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선 /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한국과 헝가리 수교 25주년을 기념하는 `한ㆍ헝가리 포럼`이 20일 부다페스트에서 열렸다. 두 나라 수교는 노태우정부가 추진한 `북방외교` 첫 결실이었다. 동유럽 공산국가 중 처음으로 헝가리가 1989년 2월 우리와 외교 관계를 수립한 것이다. 이를 발판 삼아 폴란드 유고슬라비아 체코슬로바키아 등과 차례로 수교했고 1990년 9월에는 소련(러시아), 1992년 8월에는 중국과도 수교하기에 이른다.

헝가리는 그에 앞서 1988년 3월 공산국가 중 처음으로 서울에 무역사무소를 설치하기도 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놓고 다른 나라들이 머뭇거릴 때 공산권 국가 중 가장 먼저 참가 결정을 내린 나라이기도 하다.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항의하며 자유 진영 국가들은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을 거부했고 공산권 국가들은 그 보복으로 1984년 LA올림픽을 보이콧했다. 그처럼 켜켜이 쌓인 갈등을 허무는 신호였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권좌에 오른 지 약 3년이 됐는데 아직 한번도 해외 순방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북방외교 25년간 성과로 북한의 외교 마당이 그만큼 좁아진 결과다. 헝가리만 봐도 우리와 교역 규모가 수교 후 40배가량 증가하는 사이 북한은 한때 헝가리 주재 대사관을 폐쇄하기도 했다.

한국과 동유럽 국가들 관계는 갈수록 돈독해지고 있다. 헝가리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등 4개국은 `비세그라드 그룹`이라는 명칭 아래 뭉쳐 있다. 우리나라는 올해 7월 수교 25주년을 맞아 이들 4개국과 한꺼번에 첫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비세그라드 4개국은 공산권에서 체제 전환에 성공한 나라들이다. 이 중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우리 외교부가 올해 2월 출범시킨 `한반도클럽`에 속해 있다. 남북한 겸임 공관을 서울에 두고 있는 나라들이다. 폴란드와 체코는 올해 5월 출범시킨 `평화클럽` 소속이다. 서울과 평양에 각각 상주 공관을 두고 있는 21개 국가가 여기에 해당한다.

25년 전 북방외교는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이라는 성과와 함께 남북한의 외교 지형을 바꿔놓았다. 이제 그 성과를 바탕으로 북한을 개혁 개방의 길로 이끌기 위해 제2 북방외교를 펼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