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석 / (재미)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 ]

2008년의 대통령 선거는 미국 정치사에서 가장 과열된 선거였다.
오랜 기간 대(對)테러전을 수행하느라 지칠 대로 지쳤고, 더구나 9·11 대테러전이라고 감행한 이라크전쟁이 잘못된 전쟁으로 판명 나면서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권위가 크게 실추되었다.

게다가 미국의 경제가 바닥을 쳤다. ‘월스트릿 쓰나미’라 불리는 금융위기가 왔다. 시민들의 불안과 좌절감이 팽배되었다. 심지어는 은퇴자들을 위해서 적립해 놓은 펀드에도 문제가 생겨서 은퇴연금을 수령하는 연령을 늘여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정치권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과 함께 미국을 이끌어 온 소위 백인주류들이 목소리를 낮추고 고개를 숙였다. 적어도 당시 대도시 시민사회의 분위기는 마이노리티가 주도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민주당 예비경선 전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질기게 따라 붙었지만 “신출내기” 바락 오바마에게 패했던 원인도 이러한 상황에서 설명이 되고 본선거전서 유권자들이 존 맥케인에게 보다는 흑인인 버락 오바마에게 표를 더 몰아 준 것도 새로운 지도자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뜻 이었다.

 ‘재미한인’의 가치성

이러한 분위기 덕분에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소수유권자 단체들이 아주 씩씩하게 설쳐댈 수 있었다. 본격적인 예비선거전이 시작된 2008년 1월부터 필자는 오바마 캠프를 그냥 무작정 따라 다녔다.

캠페인 담당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계 미국인들을 이야기했다. 힐러리에 비해서 크게 상승세를 확보한 오바마가 당시 상원의원 자격으로 한국의 새 대통령인 이명박 대통령에게 취임을 축하하는 전문을 보내왔다.

내용 중에 가장 핵심은 “200만 이상 미국 내 한인들, 그리고 10만 이상 한국 내 미국인들 때문에 미국에게 한국은 가장 중요한 나라이다…”였다.

당시 이 메시지의 내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아차린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내 유태인들의 전략을 배우고 있는 한인풀뿌리단체는 그 가치를 절감했다.

미국의 이익만을 위한다면 중동지역에서 미국은 결코 이스라엘을 택하지 않고 산유국인 아랍 국가들을 택했겠지만 바로 600만 이상의 미국 내 유태인들의 정치력에 의해서 미국에게 이스라엘은 ‘한 몸통 두 나라’라는 것을 알아 낸 것이다.

이 논리는 미국에 세금을 내면서 살아가는 한인동포들이 민족역량을 보존하는 측면에서 얼마나 귀중한 역할인지를 명쾌하게 입증하는 예다.

 ‘코리아코커스’의 탄생

2007년 미국 내 한인동포들은 역사적인 (사건)성과를 만들어 냈다. 연방하원에서의 소위 ‘일본군강제위안부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우리 시민참여센터(구 유권자센터)는 그 일을 추진하면서 거의 만2년, 워싱턴DC를 헤맸다. 당시 우리가 얼마나 집요하게 현직의원들에게 매달렸는지 필자를 “길거리 로비스트”라고 칭하는 의원도 있었다.

의사당 주변과 의원회관 식당을 배회하면서 가슴에 배지만 있으면 소맷자락을 붙잡고 애걸복걸했다. (직접 뛰어보면 다 알게 되지만…) 보좌관보다는 의원이 훨씬 말이 쉽게 잘 통했다.

당시엔 까마득하게 몰랐지만 그러한 과정에서 현직의원과 안면을 익힌 것이 얼마나 큰 자산이 되는지는 정말로 미처 몰랐었다. 필자는 결의안 통과 이후에 그렇게 만들게 된 의원과의 안면을 ‘한국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조직화 했다. 바로 그것이 지금 ‘코리아코커스(Korea Caucus)’다.

2002년 중간선거 후에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연방의원들을 그렇게 조직하려고 했었지만 지역구(유권자)의 기반이 없기 때문에 이름만 있었지 유명무실했다.

유태계들이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현직 연방의원들을 조직해 내는 것을 보면서 필자도 매년 2,3 명의 현직의원들을 서울로 모시고 갔다. 중진 이상의 의원들을 한국 내 유수 사립대학에 소개를 했다. 명예학위 초청을 받고 서울을 한번 방문하면 한국인을 사랑하는 의원의 마음은 배가가 된다.

요즘 한국미디어에 등장하는 미 연방의원들은 거의 모두 서울을 방문한 경력을 갖고 있다. 연방의원은 철저하게 민간수준의 초청에만 응할 수 있다. 다른 나라 정부로부터 어떠한 인센티브도 받아서는 안 된다. 웬만하면 엄두도 못 내게 하려고 만들어 놓은 윤리위원회 규정을 우리가 돌파한 것이다.

LA, 뉴욕, 시카고의 한인밀집지역구 연방의원들이 서울을 다녀오면 한인과 한국에 우리보다 더 충성이다. 바로 이것이 미국에 세금을 내는 미주한인들의 위상이고 역할이고 실력이다.

 ‘코리아코커스’의 역할

2007년 이후, 미국에서 한국과 맞붙은 일본은 백전백패했다. 미주한인들은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미국의 시민사회 이슈로 논리를 만들었다.

한·일간의 분쟁의 이슈가 아니고 인간사회 보편적 이슈로 바꾸기만 하면 곧바로 연방의회 코리아코커스를 통해서 결론을 냈다. 물론 이의 가장 대표적인 실례(實例)는 “일본군위안부결의안”이다.

우리는 이 결의안을 “일본을 위해서 일 한다!”란 슬로건으로 일관했다. 인권문제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교육·홍보하는 데에 완벽하게 성공했다.

2008년 독도명칭을 지키는 일도 ‘역사바로알기’란 논리였다. 긴급하게 소집한 코리아코커스의 결론이었다.

미국이 ‘동해병기’하는 입장을 가져야만 하는 이유는 ‘역사진실’의 문제로 설명하고 있다. ‘동해병기’문제를 ‘미국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어야 하나?’라는 선택의 문제로 가면 한국은 승산이 없다. 이것 역시 연방의회에선 코리아코커스의 역할이다.

한국인에게만 한해서 1만5천개의 전문직 비자를 허용해 주자라는 전문직비자쿼터 확대 법안을 상정한 의원인 일리노이의 피터 로스캠(Peter Roskam) 의원은 코리아코커스 공화당측 공동의장이다.

현재 113회기 코리아코커스의 회원은 상원 7명, 하원 48명이다. 거의 모두가 한인밀집지역구 의원이다. 연평도 사태 때에도, FTA비준에도 한국의 대통령 연방의회 연설 때도… 코리아코커스의 활동이 주목 받았다.

‘일본에는 없는 것’

연방의회에 “일본위원회”즉 JAPAN CAUCUS가 결성되었다는 뉴스다. AP통신 워싱턴포스트 일본의 교또통신이 보도했다.

DC에서의 연전연패를 모면해 보려고 일본이 한국인들의 방식을 훔쳤다.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의 의회 돌파를 위해서 했다고 하지만 그것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일본은 미국에게 특히 미 의회에 현안이 많다.

그렇다하더라도 한국과 부딪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어림도 없다. ‘한국은 있는데, 일본은 없는 것’ 그것 때문에 일본은 어림도 없다. 그것은 ‘한인풀뿌리정치참여운동’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