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경/도쿄 가쿠게이대학교 교수]

▲ 이수경/도쿄 가쿠게이대학교 교수

한일 정치외교의 빙하기라 불리는 요즘, 일본의 정치는 물론 언론도 혐한단체들도 도가 지나친 우경화 경향에 있고, 그럴수록 행정도 교육기관도 강한 국가주의 의식에 영향을 받기 쉬워진다.

아니나 다를까,
필자도 좋아하는 가수 이승철 씨가 일본 측 입국관리국의 잣대로 인한 명확한 사유조차 밝혀지지 않은 채 일본에 입국 거부를 당하는 일이 생겼다. 연말을 향해 치닫는 도쿄의 가을이 흉흉한 분위기 땜에 더더욱 춥게 느껴지는 요즈음. 그나마 올바른 언론의 자세를 굽히지 않고, 헤이트 스피치로 혐한 분위기를 조장해 온 재특회 등의 움직임에 “No!!”를 외치며, 전쟁 가해의 무책임과 피해자들의 증언 등을 통해 평화사회 일본이 가야할 길을 호소하는 『도쿄신문(東京新聞)』등의 일관성 있는 언론정신이 희망의 불을 지펴주고 있다.

이 신문은 동료 교수들이 대학원 수업 자료나 입시 때 사용하는 경향이 있어서 필자도 자주 보고 있는데, 우경화 세력의 한파가 몰아칠 때 그에 대항하며 일본의 민주주의와 주변국과의 교류 지속을 지켜야한다는 논진을 펴고 설득력 있는 한일관계의 다양한 교류 사례, 침략전쟁의 일본의 피해기록 등의 기획을 특집으로 게재하며 양심을 지탱하는 신문이라서 신뢰를 하는 편이다.

한편, 교육에 있어서는 관서지방인 와카야마현(和歌山縣)과 나라현(奈良縣)에서 치벤가쿠엔(智弁学園)이란 명문 사립중고등학교를 경영하는 후지타 세이지(藤田淸司) 이사장이 선친의 뜻을 이어받아 어떤 혐한 세력에도 굴하지 않고 한일 청소년 교류 및 40년 이상 계속되어 온 한국 수학여행의 역사를 관철하고 있다며 그러한 청소년 교류가 평화적 미래를 잇는 기반이 된다고 필자에게 역설했을 때 든든한 교육의 양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혐한 시위를 일본의 수치임을 자각하는 시민양심들에 의한 인종차별 및 헤이트 스피치 반대 데모도 도쿄를 포함한 각지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나고 있기에 아베정권의 우경화 색상도 현실 파악과 더불어 퇴색되어가는 기로에 서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 생각이 겹치는 즈음에 필자의 학교도 최근 글로벌 인재육성이란 교육목표와 더불어 ‘다문화공생교육’코스로 학과를 개편하여 내년부터 관련 수업을 하게 된다. 필자도 평화학, 국제인권문제 등과 더불어 다문화권 사람들과 함께 살기 위한 모색의 일환으로 교육적 해법을 연구하는 전문 수업을 맡게 되었다. 당연히 국제 이해, 이문화커뮤니케이션 등과는 달리 다문화가 상생하기 위한 궁극적 문제는 상호이해, 인권문제 해결이다. 그런 본질적 측면에서 관련 논문이나 책을 얼마 전에 발간하면서 필자는 일본의 근대 다문화사회를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것이 ‘재일동포’의 존재였음을 지적하였고, 향후의 한일관계를 돈독히 잇는 것은 지속적인 시민 및 청소년 교류이기에 이를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해 왔다.

게다가 우익들의 혐한 시위 등이 널리 퍼지자 필자의 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수강생 수도 대폭 줄어들어서 한류드라마가 유행하던 당시와 비교하면 열악해진 환경이다.

하지만 그런 환경 속에서도 한국사회에 대한 관심과 한국어(코리안) 공부를 즐기며 한국음식이라면 필자보다 더 좋아하는 우리 학생들에게 응원과 격려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하게 느꼈다. 그런 생각과 앞에서 소개한 용기 있는 언론이나 교육을 통한 의식 있는 행동들이 결정적인 동기로 작용하여 필자도 우리 학생들을 위한 보람차고 교육적인 시간을 만들어 보려고 Korean Speech Contest를 개최하기로 하였다. 이에 담당 교수들도 찬동하여 다음달 19일에 개최한다.

다행히 한국의 롯데자산개발 및 부여리조트 사업 측에서 후원을 해주셨고, 『서울문화투데이』『OK Times』에서도 후원을 해 주셔서 훈훈한 마음의 행사가 될 것 같다.
여러분들의 따스한 격려를 부탁드리는 바이다.