한국행 첫 패키지상품 이였다. 아울러 어린 나이에 부모를 따라 호주로 이민 와 호주교육을 받던 우리 2세 자녀들의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확립과 자긍심 고취를 위하여 한국의 주요 산업시설방문과 문화유적지 관람이 포함된 모국방문 산업시찰 관광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또한 중국여행, 북한방문, 유럽 단체관광 등 나는 한인사회의 성장에 따라 단계적으로 새롭고 다양한 패키지 관광 상품들을 개발하여 선보이면서 한국인여행업계를 주도했다.

특별히 동족상잔의 아픔을 극복하지 못한 채 남북으로 갈려 대치하고 있는 조국의 현실을 바라보면서 호주시민권자로서 미래 통일된 조국을 꿈꾸며, 여행업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북한의 문을 열고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물꼬를 트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오랜 기간 동안 노력한 끝에 드디어 1991년 북한 7박8일 체류의 성공적인 호주교민단체 북한관광을 최초로 실시할 수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방북기간 중에 해외동포 원호위원회 참사와의 2차례 회동과 집요한 요청을 통하여 동행했던 이산가족의 현지 가족상봉과 아울러 호주교민 이산가족의 북한방문 창구를 제도화했으며 호주교민 상공인들의 북한 내 투자교류도 가능토록 성사시켜 호주교민들의 북한과의 인적교류의 첫 물꼬를 트는데 크게 기여했다.

나는 1990년 북경아시안게임 개막식 참관을 겸한 호주교민 중국단체관광을 시작으로 중국관광의 서막을 열기도 했다. 그 후 중국방문 기행문을 호주교민 주간지에 연재를 하였고 한중수교가 재개된 다음 해인 1993년 곧 바로 ‘승원홍의 중국기행’이란 책을 출간하였다. 이어 출판기념식을 겸한 롯데여행사 창립 10주년 기념식을 개최하면서 이 책을 통해 얻어진 수익금을 기조로 ‘승원홍장학금’을 제정하고, 호주에서의 대학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의미에서, 매년 교민자녀 대학생 2명을 선정하여 장학금을 제공하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롯데여행사 사업을 통해 한호간의 다양한 인적교류 프로젝트를 선도적으로 개발 시행했으며 한국 전통문화 소개에도 많은 기여를 했다. 특별히 호주언론인들과 호주여행업계 인사들의 한국방문 프로젝트를 실행하며 호주언론매체를 통해 한국의 주요 관광명소들을 소개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었음에 긍지를 느낀다.

재호한인상공인연합회 활동

이민 초기정착 한인상공인들에겐 정보교환, 상호친목과 상부상조를 목적으로 연합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였다. 이에 따라 다양한 분야의 상공인들이 연합회에 가입했다. 나는 대한항공에서의 조직생활과 비교적 호주의 중상류층을 상대했던 시드니지사 경험을 접목했다. 창립 때부터 3분의 회장을 보필하며 한인상공인들의 교양함양과 친교는 물론 초기 조직 확립에 많은 기여를 했다. 나는 초기 선배들의 뒤를 이어 1997년 제9대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특별히 한국에서의 금융위기로 호주연방정부가 한국기업에 수출하고 있는 기업에게 3억불의 교역보험금을 지원키로 결정한 바 있었는데, 나는 연방수상에게 한국금융 위기 해결에 도움을 준 것에 감사하며 재호한인 상공인들도 한호 양국의 우호증진과 발전을 위해 기여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이뿐만 아니라 이민성에서 배포되는 홍보자료에 한국어도 함께 병기해 줄 것을 이민성 장관에게 요청하였으며 그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이민성을 포함하여 지방정부의 안내나 고지서에도 한국어가 함께 게재되기 시작하여 기쁨을 감출 수 없다.

호주한글학교협의회 활동

1987년도부터 시드니 제일교회 한글학교 교감으로 봉사하던 나는 미국교민사회에서 개발하여 사용하던 영어교육권 학생 대상의 교재를 활용하였고, 아울러 매년 질 높은 교사세미나도 개최하였다. 그러다가 이 좋은 강의를 모두에게 알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시드니총영사관의 교육원장에게 한글학교협의체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교육원장은 흔쾌히 동의해주었고 1991년도에 호주한글학교 협의회를 창립했다. 협의회는 다양한 한글학교들이 교재통일화, 교사연수회, 합동학예회를 하게 만들어주며 교민사회의 한글교육에 집단적 업그레이드를 하는 계기가 됐다. 나는 초대 총무 1년, 부회장 1년, 회장 4년간의 봉사를 통하여 호주한글학교협의회의 초기 정착과 모든 한글학교의 획기적인 발전에 기여했다.

호주시드니한인회 활동

언제부터인가 시드니한인회는 과거 타성에 젖어 개혁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인회를 개혁하고 새로운 한인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2007년 나도 출사표를 냈다.
한인거주지역이 광역화된 10만여 시드니한인동포사회인 호주시드니한인회 역사상 처음으로 2일간 6개 지역에서 성숙한 투표가 이루어졌다. 그렇게 나는 제26대 한인회장으로 당선됐다.

나는 과거의 패러다임을 전면 개혁하며 주류사회 속으로, 차세대 중심으로 많은 정책을 수정해 나갔다. 시드니 동포사회 최초로 한인 지도자가 연방수상을 만나 40여 분간 마치 정상회담을 하듯이 호주한인사회를 소개하고 당면한 요구사항도 전달하는 기회도 만들었다.

예를 들면, 한인문화회관 건립을 위한 정부 토지 제공요청, 아프가니스탄 한인 억류자석방을 위한 호주 내 아랍계 지도자소개 협조요청, 2차 대전 당시 일본군 종군위안부문제 관련 호주정부차원에서의 인도적 지원 협조요청, 호주의 아시아 시대를 대비한 주요 아시아 언어교육에서 한국어의 중요성 강조 및 지원 요청 등이었다. 나는 기회가 될 때마다 연방정부, 주정부, 지방정부, 경찰청, 지방경찰서, 초, 중, 고등학교, 타민족단체와 일반사회단체 등 의사 결정권자를 만나 한인사회를 적극 홍보하며 새로운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그러나 혼자 뛰어다니기엔 아무래도 부족함이 많았다. 호주주류사회 인사들과 일반 호주인에게 한인동포사회를 소개하고 홍보하는 수단으로서 영문매체의 필요성이 절실했다. 나는 한인사회 최초의 영자신문인 ‘The Korean Society Bulletin’을 발행 배포하여 좋은 성과를 얻었다. 아울러 차세대를 위한 ‘Youth Forum’을 시작으로 유학생을 포함한 교민자녀 대학생과 직장인을 망라한 네트워킹 작업을 시도하여 차세대 한인들이 함께 모여 당면한 과제들을 토론하며 선후배간의 소통과 협력관계를 만드는 기회를 제공했다. 심포지엄도 개최했다.

그뿐만 아니라 기존의 한국의 날 행사를 한국주간으로 바꿔 주말인 토, 일요일 이틀간 시드니 중심지 다링하버에서 수많은 관광객과 주류계 인사를 대상으로 한국에서 초청해 온 유명한 ‘난타’공연과 함께 한국의 전통문화와 먹거리 홍보를 2년간 대대적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호주한인동포 100만 명 시대를 꿈꾸며

나는 호주와 같이 축복받은 나라에 어떤 형태로든 더 많은 한국인들이 들어 와서 살기를 희망한다. 호주는 모든 면에서 한국과 상호보완적 협력 관계에 있다. 또한 호주는 매년 20만 명 전후의 이민자를 받아들이고 있다. 특별히 부족한 기술 인력의 영입문호를 열어놓고 있다. 젊은 청소년 기술자들에게 호주는 기회의 땅이 되어줄 것이다. 진정 문화융합을 실현하기 원한다면 젊은이들에게 전략적 이민정책을 수립해 주기를 바란다. 다재다능한 한국인이 광활한 호주 땅으로 퍼져나간다면 호주 땅에서 놀라운 일을 일으킬 수 있다고 난 생각한다. 나는 오늘도 호주한인 100만 명 시대를 꿈꾸며 나의 도전을 계속 지속해 나갈 것이다.

[저자소개]
약력 -
보성중고등학교 /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중국어중문학과 졸업
대한항공 김포국제공항, 본사영업부, 사우디 제다지사, 호주 시드니지사장
롯데여행사 대표 / 2001/2002년 한국방문의해 명예홍보사절
민주평통자문회의 대양주협의회 위원(5~7기, 9기, 15~16기)
호주한글학교협의회장 / 재호한인 상공인 연합회장
호주시드니 한인회장 / 호주 NSW주정부 반차별위원회 위원

저서 – ‘중국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