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근 / 논설위원

“올해 11월 국회 중간선거에서도 오바마는 그 값을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면 강력 제재하겠다는 지난 4월 한·미 정상의 경고에 대한 북측의 반응이다. 북한의 저주가 통한 것일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패배했다. 오바마의 민주당이 상·하원에서 소수당으로 전락한 것이다. 취임 초기 ‘핵 없는 세상’을 주창했다는 이유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적인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던 점을 상기하면 그의 패배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이번 패배를 오바마만의 한계라고 보기는 어렵다. 역대 미국 대통령의 중간성적이 항상 그랬기 때문이다.

1912년 이래 첫 미국 대통령은 첫째 임기의 중간선거에서 평균 32석을 잃었고, 두번째 임기의 중간선거에서는 평균 29석을 잃었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는 1938년 무려 71석을 내줬다. 빌 클린턴만 1998년 두번째 중간선거 때 5석을 늘렸을 뿐이다. 물론 그건 클린턴이 잘해서라기보다 공화당이 무리하게 탄핵으로 몰아가다 역풍을 맞은 결과였다. 어쨌든 미국에서 인기 있는 대통령이라 해도 중간선거 패배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상원의 경우 루스벨트는 1938년 6석을, 1942년 9석을 내줬다. 아이젠하워는 1958년 13석, 레이건은 1986년 8석을 잃었다.

오바마도 이런 중간선거 기록을 상기하며 패배의 아픔을 달래는 게 좋을 것 같다. 자신이 루스벨트나 레이건보다 더 낫다고 자신하지 않는다면, 중간선거 패배쯤이야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고 여기면 그만이다. 그러나 오바마의 적들이 환호작약하는 장면을 상상하면 그가 아무리 무던하다 해도 속은 쓰릴 것이다.

그런데 과연 북한, 시리아, 이슬람국가(IS)는 오바마에게 복수를 했다고 축배를 들 수 있을까.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오바마는 가급적 전쟁을 피하려 했던 쪽에 속한다. 이번 패배는 그런 소극성에 대한 반발 심리도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이 앞으로 강경한 대외정책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본격적인 오바마의 전쟁이 시작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오바마와 잘 타협할 걸, 괜히 오바마를 곤경으로 몰아갔다고 축배 든 걸 뒤늦게 후회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