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병세 외교장관은 어느 나라 장관인가

독도 입도 지원센터 건립 백지화가 일파만파다. 일본은 자국의 외교적 승리라고 자축하는 분위기다. 일본 정부의 대변인 격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보도가 나가자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여러 레벨에서 주장해왔기 때문에 중단된 것”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가 일본의 압력에 굴복한 결과라는 의미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독도는 외교 대상이기 전에 영토 문제다. 정부는 영토를 수호할 의무가 있다. 독도를 두고 일본에서 이런 주장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독도 지원센터를 현 정부에서 갑자기 건설하려고 하다가 중단한 것도 아니다. 2008년 일본의 독도 영유권 도발에 맞서 추진된 ‘독도 영유권 강화사업’의 일환이다. 당시 일본 외무성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책자를 배포하고, 방위청은 방위백서에 독도가 자국 영토라고 명시했다. 일본은 이런 독도 도발을 한순간도 멈춘 적이 없다. 그런데도 우리가 이 시점에서 기존 정책을 중단하면 일본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국제사회는 어떤 평가를 내릴지에 대해 전략적으로 분석이나 제대로 했는지 의문스럽다. 한국 외교의 참사가 아닐 수 없다.

결정 과정과 사후 대책도 국민적 분노를 자아낸다. 독도 입도 지원센터 건립 백지화는 지난 1일 비밀회의에서 결정됐다. 회의에는 정홍원 국무총리, 윤병세 외교부 장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이 참석했다. 윤 장관이 독도 지원센터 건립 반대를 주도했다고 한다. 이주영 장관 등 건립 추진파는 “갑작스러운 건설 중단 결정으로 아베 신조 일본 정부가 무서워 국민 안전에 등을 돌렸다는 국민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맞섰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 장관은 “독도에 건축물을 지으면 일본을 자극하게 된다”며 “시멘트 오염물이 인근 해역을 오염시킬 경우 일본이 해양법을 근거로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면 우리가 불리해질 수 있다”는 논리로 집요하게 정 총리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진실을 감춘 정부 설명도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국무총리실은 “안전관리, 환경, 문화재 경관 등과 관련해 추가 검토가 필요해 입찰 공고를 취소한 것으로 이외 결정된 바는 없다”고 했다. 실제로는 건설 백지화를 결정하고 국회의원 등을 설득할 대책까지 마련한 뒤였다. 은폐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면 이런 거짓 해명이 나올 리 만무하다.

꽉 막힌 한·일 관계의 복원을 위해서는 유연한 외교가 필요하다. 하지만 독도는 영토 문제다. 이번 사태로 일본의 독도 공세는 더욱 거세질 터다. 명백히 윤 장관은 일본에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 윤 장관이 어느 나라의 외교장관인지 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