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범 / 제13차 세계한상대회 대회장, 오스트리아 영산그룹 회장

▲ 박종범 제13차 세계한상대회 대회장

세계한상대회가 오는 24~26일 3일간 대한민국 제1해양문화도시 부산에서 열린다. 2002년 첫발을 내디딘 세계한상대회는 올해로 벌써 13회째를 맞는다. 그동안 한상대회는 장족의 발전을 거듭했다. 해외 한상들의 참가자 수가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한상대회를 통해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도 꽤 많이 늘어났다. 괄목할 만한 질적ㆍ양적 변화를 가져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성장 배경에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통한 비즈니스 기회 제공 △축적된 네트워크를 통한 한상과 국내 중소기업 간 글로벌 비즈니스의 결실 △내외동포 경제인 간 동반자적 협력관계 모색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한상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한상대회를 주관하고 있는 재외동포재단, 매일경제미디어그룹의 꾸준한 노력도 큰 몫을 했다.

하지만 현재 이 자리에 멈출 수 없다. 한상대회를 처음 시작할 때 비약적인 중국 경제 발전의 밑거름이 됐던 ‘세계화상(華商)대회’를 벤치마킹했던 것처럼 고국 경제 도약의 한 축으로 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2년마다 한 번씩 세계 각지를 돌면서 열리는 세계화상대회는 1991년 화교 출신인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제안으로 발족된 세계 최대 규모의 화상 네트워크다. 초기에는 화교 간 친교를 위주로 한 네트워크 강화가 목적이었지만 이제는 각 나라가 자국의 투자 환경을 홍보하고 자본을 유치하는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2005년 제8차 대회는 서울에서 열렸다.

세계한상대회도 13회째를 맞을 만큼 연륜이 쌓였다.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초기 목적이 어느 정도 달성된 점을 감안할 때 이제 과감하게 대한민국 경제 도약의 동반자가 돼야 할 때다. 올해 대회 슬로건이 ‘새 시대 경제 도약의 동반자, 한상 네트워크’인 것처럼 이제 그 눈을 세계로 돌릴 필요가 있다. 전 세계 170여 국가에서 720만명의 재외동포가 활동하고 있다. 지구촌 어디를 가도 재외동포들을 만날 수 있을 만큼 한민족의 경제 활동 영역이 넓어졌다. 물론 부(富)의 측면에선 아직 중국 화상과 견줄 바가 아니지만, 적어도 네트워크 측면에선 부족함이 없다.

무엇보다 우리 한상들이 대한민국 경제와 관련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아직도 많은 재외동포 경제인들이 고국 경제에 대한 정보를 언론을 통해 접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다 보니 고국에 대한 투자, 상거래를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재외동포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재외동포 경제 활동 관련 정보 통합 사이트인 ‘한상넷’을 국내 시장 동향, 세금, 국내 세법 등 재외동포들이 알고 싶어 하는 정보에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현재 세계한상대회는 운영위원과 리딩 CEO 100여 명이 주도하고 있지만, 이들 외에 거상(巨商)으로 우뚝 선 한상들을 발굴해 함께한다면 한상의 질적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하드웨어적인 측면 외에도 한상대회의 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연구와 검토, 젊은 한상들이 보다 더 많이 참가할 수 있는 동기 부여 등 소프트웨어적인 측면 보강도 절실하다.

대한민국 이민 역사의 첫 공식 기록은 1902년 12월 22일 제물포항을 떠난 101명이 해를 넘긴 이듬해 1월 13일 하와이 호놀룰루에 도착한 것이다. 11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의 해외 진출 인구 비율은 10%(세계 평균 3%)를 넘어섰다. 이들은 자신들이 거주하고 있는 국가에서 ‘성실’과 ‘노력’이라는 한민족 공통 아이콘으로 이제 주류(主流)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 한민족 최대 장터인 세계한상대회가 갈수록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탄탄한 네트워크와 민족애로 무장한 한상이 대한민국 경제 도약의 동반자로 우뚝 설 날이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