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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와 교육 - (13)사회과학이라니요?
김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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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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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삼오 / 호주한국일보 편집고문,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 김삼오 / 호주한국일보 편집고문

총리 후보로 지명된 문창극 씨가 여론의 뭇매를 맞아 엊그제 자진 사퇴하기까지 그 보도와 논쟁이 신문 지면과 방송 시간을 매웠습니다. 이 글은 그 후속이 아닙니다. 생뚱맞게 들리시겠지만 글의 초점은 학문 및 연구 분야로서 사회과학입니다. 문 전 후보가 한 발언이 미뤄오던 일거리를 실천으로 옮기게 했습니다.

저는 문제가 된 서울의 한 교회에서 했다는 강연을 텔레비전이 방영한 비디오 화면으로 대부분 보았습니다. 거기에는 문 후보를 낙마시킨 논란거리인 그의 식민지사관과 기독교사관 말고도 걸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발언이 하나 더 있습니다.

조선조 말기인 고종 때와 일제시절의 한국사회를 통렬하게 비판하면서 그는 당시 지식인들은 모두가 ‘혀로 먹고 사는’ 말하자면 비생산적인 분야 공부를 하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꼬집어 연관을 짓지는 않았지만 문학을 공부한 춘원 이광수 씨를 거론했고, 윤보선 전 대통령은 문학을 배우러 영국 유학을 갔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의 100칸짜리 저택에 살던 부잣집 아들인 그는 당시로서는 거액인 800파운드인가를 가지고 떠났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렇게 말하기로 하면 요즘 법관이나 법관 옷을 벗은 후 변신한 변호사, 소설이나 시로 잘 알려진 작가와 신문에 이름이 자주 나는 논객도 모두 혀만 가지고 잘 사는 사람들이란 말인데, 글쎄요? 자의적(恣意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발언은 언론의 주의를 끌지 못했습니다.

요즘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을 들어보셨겠지요. 이 분야 학자 간에 흔한 화두입니다. 이 제목에서 시작하여 사회과학의 중요성 이야기를 해보고자 하는데 문창극 씨의 말이 계기가 된 것입니다.

인문학의 위기는 문사철(文史哲 - 문학, 역사, 철학)이라고도 불리는 순수 인문학 분야에 대학 지망생이 줄고, 따라서 이 분야를 전공한 교수들의 자리가 없어져 가는 위기입니다.
그런데 그 사실 하나로 인문학의 위기니 고사(枯死)니 하는 말을 써도 되는가 모르겠습니다.

제가 대학을 들어간 50년대에는 일반 소득에 비하여 대학등록금은 말도 못하게 비쌌습니다. 그런 비싼 등록금을 내고 들어간 대학에서 처음 1년간을 교양과목이라며 고등학교에서 배운 국어, 생물학, 국사 등 강의를 똑같은 방식으로 받으며 보내는 게 저로서는 큰 실망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럴 터인데 이게 학생들의 필요인가, 교수들의 필요인가 의아심을 가져보기도 합니다.

300개가 넘는 한국의 대학이 모두 문사철을(보충으로 하는 선택과목이 아니라) 전공학과로 설립해놓고 있는데 그 많은 클래스가 채워지지 않는다고 해서 나라가 맞는 위기라고 말할 수 있나요. 대학의 경영 위기라고 말해야 맞지 않을까요.

다른 측면을 보십시다. 서울의 교보나 영풍 문고에 가보면 그 넓은 공간을 빼곡히 채운 책의 적어도 70%는 어학과 문사철을 중심으로 한 인문학 분야입니다. 교수 자리 숫자에서라면 몰라도 사회의 관심과 일반 대중의 취미는 압도적으로 그 쪽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그 분야에 지식이나 관심이 없다고 볼 수 없는 증거입니다.

국가개조

대부분 사회의 필요와 불필요의 논의가 그러듯이 여기에서도 균형이 관건이 아닐까 싶습니다. 문 씨가 말한 일제강점기 혀를 굴려 잘 먹고 살기 위한 공부라는 관점 또한 그렇습니다. 일제는 식민의 필요를 위하여 한반도에 고등학교급의 공업, 농업, 상업 등 실업학교를 고루고루 세워 놓았습니다. 그 잔재가 오래 남아 있었습니다. 이에 비하면 장차 독립과 독립 후를 대비하여 나라를 이끌 비전 있고 양심 있는 인물을 키우기 위한 인문학을 갈고 닦을 수 있는 우수한 대학 학과는 없던 셈입니다. 과학기술이나 실업교육만으로는 그게 될 일이 아닙니다.

학문 영역의 분포나 그들 간 균형을 논할 수 있으려면 먼저 믿을 만한 근거 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 자료가 한국에 없으니 통찰력에 기대어 말할 수밖에 없는데 저는 한국사회에 가장 시급히 요청되면서도 거의 부재하거나 취약한 지식과 연구 분야는 사회과학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세월호 후 첩첩이 쌓인 우리사회의 문제라는 뜻의 적폐(積弊)란 말에 오래 만에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고, 그 바람에 박대통령이 국가개조란 구호를 들고 나왔습니다. 역시 생뚱하게 들리겠지만, 그 적폐를 해소하는 길은 정치, 경제, 외교, 통일이 아닙니다. 문제를 묘사하는데 그치기 쉬운 문학과 철학이나 거대담론은 더욱 아닙니다. 이런 분야들은 한국에 과잉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많고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잘못하거나 없는 것은 현상과 문제에 대한 사회과학적 접근입니다. 이게 이 글의 본론입니다만, 이 과제를 잘하자면 논문 한편을 써야 합니다. 간략하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먼저 사회과학이 무엇인가를 설명해야겠지요. 신앙, 철학, 가치관, 사유의 영역을 빼고는 사회현상도 과학의 지배를 받습니다. 과학성을 쉽게 설명하면 원인과 결과의 관계입니다. 원인을 규명해야 해법이 나옵니다. 병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알아내야 치료법이 나오는 이치입니다. 그 관계와 원인의 규명을 짐작이 아니라 과학적 방법을 써 하려는 게 과학적 접근입니다.

과학 방법 또한 제대로 설명하자면 길어지니 간단하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방법은 실증적 (눈에 보이거나 잴 수 있는 실체) 자료(Data,데이터)를 모아 분석하는 것입니다. 짐작이나 머릿속 직관(直觀)으로 하는 것은 점쟁이의 말을 듣고 판단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비슷하게 비과학적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 분석에 들어가는 자료는 관계된 일부가 아니라 모두여야 합니다.

알기 쉽게 두 사례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먼저 지금도 진행형인 세월호 사건입니다. 그간 쏟아져 나온 엄청난 양의 글과 방송 프로 내용을 보십시오. 공통점은 모두가 결과인 침몰과 참사라고 하는 인재(人災)에 대한 원인의 지적이고 그런 원인을 앞으로 어떻게 막을 것인가에 대한 저마다의 아이디어와 제안입니다. 원인을 찾아내려고 했다는 점에서는 과학적입니다. 보통 인문학자들은 논리적 분석이라고 말하지요. 그러나 그 분석에는 위에서 말한바 관계된 모든 자료가 들어간 게 아닙니다. 모든 자료가 들어간다는 말은 사회과학 방법론을 따라 말한다면 모든 관련 변수를 포함시킨다는 뜻입니다. 그들이 지적한 원인은 각자가 아는 한도의 일부입니다. 전체에 대한 조각일 따름입니다. 전체를 볼 수 있어야 과학입니다.

원인으로서 지적된 관 마피아, 팽배한 비리, 안전 불감증, 황금만능, 탐욕 등이 바로 그것들입니다. 이들은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데 그것을 풀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는 장님이 다리 만져보고 코끼리 논하는 식이 될 수밖에 없으며 해법은 안 나옵니다. 그 일은 사회과학자들의 몫입니다.

혀로 먹고 사는 사람들

또 다른 사례는 매 정권 때마다 등장하는 국민통합의 필요성입니다. 현 정권은 이를 위하여 국민대통합위원회라는 대통령 직속 기구를 강화하고 이른바 거물급 인사를 앉혔습니다. 국민통합이 무인가요? 우리의 현실로 봐, 그게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분단을 경제나 군사나 외교로만 극복할 수 없습니다. 국민이 먼저 하나가 되어 힘을 모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구호만 외친다고 잘 되겠습니까. 왜 사람들은 같은 배를 탔다고 못 느끼고 서로 거리감을 느낄까요? 그래서 분열할까요? 이 경우도 저마다 원인에 대하여 한마디씩 한다고 해법이 안 나옵니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사회과학적 연구가 선결 조건인데 한국에 그런 안목을 가진 정치가나 그런 작업을 해낼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사회과학자가 드뭅니다.

학자들은 위기 때마다 수사(修辭)로 끝나기 일쑤인 시국선언으로 길거리에 나오거나 불러주면 기다렸다는 듯이 나가 정치나 관의 고위직을 맡을 것이 아니라 장기적 안목으로 길을 밝히는 명실공히 사회과학 씽크 탱크 집단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연구실에서 외롭게 지내려는 사회과학자가 드뭅니다. 혀로만 잘 먹고 살려고 인문학을 하는 학자는 일제 때가 아니라 오늘의 한국에 더 많은 게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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