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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와 교육 - (12)공익을 빙자한 흥행으로 바뀌는 선거
김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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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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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삼오 / 호주한국일보 편집고문,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 김삼오 호주한국일보 편집고문

저널리즘 교육의 한 필수 과목은 뉴스란 무엇인가를 가르치는 것입니다. 뉴스의 구성 요건으로 첫 번째 언급되는 것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입니다. 오늘 아침 등산을 떠나기 전 텔레비전의 일기 예보를 봤다면 그런 뉴스의 가장 비근한 예입니다. 대부분 정부의 결정은 뉴스입니다. 우리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저명성이 뉴스의 또 다른 요건입니다. 1970년대 초 신문사 기자시절 소설 ‘대지(The Good Earth)’의 작가 펄벅 여사를 만나 기사를 쓴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 남아 살던 혼혈아 Eurasian(미군과의 사이에 태어난 자녀들을 그는 그렇게 불렀음)들을 미국에 데려가기 위한 일로 한국에 왔었습니다.

물론 그 사업도 기사감이지만 언론사들이 그녀에 대한 취재 경쟁을 벌인 것은 저명성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뉴스가 되는 비슷한 근거로서 인간 흥미성(human interest)이라는 게 있습니다. 기구한 여자의 인생 역정을 취재해서 신문이나 잡지에 낸다면 그런 예입니다.

미국 저널리즘 교과서에 꼭 들어가 있는 명언으로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아니다.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다”라는 게 있습니다. 신기하거나 아주 드문 사건은 뉴스라는 뜻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네 번째 뉴스 요소 아이템은 대결과 갈등입니다. 대결과 갈등이 가장 노골적으로 표출된 상황이 싸움입니다. 구경치고 싸움만큼 재미있는 게 없다고 합니다. 권투 시합 등 각 종 경기에 구경꾼이 몰리고 그 뉴스를 전달하는 신문 지면과 방송 프로가 따로 있는 이유입니다.

서론이 길어졌습니다. 오늘 이 글은 저널리즘 강의가 아닙니다. 선거, 특히 매번 요란하게 치러지는 한국의 선거에 대한 저 대로의 쓴 소리입니다. 최근 고국에서는 6.4선거라 하던가요, 도지사와 시장, 군수를 뽑는 지방선거가 막 끝났습니다. 이어서 오는 7.30일(국회의원 보궐선거)인가요, 또 한 판 붙는다는데, 그 양상을 보면 지금이 언젠데 이럴까? 이게 나라를 위한 선거인지, 선거를 위한 나라인지 알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거가 심심하면 나라가 한 번씩 벌이는 영어로 말하면 쇼(show), 우리말로는 흥행이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아서입니다. 선거는 민주주의 정치의 기본이요 나라의 동량재를 찾는 신성한 범국가적 행사인데 대결과 갈등의 한 가지라고 보는 게 맞나요? 더군다나 쇼 또는 흥행이라고 말한다면 말이지요.

그러나 맞습니다. 수원의 시장으로 또는 수원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구 의원 후보로 김갑동과 김을동 어느 쪽이 이기든, 거기에 땅을 사놓은 게 아니라면 무슨 상관이어서 멀리 떨어진 시드니의 한 구석에서 그 과정을 지켜보느라 텔레비전에 눈을 박고 앉아 있나요.

세계적 메가시티이며 나라의 수도인 서울의 시장 선거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야 간 유권자의 필요와 정서에 맞게 오랜 세월을 두고 고쳐 나가다 보니 정책과 공약은 대동소이해졌습니다. 저는 박원순 씨가 전에 쓴 글들을 읽고 우리 사회를 꿰뚫어 보는 비전 있는 인사로 봤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의 편이었습니다. 지금도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가 화려한 무대에 나선 다음에는 상당히 바뀌었다는 느낌입니다. 서울 시장 자리는 정치인지 관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그 걸 잘 해내면 대권 유망 후보가 된다니 정치성이 농후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겠지요. 전과 같이 신선한 이야기를 잘 안 하더군요.

영어 정치학사전에는 political correctness라는 게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올바름 또는 올바른 처세, 달리 말하면 정치인이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하는 일종의 형식적 제스처라는 뜻입니다. 그가 세월호 현장인 진도를 이미 몇 번씩 갔고, 과거라면 낭비라고 비판할 정부의 겉치레 행사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여 점잖게 앉아 있고, 표를 의식한 듯 남북한 대신 봉천동 또는 강북이 어떻고 등 하는 말을 더 하게 된 것이 그것 아닌가요.
그는 청렴한 사람이라 시장을 하면서 들어먹는 스캔들을 일으킬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주체할 수 없는 돈을 가진 정몽준 의원도 그 점은 걱정 안 해도 될 것입니다.

이렇게 한국의 선거(물론 대부분 다른 나라의 선거도)의 의미는 크게 퇴색했습니다. 돌이켜 보건대 한국의 대선에서 분수령이 될 만한 큰 이슈가 있던 때는 민정 복귀냐 군정 연장이냐를 가늠하는 1963년 박정희 씨와 윤보선 씨 간의 대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박 후보에게 표가 더 간 결과 18년간 군정을 더 견뎌야 했습니다.

문민정부라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씨를 뽑는 대통령 선거가 매번 시끌벅적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라가 크게 달라진 게 뭔가요? 선거가 별 볼일 없었던 사례는 더 있습니다. 대통령의 눈에 잘 보여 공천을 받기만 하면 막대기도 당선되었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경마저널리즘

이번 지방자치 선거만 해도 그렇습니다. 각 후보들의 득표율이 가령 45%, 42%, 13%였다면 최고 득점자와 차점자는 불과 3포인트의 차이입니다. 두 후보 모두 그 자리를 할 수 있는 자격이 되는 셈이나 그 중 하나를 뽑아야 하는 소선구제도 때문에 다른 하나는 물러나야 하는 것뿐입니다. 마치 의과대학 시험의 커트라인이 90점일 때 1점 차이로 떨어지는 차점자와 당선자의 자질에는 크게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선거 무용론을 내세우는 게 아닙니다. 선거를 없애자고 주장하거나 투표장에 될수록 나가지 말자고 독려하는 것도 아닙니다. 고위직을 정치적 임명으로 할 수 없으니 선거는 필요합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정치적 환경에서 선거에 대한 허황한 기대를 걸지도 말고 구경꾼으로 열을 올려 훈수를 두지도 말며 좀 더 냉철하자는 겁니다. 히틀러의 나치스 정권의 등장은 당시 유럽에 팽배하던 선거와 의회주의에 대한 실망에 크게 힘입은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영어에 ‘The circus is coming to town’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서커스단이 들어오면 동네가 들뜹니다. 선거 때가 돌아오면 대천 해수욕장처럼 들뜨는 이유가 그런 것 아닌가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선거 비용과 국민의 정력 소모도 천문학적입니다. 선거 때가 되면 돈이 돌아 밥과 물건이 잘 팔려 상인들에게는 호재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런 돈과 노력이 더 장기적이고 생산적인 쪽에 투자된다면 취업과 구매력은 더 오래 갑니다.

선거 분위기를 띄우는 게 뉴스를 팔아먹고 사는 언론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도 앞서가는 미국언론에 대하여도 경마저널리즘(horse journalism, 선거보도를 경마 보도하듯 한다는 뜻)이란 비판이 따라 다닙니다.

오는 7.30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앞서 한국 언론들이 벌써 분위기 띄우기에 한창입니다. “서울 동작은 ‘YS대 박정희’ 대리전을 펼치게 된다.”(야당 후보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 씨가 나온대서)와 같은 신문 제목이 그 것입니다. 또 오는 선거에는 여야 거물급 정치인들이 총동원되어 자웅을 겨루게 된다는 건데 누구 마음대로 거물인가요? 후보 평에 오른 그들 상당수가 역대 정권에서 국면 전환용과 같은 한국사회 특유의 편의 때문에 고위직에 등용된 인물들입니다.

선거는 승자와 패자를 가려야 한다는 점에서 분명 대결이며 갈등입니다. 그 대결 또한 권투에서와 같이 이기고 지고 하는 짜릿한 스릴을 주기마련입니다. 권투에서 주먹의 펀치라면 선거에서는 말의 펀치 아닙니까. 그래서 선거는 평화스러울 수 없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 두 지방 후보가 자살을 기도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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