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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와 교육 - (11)< 포스트 세월호, 알면 행하는가? >
김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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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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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삼오 / 호주한국일보 편집고문,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설득(說得, (persuasion)이란 말은 먼저 불길한 이미지를 떠오르게 합니다. 고층 건물 난간에 매달려 떨어져 죽겠다는 한 남자를 향하여 경찰이 제발 참아 달라고 설득을 한다면 그런 예입니다. 비슷한 상황이 많습니다.

그런데 실은 일상생활에서 좋든 나쁘든, 기쁘건 슬프건 우리가 거의 매일과 같이 하는 말과 쓰는 글, 몸짓과 표정의 대부분이 설득, 즉 설득 메시지이며 설득 커뮤니케이션 입니다. 이 분야 학문에서 설득은 상대의 생각과 의견과 태도, 궁극적으로 행동을 바꾸려는 의도로 꾸며지는 메시지와 커뮤니케이션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물은 섭씨 100도가 되면 끓기 시작한다고 말하는 것은 팩트(fact)인 지식과 정보의 전달입니다. 그러나 어린 아이를 향하여 “끓는 물에 손을 넣으면 덴다. 절대 그렇지 말라”고 단단히 경고를 한다면 설득을 위한 내용의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이런 내용의 커뮤니케이션 행위가 우리 일상 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한 남자가 좋아하는 여성의 환심을 사기 위하여 감언이설 (甘言利說)로 뭐라고 말을 하고 있다면 내용은 달라도 같은 처지입니다. 아버지가 자녀들을 앞에 앉혀 놓고 공부 열심히 하라며 일화(逸話)을 들려준다면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신자와 학생의 마음과 태도와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설교와 강연, 정부와 국민과 특정 집단이나 단체를 향하여 뭔가 변화와 개선을 촉구하는 신문 사설, 텔레비전 프로는 전형적입니다. 대북 방송은 북한 주민들로 하여금 생각과 행동을 바꾸기 위한 설득 프로그램으로 차 있습니다.

왜 뜬금없이 오늘은 설득 이야기인가요? 한국에서 종이만 해도 몇 천 톤이 될 수 있고 방송과 대중 강연 시간이라면 몇만 시간이 될 지 모르는 그간의 사회 문제의 지적과 비판과 대안 제시로 된 설득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은 바뀌지 않고 구태의연한 채 우이독경(牛耳讀經), 마이동풍(馬耳東風) 지경인가를 따져 보기 위해서입니다.

세월호 참사 후 지난 50여일 동안의 범국가적 트라우마와 앞으로 나라와 국민이 어떻게 달라져야 할 것인가에 대한 사설과 전문가들의 칼럼과 의견과 주장이 신문 지면과 방송 시간과 SNS 공간을 매일 채웠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크게 달라질까요? 알 수 없습니다. 달라진다면 부분적일 가능성이 큽니다. 과거에도 사람들이 몰라서 그랬던 것은 아닐 터이니까요.

말로 나타난 태도

사람들은 왜 배운 것, 아는 것을 실천 (또는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것인가요? 이것은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한가지 큰 과제입니다. 이 분야 학문은 사람들이 배운 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과정을 대충 (1)인지적 변화(cognitive change), (2)태도변화(attitudinal change) (3)행태변화 (behavioral change)로 나누는 3단계설로 설명합니다.

첫째는 지식 습득, 즉 배워서 알게 되는 단계입니다. 인지(cognition) 단계입니다. 머리에 새로운 지식이 들어오면 사람은 달라집니다. 우선 사물에 대한 좋고 싫고(好, 不好)를 뜻하는 태도가 달라집니다. 이게 둘째 단계인 태도변화입니다. 마지막으로 태도변화는 행동의 변화로 나타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어느 경우에나 사람은 머리 속에 없는 것을 행동으로 옮길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행동은 두뇌의 지시를 받아야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달라진 머리(認知)와 태도가 어떤 행동으로 나타날지는 미지수라는 것입니다. 지능이 높은 사람은 이 때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알았다. 그게 맞다. 그게 바른 길이다”라고 인정 했을 때도 대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자기에게 이익이 되면 그렇게 하고 아니면 안 합니다.

보통 영미인들이 ‘행태’라고 할 때는 태도와 행위를 망라하는 게 보통입니다. 태도와 행위는 일치할 확률이 크기 때문에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 불일치가 일어나는 것을 생각해보면, 일부 학자가 이를 ‘말로 나타난 태도’(verbal attitude)와 ‘밖으로 나타난 행태’(overt behavior)로 굳이 나누어 설명한 이유가 이해됩니다.

세월호 후 앞으로 한국과 한국인이 어떻게 달라질까의 해답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그간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대하여 전 국민이 느낀 깊은 애도와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가정을 해도 당분간은 ‘말로 나타난 태도’일 수 있습니다. 그게 ‘밖으로 나타난 행태’로 이어질 지는 앞으로 전개될 많은 변수에 달려 있습니다.

‘바르게 살아보세’라는 구호가 설득력을 발휘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개인으로 봐 그렇게 사는 것이 자기 이익(달리 말하면 보상을 받는 다면)이거나 큰 손해가 아니라면 그렇게 할 것이고, 아니라면 안 할 것입니다. 지급 한국은 이 문제를 파고 들어야 할 것입니다. 학자들의 책임이 큽니다. 몇 자로 한정되고 화려하게 쓰여지고 말해야 하는 사설이나 칼럼, 방송 출현으로 될 일이 아닙니다. 학자들은 어떻게 하면 ‘바르게 사는 것’이 손해가 아닌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장기적인 처방을 자기들만이 할 수 있는 독립적인 전문 리서치로 내놓아 길을 밝혀야 할 것입니다.

머리와 가슴

태도와 행태간 불일치(attitude-behavior inconsistencies)에 대한 사상은 오래 전부터 동양에서 있었거나 거기에서 먼저 출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동양의 고전에 나오는 언행일치 (言行一致)와 지행일치(知行一致)가 바로 그것 아니겠나요. 지당한 말일 뿐왜 그게 잘 안 되는가에 대한 사회과학적 연구 방법론과 이론 개발은 없었습니다. 그런기에 우리는 과거와 현재 어느 민족보다도 좋은 말, 좋은 교훈 속에 묻혀 살았지만 실천을 말한다면 그 반대가 아니었던가 생각됩니다.

언행불일치 현상에 대한 미국의 실증적 연구는 꽤 오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사회학자 라피에(R.T LaPiere 1934)는 한 중국인 부부로 하여금 미국 전역에 있는 250개 호텔과 레스토랑을 자동차로 방문, 투숙하거나 식사를 하도록 했습니다. 그 전 그들 호텔과 식당의 지배인들을 대상으로 “중국인들이 찾아오면 고객으로 받겠는가”를 묻는 조사를 실시했는데, 대답은 대부분 ‘아니오’였습니다. 그 후 실제를 보면 반대였습니다. 그들은 찾아온 중국인 손님을 거절하지 않고 받았던 것입니다.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감정이 드셌던 1930년대의 분위기인데도 자기들의 한 말과는 다르게 행동한 이유를 자기이익 아닌 다른 무엇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저의 과문일지 모르겠습니다. 이상 3단계 과정 중 자기의 이익 또는 불이익의 변수를 분명하게 언급한 연구로서는 반드라(A. Bandura 1965)의 모방학습 이론(imitation, modeling 또는 observational learning)이 가장 고전적이고 또 유일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반드라는 학습의 과정을 다음 4단계로 나눴습니다. ① 주의(attention, 학습하는 사람이 학습대상에 주의를 기울여야), ② 기억(retention, 그 대상을 기억해야), ③ 모방능력(motoric reproduction, 그 대상을 모방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능력이 있어야), ④ 동기부여(incentive and motivational factors, 기억하고 모방한 대상을 실천으로 옮기게 하는 동기가 있어야, 실천하면 이익이 된다고 생각해야). 이 마지막 단계가 배운 것을 실천하게 또는 않게 하는 결정적 변수입니다.

머리라는 말이 나왔으니 여담입니다.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이란 말을 잘 듣습니다. 두 가지는 따로 움직일 있을 것 같이 들립니다. 그럴 듯 하지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위 설득의 모형 대로라면 사람은 아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지 모르고서는 못합니다. 사람이 따뜻하게 또는 차갑게 행동할 것인가의 판단도 인식 작용의 일부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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