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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자리를 비전문가가 차지할 때
고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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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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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영회 / 세종과학포럼 상임대표, 대한변리사회 회장 ]

 

   
▲ 고영회 / 변리사

2003년 2월 18일 대구 도시철도 중앙로역 1079호 차에서 어떤 사람이 휘발유 통에 불을 붙였습니다. 불길은 순식간에 객실 안으로 번졌고, 1079 열차와 반대방향으로 운행하는 1080 열차가 현장상황을 알지 못한 채 상행선 승차장에 들어와 섰습니다. 이 바람에 1079 열차에서 발생한 불길이 1080 열차로 옮겨 붙었습니다. 그때 기관사는 전동차에 대기하라, 자리에 그대로 있으라며 전동차 문을 잠근 채 자리를 떴습니다. 승객들은 열차 안에 연기가 들어오기 시작하는데도 자리에 앉아 마냥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아침 “여객선이 침몰하고 있다.”는 속보를 본 사람들은 무리 없이 구조하고 사건을 수습할 것으로 기대했을 것입니다. 우리 재난대응체계가 충분히 작동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었죠.

세월호 사건, 더 거슬러 올라가 대구지하철참사를 보면 지도자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합니다. 선장은 배 운항과 관리에 전문성이 있어야 하는 사람입니다. 승객의 안전과 관련된 사고가 났을 때에 정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선장은 배에 사고가 났을 때 어떤 일을 해야 하고, 승객을 구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아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런 능력이 없으면서 선장 자리를 차지하면 재앙입니다.

오래전 일인데, 일본에서 바둑기사를 상대로 뇌파실험을 했습니다. 바둑을 둘 때 전문(프로)기사와 취미(아마추어)기사, 누가 더 많이 생각하는가를 측정하는 시험이었습니다. 상식으로 보면 전문기사가 머리를 더 많이 쓸 것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험결과는 상식과 달랐습니다. 중요한 수를 두어야 할 때에도 전문기사는 먼저 수를 생각해내고 그 수가 타당한지를 확인하는 것에 그치므로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취미기사는 여러 가지 수를 생각해 내느라 머릿속이 바빴다고 합니다. 전문가는 해결책을 빨리 정확하게 찾습니다. 비전문가는 시간을 많이 쓰면서도 정답을 제대로 찾지 못합니다. 전문가는 그 분야를 공부하고, 실제 활용하여 그 지식이 몸에 밴 사람입니다. 지식이 몸에 밴 사람은 직관으로 정답을 찾습니다. 이것이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차이입니다.

대구지하철 사건에서 통제를 맡은 사령과 기관사, 세월호에서 선장과 항해사, 해양경찰의 모습에서 전문가 모습을 찾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비전문가를 전문가 자리에 임명하는 일을 자주 봅니다. 임명권자는 그 일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인지 확인하고 임명해야 합니다. 언론에서 낙하산 인사를 비판하는 기사가 자주 나오는 걸 보면 그 자리에 적합한지로 임명하는 게 아닌 모양입니다. 이렇게 임명된 사람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길게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전문성과 상관없이 임명된 사람일수록 ‘그릇된 소신’에 가득 찬 모습을 봅니다.

전문가가 맡아야 할 자리를 엉뚱한 사람이 차지하면, 시민에게 재앙이 돌아갑니다. 우리는 그런 모습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대구 지하철 화재사고, 이번 세월호 사고, 다른 대형 사고에서도 그랬습니다. 힘을 가졌다는 것이 전문성으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힘이 있다고 사고현장을 자기 생각대로 끌고 가려 해서는 안 됩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책임자 옆에서 쭈그리고 앉아있는 사진에서 배워야 하겠습니다.

우리 사회 전반을 다시 점검해봅시다. 전문가 자리를 전문성이 없는 사람이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무늬만 전문가인 사람이 진짜 전문가보다 더 설치고 있지는 않은지. 전문성이 필요한 곳에 진정한 전문가를 앉히는 일, 이것이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드는 길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비정상을 걷어내려면 두 눈을 더욱 부릅떠야겠습니다.


(자유칼럼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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